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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2013 MAMA’ 시상식, 상보다 음악이 빛난 거대 음악 공장

등록 2013-11-23 11:21수정 2013-11-23 11:29

마마/스티비 원더
마마/스티비 원더
거대한 공장이었다.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톱니바퀴는 자못 차가워 보이기까지 했다. 자세히 보면 톱니바퀴와 맞물려 스피커·시디(CD) 등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하얀 작업복에, 하얀 안전모를 쓴 이들도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가상의 음악 공장 같은 무대.‘2013 마마’(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의 출발점은 거기에 있었다.

22일 밤 홍콩 퉁칭 아시아월드엑스포센터. 4시간여 동안 가동된 음악 공장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강렬한 에너지를 토해냈다. 그리고, 마지막엔 큰 울림이 있었다. 다른 나라, 다른 음악가들이 만들어낸 다른 빛깔의 음악이었으나 관중은 하나가 됐다.“하나 된 음악, 하나 된 사람들, 하나 된 세계”라는 세계 음악계 거장 스티비 원더의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마마/엑소
마마/엑소

개막 공연부터가 ‘음악은 하나’라는 주제를 녹이고 있었다. 폭발적인 가창력(자우림)과 쉼없이 쏟아내는 랩(이하늘·박재범), 그리고 몸의 음률인 춤(엑소 카이)이 어우러져 한 무대를 완성해냈다. 이들과 함께한 하얀 작업복의 백댄서들이 힘차게 흔들어댄 거대한 깃발 때문인지 웅장해보이기까지 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가수들이 함께한 콜라보레이션(협업) 무대는, 올해로 5번째를 맞은 ‘마마’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특히 크레용팝과 일비스의 협업은 동서양의 코믹 음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관중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마마/크레용팝
마마/크레용팝

베가드와 바드 형제로 구성된 일비스는 지난 9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더 폭스’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2억4000뷰 이상을 기록하면서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한 노르웨이 코미디 듀오다. 일비스를 ‘유브이’(UV)라는 그룹으로 코믹한 노래들을 발표했던 개그맨 유세윤이 소개한 것도,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더 폭스’는 ‘강아지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하고 우는데 여우는 어떤 소리를 내지?’라는 우스꽝스런 가사를 담고 있다.

여우 복장을 한 일비스는 자신들이 창조해낸 온갖 여우 소리를 라이브로 소화한 뒤 ‘빠빠빠’노래에 맞춰 크레용팝과 7기통 춤을 선보였다. 사전 인터뷰에서 일비스는 “‘빠빠빠’ 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협업 요청을 받았는데, 듣자마자 따라불렀다. 씻을 때 ‘샤워!샤워!’하며 점핑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해외 인기 가수’(인터내셔널 페이보릿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뒤에는 “아시아에서의 인기를 이제야 확인 중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마마/박재정-주쟈쟈
마마/박재정-주쟈쟈

‘아시아 음악의 기대주’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 케이5> 우승자 박재정과 <슈퍼스타차이나> 우승자 주쟈쟈가 꾸민 ‘우리는 슈퍼스타’ 무대도 눈길을 모았다. 박재정의 매력적인 중저음과 주쟈쟈의 매끄러운 고음이 조화를 이뤘다. 이밖에도 아이코나 팝의 ‘아이 러브 잇’을 투애니원 씨엘이 함께 부르기도 했다. 글로벌 음악 축제이기에 볼 수 있던 장면들이었다.

엑소와 빅뱅은 케이팝을 이끄는 한류스타로서의 위용을 한껏 뽐냈다. 그들이 공연할 때는 거의 모든 관중들이 일어서서 엄청난 환호를 쏟아냈다. 이들을 보기 위해 공연장 앞쪽으로 가려는 팬들을 제지하기 위해 안전요원들이 진땀을 뺄 정도였다. 오랜 만에 다섯 명의 멤버들이 다 모인 빅뱅은 ‘판타스틱 베이비’를 부르면서 이효리, 소녀시대 효연·서현에게 춤을 유도하기도 했다. 빅뱅은 올해 시상식에 모인 아이돌 그룹 중 가장 데뷔 연도(2006년)가 빠른 그룹이었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올해의 가수’를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하며 ‘2013 마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의 깜짝 무대는 비였다. 일본 4개 도시 투어를 진행 중인 그는 전날(21일) 오사카 공연을 마치고 홍콩으로 날아와 ‘태양을 피하는 방법’, ‘레이니즘’ 등을 불렀다. 지난 7월 전역 후 안방팬들을 위한 첫 복귀 무대였다.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는 원형 무대 세트가 위로 올라가면서 세트 밑으로는 비가 내리는 것처럼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비는 아직 방영 채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12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안방팬을 찾아갈 예정이다. 일본 투어 장면과 내년 1월6일 발표하는 앨범 준비 모습 등 비의 진솔한 모습이 담긴다.

마마-스티비 원더
마마-스티비 원더

마지막 무대는 ‘거장’ 스티비 원더의 몫이었다. 스티비 원더는 씨스타 효린·홍콩 4대 천황 곽부성과 함께 ‘아이 저스트 콜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를 열창했다. 동서양의 목소리가 만나 절묘한 하모니를 이뤄낸 감동의 무대였다. 스티비 원더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객석의 가수들은 일어서서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스티비 원더는 “어릴 적에는 미국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여러분과 함께 있다. 이것이 음악의 혼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은 사랑과 사람에 대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마’의 음악 공장은 특별 초청된 패리스 힐튼의 디제잉으로 문을 닫았다.

여느 때보다 다양해진 협업 무대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 ‘마마’였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올해의 노래’를 ‘바운스’(조용필) 로 정하고 스티비 원더를 초청하는 등의 균형감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아이돌의,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을 위한’ 무대는 여전했다. ‘아시아 음악 축제’라고 하지만 제이팝을 이끄는 일본 가수들은 출연하지 않았고, 베트남·인도네시아·타이 등의 로컬 가수들도 비디오를 통해서만 수상 소감을 전했을 뿐이다. 또한 객석의 지드래곤이나 엑소의 얼굴이 카메라에 담길 때마다 무대 위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관중의 환호가 터지는 것을 알면서도 스티비 원더 등이 말을 할 때 엑소, 빅뱅 등을 종종 비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상’보다는 ‘음악’이 빛났다는 점에서 ‘마마’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밤이었다.

홍콩/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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