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한국방송2)
유보라 작가 KBS 수목극 ‘비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초반 흥행
경쟁하는 기성작가들 긴장시켜
‘직장의 신’ ‘학교 2013’ 작가도
단막극 공모전 출신 실력파 신인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초반 흥행
경쟁하는 기성작가들 긴장시켜
‘직장의 신’ ‘학교 2013’ 작가도
단막극 공모전 출신 실력파 신인
<비밀>(한국방송2·사진) 14.6%, <상속자들>(에스비에스) 10.5%, <메디컬 탑팀>(문화방송) 7.0%.
지상파 3사 수목극의 최근 시청률(10일·닐슨코리아)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쟁쟁한 기성 작가를 긴장시키는 신인 작가의 역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비밀>은 <한국방송>에서 기대주로 평가받는 유보라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 작가는 2011년 단막극 극본 공모 최우수상 수상자로, 그동안 <태권, 도를 아십니까>, <상권이>, <연우의 여름> 등 단편 드라마만 써왔던 터다. 그의 작품과 겨루는 <상속자들>은 <파리의 연인>과 <시크릿 가든> 등 동시간대 1위를 자랑하는 드라마를 써온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누가 봐도 싸움이 안 되는 매치업이었다. 원고료만 해도 두 작가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공부의 신>과 <브레인> 등을 쓴 윤경아 작가의 <메디컬 탑팀>은 아예 <상속자들>만 경쟁작으로 보고 첫 방송을 1주일 연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주 뚜껑을 열고 보니 시청률 1위는 <비밀>이었다. 초보 작가의 대반란이다.
<비밀>은 연인을 죽인 여자에게 복수를 하다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격정 멜로’다. 뻔한 통속극 같지만 절절한 대사, 세밀한 연출, 배우의 연기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몰입도를 배가시키고 있다. 6부에서 죽은 아버지의 옷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아내며 “빨지 말걸 그랬다. 아빠 냄새 더 나게”라며 절규한 황정음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유 작가뿐 아니라 올해 한국방송에서는 유독 신인급 작가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직장내 ‘갑을 관계’를 조명한 <직장의 신>의 윤난중 작가, 교권 추락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가 지상파 장편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으로 열연한 김혜수는 “<직장의 신>의 성공에는 일본 원작(파견의 품격)이 아니라 윤난중 작가의 힘이 컸다. 필력이 좋고, 아이디어도 좋고, 구성 관점도 좋다. 자기 색깔로 쭉쭉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유보라·윤난중·이현주 작가는 공모로 발탁된 뒤 2010년 부활한 한국방송 단막극(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기량을 갈고닦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종영한 <굿닥터>의 박재범 작가도 지상파 장편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단막극 <드라마시티>(한국방송)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2012년 단막극 공모 최우수상 수상자인 채승대 작가는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감격시대>를 준비 중이다.
황의경 한국방송 책임피디(CP)는 “유보라 작가 등은 단막극의 존재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막극에서 파생된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단막극을 유지시킬 이유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방송은 해마다 20편 정도의 단막극을 선보이고 있는데, 편당 1억원가량 제작비가 드는데 광고는 거의 붙지 않아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일부 기성 작가들은 자신의 틀에 갇혀 자기 복제를 거듭하는 한계를 보이는 데 반해 단막극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신인들은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버리고 수작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신인 작가들의 도전이 반향을 일으켜 기성 작가들에게도 자극제가 된다면 무너진 드라마 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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