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티브이엔 제공
할배1(H1) 나이 80. 늘 앞만 보고 달려간다. 호기심도 많고 적극적으로 외국 문물을 보려고 한다.
할배2(H2) 나이 78. 엉뚱하지만 의미있는 말을 많이 한다. 막내와 늘 티격태격한다.
할배3(H3) 나이 74. 겉보기와 달리 분위기 메이커다. 형들과 아우의 조율자 역할을 한다.
할배4(H4) 나이 70. 좌충우돌 철부지 막내다. 늘 사건의 중심에 있다.
안방극장을 주름잡던 ‘할배’들이 처음으로 ‘리얼 예능’에 도전했다. ‘에프포’(F4: 꽃미남 4인방)가 아니라 ‘에이치포’(H4: 할배 4인방)다. 평균 나이 75.5살인 이들이 함께 9박10일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실버 세대를 위한 고품격 맞춤 여행이 아니라 배낭여행이다. 비좁은 게스트하우스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 옆에서 밥도 먹는다. <1박2일>(한국방송2)에서 출연진을 한껏 괴롭힌 나영석 피디가 연출했으니 상황이 짐작 가능하다.
‘에이치포’의 맏형 이순재는 최근 <티브이엔> (tvN)의 <꽃보다 할배>제작발표회에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궁, 스트라스부르 성당 등을 둘러봤는데 부담 없이 기분 나는 대로 마음대로 떠들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노인들이 주책만 떨다가 온 게 아닐까도 싶은데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 피디는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걸어갔던 이순재에게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안겼다.
두번째 서열의 신구는 “마이크 차고 카메라가 계속 옆에 붙어 있어서 어색하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적응했다”고 말했다. “우리도 젊은이 못지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박근형은 여행 기간 동안 아내에게 하트 모양을 넣은 문자메시지를 계속 날려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다. 할 말이 가장 많은 이는 막내 백일섭이었다. “만으로는 69살”이라고 끝까지 우긴 그는 “결혼하고 35년 만에 처음으로 열흘 동안 집을 비웠다. 처음에는 집에 가고만 싶었는데 나중 되니까 시간이 금방 갔다”고 했다.
어르신 4명만 배낭여행을 갔다면 분명 불편했을 것이다. 젊은 ‘짐꾼’이 등장한다. <이산>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춘 이서진(43)이다. 미국 대학을 나온 유학파 이서진은 짐꾼이자 통역, 그리고 가이드 역할까지 맡는다. 처음에는 써니(소녀시대), 현아(포미닛) 등 걸그룹 멤버들과 가는 줄 알고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는 그는 인천공항에서 ‘에이치포’와 마주하고 얼굴이 사색이 됐다. 이서진은 “어릴 적 아버지·할아버지와 함께 여행 가는 기분이었다. 처음에 닷새 정도는 혼자 국경을 넘어 도망갈 생각을 할 정도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순재 등은 “이서진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마워했다.
나영석 피디는 “배낭여행이라는 게 청춘의 전유물이 돼버렸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이 도전하면 어떨까 해서 기획했다. 여행 중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우리네 아버지·할아버지들의 인생 이야기가 특별한 재미와 울림, 공감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5일 저녁 8시50분에 첫 회가 방송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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