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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언론사들 유례없는 장기파업…
종편은 대선 편파보도 ‘얼룩’

등록 2012-12-25 20:24수정 2012-12-25 20:27

5가지 열쇳말로 본 2012 언론

2012년 언론계 최대 이슈는 단연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장기 파업이다. 1월 말에 시작해 170일의 기나긴 싸움을 벌인 <문화방송>(MBC) 구성원들을 비롯해, <한국방송>(KBS)·<와이티엔>(YTN)·<연합뉴스> 등의 노조원들은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 보도를 요구하며 펜과 마이크를 내려놨다. 정부가 지상파의 시장 독과점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출범시킨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초라한 성적표, 언론 장악에 앞장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구속, 대선을 앞두고 폭로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기도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매달린 언론 장악의 적폐가 한꺼번에 폭발한 해였다.


1. 초유의 언론 대파업
MBC 170일·KBS 95일·국민일보 173일…낙하산 퇴진·공정언론 사수 투쟁

언론계는 사상 유례없는 장기 파업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에 저항했다. 양대 공영방송인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 노조가 각각 170일과 95일간 파업했고, 기간 통신사 <연합뉴스>는 100일, <국민일보>도 173일 동안 파업을 겪었다. <와이티엔>(YTN) 노조는 단계별 파업을 이어갔다. 대체로 파업 명분은 ‘공정 언론 사수’와 ‘낙하산 사장 퇴진’이었다. 특히 문화방송에서는 <피디수첩>등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 등에 대한 해고와 징계가 잇따라 가장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무용가 정아무개씨에 대한 20여억원의 특혜성 지원과 법인카드 유용 등 비리 의혹까지 제기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표면적으로 연쇄 파업은 언론계에 큰 상처만 남겼다. ‘낙하산 사장’은 물러나지 않았다. 올해 파업 기간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언론인 21명이 해고됐고 400명 이상이 정직 등 징계를 당했다. 그러나 언론사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정권 편향적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의식이 높아졌다. 대선 뒤 기성 언론을 대신할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2.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시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시도 탄로…강탈논란에 설립과정 등 공론화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문화방송과 <부산일보>지분 매각을 위한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10월 <한겨레>보도로 밝혀졌다.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문화방송 지분 30%의 매각 대금을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지원에 쓴다는 계획까지 드러나 대선 개입 논란까지 일었다. 이 보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0여년간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수장학회의 강탈 논란으로 이어져, 5·16 직후 박정희 군부가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정수장학회를 만든 과정 등이 새삼 공론화됐다. 한겨레 보도 뒤 문화방송은 <뉴스데스크>를 통해 ‘도청 의혹’을 제기하거나 ‘사실 왜곡’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담은 보도를 연이어 내보내 ‘경영진이 뉴스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화방송은 또 사건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한겨레를 상대로 해 정정보도와 2억원의 손해배상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했다. 고발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최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영장에 적히지 않은 것까지 압수해 과잉 수사 논란도 일었다.


3. ‘방통대군’의 몰락
‘MB 멘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금품수수 비리 드러나 결국 구속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멘토’로 정권의 최고 실세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비리 의혹에 시달리다 1월27일 사퇴하고 결국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2008년 3월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최 전 위원장은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문의 방송 겸업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 보수 신문의 종합편성채널 개국 허가, 종편의 직접 광고 수주를 허용하는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제정 등 현 정권의 방송 정책을 앞장서 지휘했다. 이를 둘러싸고 ‘정권 편향적인 보수 언론에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언론 지형을 왜곡시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권력도 올해 초 그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책보좌역 정용욱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한테서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직후 “정권에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방통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8억원을 받은 혐의가 밝혀져 구속기소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4. 부실과 편파로 얼룩진 종편 1년
개국 1년 종편 시청률 0%대 초라…대선과정 여권편향 여론몰이 앞장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개국 1년 종합 성적표는 초라했다. 유료 방송이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의무 송신과 10번대 ‘황금 채널’ 등 보편적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특혜를 받고도 정작 ‘킬러 콘텐츠’를 내놓지 못해 외면당했다. 0%대 시청률에 광고 매출은 한 곳당 한 달 30억~40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방송 콘텐츠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종편들은 초기에 의욕을 보이던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을 대폭 줄였다. 재방송 비율은 50~60%로 지상파의 3~5배에 달했다. 취업 유발 효과가 2만1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더니 직접 고용은 1300여명에 그쳤다. 종편들은 대선 국면에 돈이 적게 드는 정치인 좌담 등 시사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여권 편향의 여론몰이를 이끌었다. 지상파 방송들이 선거 의제를 축소 보도하는 틈을 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은 미국 <폭스뉴스>처럼 뉴스를 오락성 강한 쇼처럼 만들어 정권 재창출에 기여했다. 앞으로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위해 재벌 옹호 등 보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책에 개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 지상파 디지털방송 시대 개막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올해 종료…취약계층 디지털 전환 등 숙제로

12월31일 새벽 4시,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린다. 1999년 시작한 국책 사업이 13년 만에 결실을 앞둔 것이다. 지난해 단양·울진 등 시범 지역 4곳에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울산을 시작으로 해 아날로그 방송이 순차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지역인 수도권에서는 21일부터 화면 전체를 가리는 자막으로 ‘가상 종료’에 들어갔다. 취약계층 홍보 부족과 난시청 등의 문제로 순조롭게 전환될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기준 전환율이 99.4%라며 낙관하고 있다. 송상훈 방통위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순차 종료 지역들의 디지털 미전환율은 0.3% 이내다. 수도권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마무리하면 미전환 가구는 대략 5만가구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 뒤에도 내년 3월까지 디지털 전환 지원 신청을 받는다. 디지털 방송은 선명한 화질과 다양한 채널, 쌍방향 서비스 등이 목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에만 집중해 다채널과 쌍방향 등 진정한 디지털 방송 실현은 과제로 남아 있다. 문현숙 선임기자, 유선희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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