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1텔레비전 3부작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의궤>)
KBS1 ‘의궤, 8일간의 축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행렬
3D·드라마로 생생하게 복원
“정조 이야기, 현재와 닮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행렬
3D·드라마로 생생하게 복원
“정조 이야기, 현재와 닮아”
1㎞가 넘는 왕의 행렬 앞에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한강이었다. 한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 왕은 어떻게 다리를 건넜을까.
궁금하다면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 3부작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의궤>·사진)를 보면 된다. 36척의 배를 연결해 만든 거대한 배다리를 이용해 왕과 수행원들이 한강을 건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총 5분의 장면을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이 6개월, 최종 완성물을 뽑는 데만 1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는 새발의 피일 뿐이다.
제작기간 2년, 출연자 1000여명, 연인원 3700여명의 스태프, 총 제작비 15억원이 투입된 대작 <의궤>는 10일 밤 10시에 첫 회가 방송된다. 의궤는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국가공식기록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현재 3895권이 전해지고 있다. <의궤>는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사도세자 부인)의 회갑연을 위해 나선 8일간의 행렬을 담은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다큐와 드라마,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화려한 영상으로 복원했다. 당시 정조의 행렬은 수행원 6000여명에 말 1400필, 현재 가치로 약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국가 행사였다. 제작진은 조선 500년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이 축제에 사도세자 사후 33년을 기다린 정조의 눈물과 복수가 숨겨져 있다고 판단한다.
<의궤>의 최필곤 피디는 7일 한국방송 본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조의 이야기가 현재와 굉장히 닮았다. 한 국가에 있는 특정한 이익들이 특정한 세력에만 집중돼 있는데, 그것을 뺏어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이야기가 8일간의 축제에 담겼다. 큰 일 하시는 분들의 백성, 국민에 대한 마음이 옛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연출 취지를 밝혔다. 이어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8일 뒤 숨졌고, 정조는 (어머니 회갑을 맞아) 8일 동안 행렬을 했다. 8일간의 축제는 또한 여덟 글자의 제목(원행을묘정리의궤)으로 총 8권에 걸쳐 기록됐다. 일종의 뫼비우스 띠를 형상화한 것 같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의궤>는 에이치디(HD) 방식 카메라의 2배 해상도를 자랑하는 고화질 4케이(K)급 카메라를 이용해 3차원(3D)기법으로 촬영돼 초고화질 영상을 자랑한다. 백홍주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두 대 사용해 촬영했는데, 카메라 자체(30㎏ 상당)도 무겁고 제약 상황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김규효 한국방송 기획제작국장은 “제작진이 피땀 흘려 만든 이 작품이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세계기록유산인 의궤를 첨단 특수영상 기술로 복원한 데 의의가 있고, 3차원으로 문화유산을 보관할 수 있고,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기자 이성민이 내레이션, 그룹 긱스의 정재일이 음악을 맡았다.
1부 ‘사중지공, 축제의 두 얼굴’에 이어 2부 ‘불취무귀, 취하지 않는 자 돌아갈 수 없다’는 17일 밤 10시, 3부 ‘의궤 다이어리, 오늘은 기쁜 날’은 24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후 드라마 부분을 강조해 70~80분물로 압축한 뒤 연말께 극장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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