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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그는 아직 ‘오수’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등록 2013-04-06 08:56수정 2013-04-06 09:21

SBS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한 조인성. 아이오케이 제공.
SBS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한 조인성. 아이오케이 제공.
언뜻 보면 ‘차도남’, 다시 보면 ‘따도남’
“스스로의 연기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인다.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70점 정도”란다. 대중의 큰 호응도에 비해 다소 모자란 점수다.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이 세상에 연기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 사람들 앞에 서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느낌이 든 적이 많았고, 잘난 척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모자란 30점은? “앞으로 30년 동안 10년에 한번 10점씩 채워나가겠습니다.”

언뜻 보면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같지만, 다시 보면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같은 조인성(31). 3일 종영된 <에스비에스>(SBS)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그 겨울>)에서 ‘살고 싶지 않은’ 절망적 상황에서 사랑 때문에 ‘더 살고 싶은’ 의지를 품게 되는 ‘오수’ 역을 맡아 진짜배기 연기를 보여줬다. 5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가슴속 모든 것을 원 없이 쏟아냈기 때문인지 종영 파티 다음날 노희경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다고 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울었는데, 너무 울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6개월 동안의 긴 프로젝트를 마친 뒤였으니까 허탈감일 수도 있고, ‘배우’로서 움직여지다가 딱 끊겼을 때의 섭섭함도 있었던 것 같고요. 노 작가님께 ‘정말 장난 아닌, 대단한 드라마였다’ 하니 작가님이 ‘그러니까 연기 대충하지. 명줄 줄어드는 연기였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더 울컥해지더라고요.”

2005년 <봄날> 이후 8년 만의 드라마 출연. 영화 <쌍화점>을 기준으로 해도 무려 5년 만의 연기다. 군 입대 전후, 그리고 영화 <권법>의 촬영이 차일피일 연기되면서 대중 앞에 서는 게 계속 미뤄졌다. 박광현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 택한 <권법>은 아직도 촬영 대기 상태다.

 30대 들어 처음 펼친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조인성은 겉으로는 냉소적이고 거칠지만, 가슴속으로는 첫사랑을 잃은 슬픔과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오수’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스스로는 “<그 겨울> 대본을 받을 때부터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감정선이 복잡한 오수를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쉬는 동안 대사를 중얼거려 봤는데 감정은커녕 말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 모르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선생님(노희경 작가)이 나한테 왜 이러시지. 진짜 뭘 믿고 이런 걸 주시지’라는 생각까지 했었을까. 그런 상황에서 노희경 작가 작품의 단골 배우 배종옥이 그에게 한마디 했단다. “야, 죽지는 않아. 해봐. 언제 배우가 이런 기회가 있겠니.” 마지막 촬영 뒤 든 느낌은 “드디어 끝났다”였다고.

조인성은 <그 겨울>에서 오영 역을 맡은 동갑내기 송혜교(31)와 함께 정말 많이 울었다. “남자 배우는 눈물 연기가 힘들어요. 나중에 패러디되기도 해서 더욱 부담감을 느끼는데, 시청자들이 그 감정을 따라오기만 한다면 어떻게 우느냐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9부, 10부 지나니까 선생님이 그만 울라고 하셨는데, 대본에는 ‘운다’, ‘운다’, ‘운다’ 써 있었죠. ”(웃음)

5년 만에 재개한 ‘배우 조인성’으로서의 여정은 6개월 만에 끝났다. 다시 ‘인간 조인성’이다. 언제 다시 ‘배우 조인성’을 볼 수 있을까. 그도 딱히 답이 안 나오는 듯했다. 취재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을 정도였으니까.

“<그 겨울>을 보신 분들께 ‘오수’를 잊을 만한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 싶어요.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봄날>로 넘어갈 때, <발리에서 생긴 일> 캐릭터가 <봄날>에 겹쳐지는 면이 있었거든요.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고 해도 1년은 걸릴 것 같고, 드라마도 그렇고. 그래서 현실적으로 1년 뒤에 보자는 말밖에 못할 것 같아요.”

조인성은 “지금은 다시 못 올 수도 있는 이 순간을 그냥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도 아직은 ‘오수’를 떠나보내지 못한 듯했다. ♣H6s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아이오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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