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보니하니’, 사진 교육방송 제공
지상파, 수익성 이유 편성 뒷전
영유아 애니메이션은 과열경쟁
EBS ‘보니하니’ 그나마 장수
KBS, 새달 어린이 드라마 준비
영유아 애니메이션은 과열경쟁
EBS ‘보니하니’ 그나마 장수
KBS, 새달 어린이 드라마 준비
초등학교 2학년 신영이(서울 목동). 방학이라서 텔레비전 앞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막상 볼 게 없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한참 채널 서핑을 하다가 멈춘 곳은 어른들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문화방송)이나 <런닝맨>(에스비에스) 재방송 채널이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적은 탓이 크다. 왜일까?
지상파 3사 어린이 프로그램은 현재 오후 3~5시대에 집중적으로 편성돼 있다. “아이들의 생활습관 변화”를 이유로 들지만, 사실상 오전 시간대에 아침드라마를 편성해 광고를 팔려는 목적이 더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수익성이 거의 없어 지상파에서는 그냥 편성을 위한 편성으로만 남아 있다”고 했다.
지상파의 ‘허전함’을 메워주는 최대 창구는 <교육방송>(EBS)이다. 1982년 시작된 <딩동댕 유치원>은 여전히 월~목요일 오전 8시에 유아들을 찾아가고, 초등학생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사진)가 10년 넘게 오후 5시40분에 방송중이다. 국내 유일의 어린이 공개방송 <모여라 딩동댕>(토요일 오전 8시30분)은 ‘번개맨’을 탄생시키며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은 지난해 돌풍을 일으키며 4위의 흥행 성적을 냈다. 이은정 교육방송 유아어린이특임부장은 “<보니하니>가 이외수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20대 문하생들이 자신들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랐다고 (인터뷰를) 꼭 하라고 부추겼다고 했다.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 어린이 채널은 오후 6시 전후를 ‘프라임 타임’으로 본다. 이때는 ‘킬러 콘텐츠’가 방영되는데, <투니버스>는 <짱구는 못 말려>, <챔프>는 <도라에몽>, <재능티브이>는 <포켓몬스터> 시리즈, <니켈로디언>은 <스폰지밥>을 주로 방영한다. 채널 수(현재 19개)는 급격히 늘어난 데 반해 어린이 대상 광고 시장은 점점 약화돼 채널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아이피티브이(IPTV)와 스마트폰 등 어린이용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매체나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올해 케이블 어린이 채널 전체 광고 수입은 작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민석 재능티브이 편성팀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첫방’(첫 방송) 메리트가 엄청 강해졌다. 광고가 붙는 ‘첫방’을 따내기 위한 베팅액이 늘어나 재정적 부담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했다. 평균 시청률 3%를 보장하는 <짱구는 못 말려> 등 킬러 콘텐츠를 방송하기 위한 출혈도 만만찮다. 독점을 위해서는 예전 시즌에 대한 로열티까지 전부 지불해야만 한다.
<뽀로로>, <로보카 폴리>, <또봇> 등의 성공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이 영유아 대상으로만 몰리는 것도 콘텐츠 섭외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어린이 채널에서 방영중인 애니메이션의 60%를 차지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도 2~3년 전부터 경기침체로 전편 흥행에 기댄 속편들만 만들어지고 있다. 투니버스 이현정 편성마케팅팀 과장은 “애니메이션이 5살 미만의 영유아에만 집중되면서 케이블 채널 간 저연령 시청자 ‘나눠 먹기’가 극심해졌다”고 밝혔다.
라이브액션 프로그램 자체 제작도 여건상 쉽지 않다. 노민석 팀장(재능티브이)은 “<와글와글 키즈짱> 등을 공들여 만드는데도 아이들이 보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현정 과장(투니버스) 또한 “어린이 보호 명목상 편성과 광고 규제가 많아 수익 창출이 불리한 부분이 많다. 제작비를 마이너스로 안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교육방송은 2년 전 일반인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찍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그렇다고 어린이 프로그램이 마냥 사양길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투니버스가 방송중인 판타지 어린이 드라마 <벼락 맞은 문방구>는 케이블로는 꽤 높은 2% 안팎의 시청률을 보인다. 어린이 대상 버라이어티쇼인 <막이래쇼> 또한 평균 시청률이 4.8%(7~12살 기준)가 나온다. 수요층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방송>도 9월부터 <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24부작)를 내보낸다. 2006년 <화랑전사 마루> 이후 한국방송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어린이 드라마다. <보니하니> 외에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이 없는 교육방송도 내년에 새로운 어린이 드라마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은정 부장(교육방송)은 “<비비시>(BBC)가 불황을 겪을 때도 어린이 쪽 제작비 삭감률이 가장 적었다. 그만큼 어린이 프로그램을 중요시한다.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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