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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류현진과 함께 풀타임 등판…“수술 다음날 중계 눈치 못챘죠?”

등록 2013-09-16 19:24수정 2013-09-17 14:39

엘에이 다저스 류현진 선발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민훈기 야구전문기자(왼쪽부터), 허구연 해설위원, 한명재 캐스터.
엘에이 다저스 류현진 선발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민훈기 야구전문기자(왼쪽부터), 허구연 해설위원, 한명재 캐스터.
문화방송 중계 3인방

모니터 보고 현장중계 죽을맛
이름 까다로운 선수 발음 골치
위성송출 중단때 관록 돋보여
“류, 슬라이더 더 다듬어야” 충고
방송 1분 전, 부조정실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 3, 2, 1.’ 곧이어 카메라는 스튜디오를 비추고, 한명재 <엠비시스포츠플러스> 캐스터를 비롯해 허구연 <문화방송> 야구해설위원, 민훈기 야구전문기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프로야구 엘에이(LA) 다저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다. 류현진과 함께 <엠비시스포츠플러스> 중계진도 올해 풀타임 선발 등판했다. 스포츠 현장과 시청자들의 가교 구실을 하는 그들은 목소리로 화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중계 준비는 녹록지 않다. 다저스와 상대 팀 기록을 살피고, 각 팀 보도자료, 인터넷 프리뷰 기사를 읽는 것은 기본이다. 현장의 국내 기자들이나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 전 상황을 전해 듣는다. 허 해설위원은 12일 류현진 경기가 끝난 뒤 문화방송 인터뷰에서 “경기 전 백 개를 준비했다고 하면, 다섯 개에서 열 개 정도밖에는 풀어놓지 못한다. 1984년 이후 30년 동안 거의 매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참관하고 꾸준히 메이저리그를 봐온 게 그나마 도움이 된다”고 했다.

1997년 스포츠 아나운서 데뷔 뒤 2004년까지 주로 메이저리그 중계를 담당한 한 캐스터는 “7~8년 (메이저리그 중계) 공백이 있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시즌 초에는 (한 경기를) 이틀도 준비했는데, 한 팀씩 상대하다 보니 지금은 그나마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까다로운 선수들 이름 때문에 여전히 골치는 아프다. 현지 발음대로 표현했더니 표준 외국어 발음과 다르다고 지적받기도 한다.

현지 중계가 아니라서 현장 상황은 순전히 모니터에 의존해야 한다. 시청자와 똑같은 화면을 보면서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비 위치 변화(시프트) 등을 정확히 짚어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정상적 수비 위치에서는 잡을 수 있는 타구이기에 아웃될 것처럼 말했는데 수비수 위치 변화 때문에 안타가 됐을 때 참 난감하다. 갑작스런 투수 교체도 당황스럽다. 현지 중계진이 상황을 설명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장에 나가면 더그아웃이나 불펜 상황, 수비 움직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모니터만 보고 중계하는 터라 굉장히 부담스럽다. 특히 홈런 나올 때가 애매모호한데, ‘아나운서가 타구 판단도 못하느냐’며 엄청 욕먹고 있다. 200살까지 살 것 같다. 허허허.”(한 캐스터)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8월20일 마이애미전은 위성 수신 문제로 10분간 화면이 송출되지 않았다. 인터넷 중계는 계속됐기 때문에 침착하게 앞 상황을 정리하면서 한 이닝을 화면 없이 중계했다. 베테랑들의 관록이 엿보인다. 한 캐스터는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중계 때는 현지 중계가 없는지도 모르고 오프닝 멘트를 하고 중계를 시작했다가 40분 동안 해설자와 토크쇼만 하다가 사과하고 방송을 접은 적도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인터넷이 있어서 중계 환경은 훨씬 낫다”고 말했다.

허 해설위원은 수술 다음날도 류현진 경기를 중계했다. 7월 초 담낭결석 수술을 받은 뒤 10여일의 입원 기간 도중 두 차례나 병원에서 나와 카메라 앞에 앉았다. 한 캐스터는 “시청자 누구도 수술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허 해설위원은 “오후 3시에 모친상을 당하고도 오후 6시 야구 중계를 했다. 방송이 그렇게 무섭다. 해설자나 캐스터나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중계 시간 동안은 사사로운 생각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국내 프로야구도 중계한다. “조강지처(국내 프로야구)를 놔두고 아주 까다로운 애인(메이저리그)과 바람을 피우는 느낌”(한 캐스터)도 든단다. 밤 11시까지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하고 이튿날 새벽 5시의 메이저리그 중계를 준비한 적도 있다. 12일에도 한 캐스터는 3시간 넘는 류현진 경기 중계를 마치고 국내 야구 중계를 위해 곧바로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올해 ‘더블 중계’가 3~4차례 있었다. 허 해설위원은 “쉬는 날이 거의 없이 야구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스케줄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여줬다.

이들은 류현진의 대활약을 예상했을까. 한 캐스터는 “제구도 좋고 잘했던 터라 두 자릿수 승수는 예상했다. 평균자책은 3.5~4점대로 예상했는데, 참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허 해설위원은 “국내 프로야구를 거쳐간 순수한 ‘메이드 인 코리아’ 완제품 투수로 10승만 하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내년이 걱정되기도 하는데 슬라이더 제구만 가다듬으면 체인지업과 함께 스트라이크존 좌우폭을 넓힐 수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의 등판 예정일은 17일. 이들의 등판일도 17일이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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