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기자회 기자들이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임원실 앞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편성제외 속출·방송차질 현실화
김 사장 일본행…노조 파업투표
김 사장 일본행…노조 파업투표
“현안 외면 본질 회피, 신뢰 추락 불러왔다.” “조롱받는 우리 뉴스, 더이상은 못참겠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본사 사옥 10층의 사장실·보도본부장실 앞 복도는 결연한 외침으로 가득 찼다. 보도국 기자 50여명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잡는 대신 검은 옷을 입은 채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날 기자들은 편집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오전 8시20분에는 120여명이, 오후 1시50분에는 50여명이 보도국 편집회의실 앞에서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문화방송 기자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182명은 파행 뉴스 정상화와 전영배 보도본부장 및 문철호 보도국장 사퇴,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의 인사위 회부 철회 등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무기한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취재기자는 139명, 카메라기자는 43명이 참여했다. 부장급 간부를 포함한 보도국 전체 기자 238명 중 76%가 참여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아침에 눈이 왔음에도 오전 침묵시위에 120명이나 모였다. 더는 뉴스를 망치는 걸 방관할 수 없다는 현장기자들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뉴스 만드는 사람이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시청자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한 보도국 11년차 기자는 “데스크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팩트만 (엠비시 뉴스가) 챙겼더라도 이렇게까지 분노가 쌓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제작거부로 50분짜리 밤 9시 메인뉴스 <뉴스데스크>가 15분으로 단축되는 등 뉴스 프로그램은 대폭 축소됐다. 대신 <세계다큐기행> 등 특집방송이 방영됐다. 26일에도 심야 마감뉴스인 <엠비시 뉴스 24>, 저녁시간대의 40분짜리 <6시 뉴스매거진>, 아침시간대의 6시 <뉴스투데이>를 편성에서 뺐다.
사쪽은 뉴스 편성 축소 외에는 기자들 요구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한류행사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부 쪽은 “기자들의 인사 쇄신 요구는 동의할 수 없다.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고, 인사위 회부 철회 요구도 사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이날부터 27일까지 조합원 파업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노조는 파업안이 가결되면 30일부터 피디직을 포함한 조합원들이 제작거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 총회에서 뉴스 정상화와 보도책임자 인사 쇄신 요구를 결의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그동안 회사는 외면으로 일관했다”며 “보도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연하게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