황의경 <한국방송>(KBS) 드라마국 책임피디(CP)
황의경 한국방송 책임피디
2년간 드라마제작 지휘하며
‘학교2013’ 이현주 작가
‘비밀’의 유보라 작가 발탁
“지상파 자기복제 곪아터질 것
신인들이 기성작가 한계 극복”
2년간 드라마제작 지휘하며
‘학교2013’ 이현주 작가
‘비밀’의 유보라 작가 발탁
“지상파 자기복제 곪아터질 것
신인들이 기성작가 한계 극복”
밤 10시는 ‘심판의 시간’이었다. 그는 “선거 개표 방송을 보는 듯”했단다. <학교 2013> 때가 그랬고 <비밀>도 그랬다. <직장의 신>과 <상어>도 마찬가지였다. 실시간 시청률을 지켜보는 것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황의경 <한국방송>(KBS) 드라마국 책임피디(CP·사진)는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별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상속자들>(에스비에스)과 처음 맞붙은 <비밀> 5회 때가 정말 흥분됐다. 수능 당일(11월7일) 실시간 시청률에서 2% 포인트 정도 뒤져서 잠도 안 오고 ‘끝에 가서 무너지는구나’ 했는데, 다행히 다음날 오전 발표된 시청률은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상속자들>과 열두번 맞붙어 한번도 안 밀렸다”면서 웃었다. 가장 최근 종영한 <비밀>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이 가장 번뜩였다.
황 책임피디는 지난 2년간 7편의 미니시리즈,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의 제작을 총괄했다. 현장에서 연출하는 피디가 감독 역할을 한다면, 책임피디는 전체 판을 짜고 관리하는 프로듀서(제작) 역할을 한다. 적극적으로 드라마에 개입하기도 한다.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와 <비밀>의 유보라 작가를 그가 발탁했다. 이현주 작가는 2010년 단막극 데뷔작(<나는 나비>)을 황 책임피디와 함께했고, 유보라 작가는 그가 2011년 단막극 공모 심사위원 때 ‘A+’를 준 인연이 있다.
“<학교 2013>은 방영 3개월 전에 메인 작가를 교체했다. 교육부에서 제작 지원금 20억원이 들어와서 극 배경이 학교여야만 했고, <마의>(문화방송)나 <드라마의 제왕>(에스비에스)과 맞붙어 대진도 안 좋았던 터라 기성 작가 영입은 어려웠다. ‘올곧게 작가적 관점으로 학교를 바라볼 수 있는 작가가 누구일까’를 고민하다 평소 잠재력이 많다고 느낀 이현주 작가를 섭외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 작가가 잘해줬다.”
황 피디는 <학교 2013>을 하면서 프로듀싱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학교1> 때 조연출이었고, <학교4>는 직접 연출했던 터라 <학교 2013>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는 예측 가능 영역과 예측 불허 영역이 있는데, 그 간극을 좁혀줄 수 있는 게 책임피디라고 생각한다. 피디는 연출에 집중하고 책임피디는 작품의 전략과 전술을 담당해야 하는데, <학교 2013> 때 프로듀서로서 희열을 느꼈다.” 이민홍·이응복 피디가 함께 연출한 <학교 2013>은 왕따와 교권 추락에 돌직구를 날리면서 시청률(최고 15.8%) 이상의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최대 이변을 연출한 <비밀>에도 황 피디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 <비밀>은 최호철 작가의 공모전 당선작이지만, 극과 캐릭터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는 유보라 작가였다. 유 작가를 메인 작가로 끌어올린 이가 황 피디다. “유 작가는 신인이지만 인물 묘사가 탁월하다.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고 외면보다 내면에 애정을 쏟는 실존주의적 작가로, 공감 가는 캐릭터를 만들낸다. 조정주 작가(<공주의 남자>, <힘내요! 미스터 김> 등) 이후 대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황 피디는 전략상 <비밀> 3·4부가 추석 때 방영되지 않게 하려고 편성국장 등을 끈질기게 설득해 첫 방송을 2주 늦췄다. “모든 상황이 집약된 3·4부가 추석 때 나가면 치명적이었다. 이응복 피디의 연출과 유보라 작가의 조합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밀어붙였다.” 편성 전략은 통했다. 5.3%로 시작한 <비밀>의 시청률은 4회에 두자릿수(10.7%)가 됐고 마지막 회(16부)는 18.9%를 찍었다. ‘안방 흥행 불패’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과 상반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야왕>에 출연했던 권상우의 <메디컬 탑팀>(문화방송)을 꺾었다.
신인 작가와 신인 피디의 등용문인 <드라마 스페셜>을 2년간 총괄하면서 느낀 바도 크다. 공모전 당선 작가와는 별도로 유능한 신인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인턴 작가제 부활을 회사에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블 드라마는 지상파와 차별화된 제작 노하우를 축적해 가는데 지상파는 자기 복제만 한다면 언젠가는 곪아터질 게 분명하다. 기성 작가들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신인들이 해야 할 몫이 앞으로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참신한 상상력을 가진 신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큰 나무가 될 때까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도 황 책임피디는 수많은 대본에 파묻혀 산다. “나는 스릴러 추리물이나 사회물 등 본격적인 장르물에 대한 욕심이 참 많다. 지금의 틈새시장이 미래의 주력 시장이 될 수도 있는데, 연출을 하든 책임연출자로 후배들의 조력자가 되든 노하우를 축적해나가고 싶다. 열편의 다큐보다 한편의 드라마가 더 파급력이 있고 사람들한테서 공감을 끌어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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