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문지애 아나운서(인쇄물 든 이 가운데 왼쪽)와 <우리말 나들이> 진행자 김나진 아나운서(오른쪽) 등 문화방송 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 방송 본사 1층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MBC 노조 파업 돌입
현 정권들어 5번째 파업…“김재철 사장 퇴진을”
PD수첩 결방에 무한도전·나가수 등은 재탕 편집
민노총 등 지지…김사장 “불법 엄정대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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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엠비시, 국민에게 돌려주자!”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사옥 1층 민주의 터에서 마이크와 펜, 카메라를 놓은 문화방송 기자·피디 등 노조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배현진·문지애·오상진 아나운서 등 이 방송을 대표하는 ‘얼굴’들도 35명 전원 참여했다.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은 현 정권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참여 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엔 한 차례도 파업이 없었다. 다섯 번 가운데 세 번은 언론법 날치기 반대 파업이었고, 두 번이 김재철 사장 퇴진 파업이다. 이번 파업은 2010년 5월 ‘김재철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 39일간의 파업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 해고를 비롯해 지난 3년간 징계받은 조합원만 100명이 넘는다.
김정근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출정식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더이상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는 세상 돌아가는 진실을 전할 수 없으며, <피디수첩>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목격자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지난 2년을 반성하는 ‘대국민 석고대죄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김재철 사장이 나가지 않는 한 엠비(MB)씨의 엠비시라는 멍에는 벗어날 수 없다”며 퇴로 없는 싸움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업에 예능과 시사교양 피디 조합원들이 모두 동참함에 따라 이번주부터 간판 프로그램들이 대거 결방된다. 당장 31일치 <피디수첩>이 편성에서 빠졌다. 이번 주말 <무한도전>과 <우리 결혼했어요> <아름다운 콘서트>가 기존 방송을 재편집하는 스페셜로 대체된다.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대신에 지난 설날 연휴 방송된 <나는 트로트 가수다>가 재방송된다.
노조는 출정식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참회 영상도 공개했다. 기자들이 등장해 지난 2년간 불공정보도를 사과하며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지난 26일 이후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이끌고 있는 박성호 기자회장은 “한국방송·에스비에스에는 보도됐는데 엠비시는 단신도 보도 안 한 주요 사안이 20개가 넘는다”며 “이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교체는 유통기한이 지난 얘기”라고 김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언론시민단체의 지지도 이어졌다. 방송독립포럼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엠비시 뉴스가 특정 정치집단의 사유물로 전락했다”며, 문화방송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전날 성명에서 “엠비시 구성원들의 투쟁 의지를 보면서 ‘아직 엠비시에 희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안도하게 되었다”고 노조원들을 응원했다.
이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새 드라마 <무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재철 사장은 담화문을 내어 조합원들의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엠비시의 역량을 키워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시청률 1위를 달성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드라마와 예능 피디들까지 제작 현장에서 끌어내는 불법 파업은 결국 모처럼 맞이한 최고 방송사로서의 지위를 경쟁사에 스스로 갖다 바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영방송 엠비시의 파행을 부른 것은 오히려 제작 거부에 나선 기자들과 제작 현장을 떠난 사원들”이라며 ‘무노무임’과 ‘엄정대처’ 방침을 확인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진실에 눈 감았습니다 문화방송(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집행부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1층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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