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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사람] “요리다큐 잘 찍으려 유학…이번엔 요리실”

등록 2013-01-03 19:45

이욱정 PD
이욱정 PD
새 다큐 ‘요리인류’ 준비하는 ‘누들로드’ 이욱정 PD
휴직뒤 ‘르 코르동 블뢰’ 유학
신작 위해 주방작업실도 마련
“식문화는 인류 지혜의 총체”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요리작업실. 유리 문짝에는 ‘요리인류’란 글자가 적혀 있다. 99㎡ 크기의 공간에 들어서자 흰색의 우아한 주방과 화덕이 눈에 들어온다. 화덕에서 이욱정(사진) <한국방송>(KBS) 피디가 피자를 꺼낸다. 직접 빚은 반죽덩이에 질 좋은 치즈와 버섯을 올려 구웠다. 그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화덕 피자는 수준급이다.

2008년 제작·방영한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7부작)로 그는 국내외 방송상을 휩쓸고 30여개 나라로 수출도 하며 피디로서 전성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그는 2009년 말 돌연 방송사를 휴직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런던 캠퍼스를 2년 만에 마치고 어엿한 요리사가 되어 돌아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피디는 피사체와 일체가 돼요. 촬영 현장 안에 자신이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하죠. 훌륭한 스포츠 피디가 운동을, 좋은 바둑 피디가 바둑을 둬 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좀더 깊이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요리공부 길을 떠났다는 얘기다.

그가 2년간의 요리사 수업 경험을 모아 최근 한 권의 책을 냈다. <쿡쿡>(문학동네 펴냄). 부제는 ‘누들로드 피디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다. 40대 이씨는 전세계에서 모인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칼과 도마를 생명의 동아줄인 양 붙잡았다. 완전 초보자를 두고 부르는 ‘주방의 얼간이들’ 그룹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전세금을 탈탈 털어 떠난 유학길, 월세가 밀려 괴로움도 겪었다. 음식문화에 대한 그의 철학이 맛깔스러운 글에 녹아 있다.

타고난 미식가인 그가 요리프로 전문 피디가 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조부와 부모도 미식가였다. 연세대 교수였던 아버지는 외식을 하면 차림표에 나온 음식은 죄다 주문하라고 했다. 그 덕에 각각 다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게 됐다. “남겨도 된다고 하셨죠. 덕분에 엥겔계수가 지나치게 높았어요.”(웃음) 어머니는 작은 한옥 재래식 부엌에 미군부대에서 구한 오븐을 들여와 피자를 구웠다. “이탈리아 파전이라고 했죠.” 순대도 직접 만들었다. 그의 초등학교 때 풍경이다.

그는 요즘 ‘요리인류’에 빠져 있다. <요리인류>는 2014년 한국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인 8부작 다큐멘터리다. 상수동 요리작업실은 이 프로를 위해 마련한 전초기지다.

“지구상 6000개였던 언어가 지금 500여개도 안 남았다고 하잖아요. 요리도 마찬가지 운명 같아요. 식문화는 인류가 자연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살아남은 지혜의 총체죠.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라지고 있는데 안타깝죠. 그 안에 우리가 처한 먹을거리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도 있죠.”

일부 촬영을 마친 미국에서는 인류 최초의 발효빵의 흔적도 찾아냈다. 곧 북아프리카·중동·인도대륙 등으로 떠날 예정이다. 요리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했다.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셰프 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면 좋겠어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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