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준 대표(맨 오른쪽)를 비롯해 판타지오 임원들이 15일 액터스리그 3기 최종 오디션에 오른 한 지원자의 연기를 모니터로 보고 있다. 판타지오 제공
지원자 7054명 중 최종 12명 놓고
기획사 임원들 ‘매의 눈’으로 심사
참가자들 끼 발산하며 몰입 연기
5분 안팎 운명 결정…만족땐 10분
합격 팁? 완벽보다는 ‘여백’을 줘라
기획사 임원들 ‘매의 눈’으로 심사
참가자들 끼 발산하며 몰입 연기
5분 안팎 운명 결정…만족땐 10분
합격 팁? 완벽보다는 ‘여백’을 줘라
궁금했다. 연기자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래서 현장을 찾았다. 미리 지상파 방송국 책임피디한테서 “외모가 아닌 느낌을 봐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잘생긴 외모’는 10명 중 8~9명이 동의하지 않는 한 소용없단다. 요즘 선남선녀들이 좀 많은가.
15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판타지오 본사에서 액터스리그 3기 최종 오디션이 열렸다. 판타지오는 하정우·주진모·염정아 등이 소속된 기획사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티브이엔)에서 ‘삼천포’ 역을 맡은 김성균도 여기 소속이다.
2011년 처음 시작된 액터스리그를 거쳐 발굴된 서강준·강태오·공명은 ‘서프라이즈’라는 연기자 그룹으로 온라인용 드라마툰 <방과후 복불복>을 통해 데뷔했다. 이번에 뽑힌 신인들도 내년 여름 방영 예정인 드라마툰 시즌2에 주연급으로 나선다. 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액터스리그 3기에는 총 7054명이 서류 지원을 했고, 106명이 1차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최종 오디션에 오른 지원자는 12명. 나병준 대표를 비롯해 기획사 임원들이 매의 눈으로 마지막 심사를 했다.
프로필을 훑어보니 경력이 아예 없는 이들도 있었지만, 단편 영화 주연을 한 이들도 있었다.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했거나, 국가대표 복싱 선수로 뛰었던 지원자도 있었다. 그들의 꿈은 단 하나. ‘진짜 연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오디션 책임자인 양현승 본부장은 “서프라이즈 팀이 외모와 연기는 되는 편인데 노래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연기뿐 아니라 노래와 춤에 재능 있는 지망생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평가 기준에서 연기·노래·춤의 비중은 4:3:3이었다. 오디션은 30초 영상물을 본 뒤 지정 연기, 자유 연기, 특기 순으로 진행됐다. 30초 영상물에는 지원자의 민낯을 가깝게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것과 연기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망자들 모습은 프로필 사진과는 조금 달랐다. 역시 보정된 사진을 믿으면 안 된다. 지원자가 지정 연기인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심사위원은 없었다. 모두 왼쪽에 설치된 20인치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실물과 모니터 상의 모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 번째 지원자의 특기는 노래였다. 뮤지컬 삽입곡을 불렀는데 고음 처리가 능숙했다. 심사위원들이 중간에 노래를 끊지 않은 것을 보니 그들도 흡족했던 듯하다. 노래가 끝난 뒤 “가수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었냐”는 질문이 나왔다. “연기하는 가수가 아닌 노래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주위 권유에도 불구하고 참가하지 않았다”는 똑 부러진 답이 돌아왔다.
1번 참가자에 할애된 오디션 시간이 10여분. 하지만 2번 참가자는 4분 만에 끝났다. 질문도 없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했다. 평균 5분 안팎에서 그들의 운명이 결정됐다. 양현승 본부장은 “사실 어제(14일) 최종 오디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안무, 보컬 수업, 연기 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그때 연습 태도나 인성 등을 두루 살폈다. 최종 오디션 때는 20여명 앞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끼’를 보여주려는 지원자들의 노력은 절절했다. 한 지망생은 연기 도중 몰입을 해서 눈물을 흘렸고, 서울예대 연기과에 재학 중인 한 지망생은 “나 때문에 졸업 작품 촬영도 미뤄졌기 때문에 꼭 붙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긴장 때문인지 ‘목소리 키’에 대한 질문에 “신발 벗고 재면 179㎝”라고 답하는 이도 있었다.
12명을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40여분. 잠깐의 휴식 뒤 판타지오 임원들은 1시간 넘게 회의를 했다. 몇몇 지원자들에 대한 의견이 갈려 회의가 길어졌다고 했다. 양 본부장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전 가능성이고, 매니지먼트사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최종 오디션을 통해 남녀 각각 2명씩 추려졌지만 마지막 심층 면접을 보기로 했다. 오디션 시간이 가장 길었던 참가자는 면접 대상에 들었다.
전국에 연기 관련 대학 학과만 100여개다. 연기 학과 입시 학원이 수십여 개고, 각종 오디션을 위한 맞춤형 실무 학원들도 난립해있다.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것도 바늘 귀 통과만큼 어렵다. 연기 지망생들의 든든한 둥지가 될 기획사 오디션에 통과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여백’이란다. 양 본부장은 “서류 지원에서 과도한 보정은 오히려 해가 된다. 성형도 마찬가지다. 연기는 유연성이 있어야만 한다. 완벽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이 있는 게 오히려 낫다”고 조언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판타지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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