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이강훈은 여린 한국남자…많은 관심 행복했죠”

등록 2012-01-25 08:21

배우 신하균.
배우 신하균.
드라마 ‘브레인’ 신하균
‘속물마초’ 신경외과의사역 몰입한 시청자들 ‘하균앓이’
“몸 모든 부위가 연기 악기 결국 살아가는 게 묻어나”
콕 집어, 뭐랄까. “평범한 외모 때문에, 어릴 적 배우가 되겠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다들 의아해했다”는 이 배우의 외모상 매력 점을 꼽는다면?

“피곤하면 꺼풀이 접히는”, 그래서 때로는 골 깊은 쌍꺼풀로 언뜻 착시를 일으키는 외꺼풀 눈매가 아닐는지. 물론 그 안에서 응시하는 강렬한 눈빛이 제1의 포인트다. 또 하나, 코 아래 입언저리에 둥근 원을 그리며 파인 주름? 이 얼굴은 모공과 면도 자국까지도 세심히 잡아내는 요사이 고화질 안방 화면의 클로즈업에도 별로 주눅들지 않는다.

지난 17일 종영한 드라마 <브레인>(한국방송2)에서 여주인공 최정원(윤지혜)이 연구실 소파에 잠든 자신을 향해 제 입술을 갖다댈 때, 이 얼굴은 내리깐 듯 감고 있던 눈꺼풀을 스르륵 열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에게 무심한 듯 쏘아보는 외꺼풀 눈매가, 마치 영화 <스파르타쿠스>의 권력자 크라수스(로렌스 올리비에)의 불안한 눈빛처럼 화면 밖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대학병원 뇌질환 전문 신경외과를 배경 삼아 병원 내 권력 게임과 욕망하는 인물 군상들을 뚜렷이 그려낸 드라마 <브레인>의 성공 지향적인 신경외과의 이강훈 역으로, 이른바 ‘하균앓이’ 증후군을 만들어낸 배우 신하균을 19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브레인> 촬영을 마친 뒤 딱 하루를 쉬었을 뿐이라는 그 얼굴에서 “피곤하면 접히는” 쌍꺼풀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에게 연기자로서 얼굴을 막론한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가 어디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다 중요하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다 (연기의) 악기가 되니까요. 물론 가장 직접적인 것은 (입을 사용하는) 대사이겠죠. 얼굴로 안 되는 것은 손으로도, 걸음걸이로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연극 무대라면 배우가 뭘 사용하든지 (관객은) 보고 싶은 부분을 다 보시겠지만, 솔직히 카메라가 들어오는 연기에선 어느 부분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저는 이 장면은 걸음걸이가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연출자가) 걸음걸이를 안 쓰고 얼굴 표정을 쓸 수도 있고요.”

<브레인>의 이강훈의 성장담 혹은 성공 드라마에 많은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했다. <브레인>을 연출한 유현기 피디는 “시청자들이 그냥 이강훈이 아니라 ‘신하균이 연기하는 이강훈’에 공감하고 몰입했다”며 “창의력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정작 신하균은 자신의 연기를 “맨정신으로는 보지 못한다”고 했다.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해 이제 14년 이력을 쌓았지만 “그때처럼 지금도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볼 때는 아쉽고 어색한 부분들 때문에 맥주 한 캔이라도 들이마시고서야 본다”고 했다.

“촬영할 때는 막 미쳐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는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의 북한 병사 정우진, <복수는 나의 것>의 류처럼 지금껏 출연한 영화들에서 주로 엽기적이거나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브레인>의 이강훈 역도 센 캐릭터다. 어릴 적 쓰러진 아버지를 살리려고 정신없이 업고 뛰었으되, 툭하면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마음 한편에선 되도록 천천히 병원에 닿고 싶기도 했던 죄의식을 품고 자란 인물이다. 상처를 남에게 드러내기보다는 욕망과 권력을 향해 망설임 없이 질주하는 ‘속물 마초’에 가까운 이 캐릭터를 신하균은 전형적으로 극대화해 드러냈다.

“이강훈이란 인물은 어찌 보면 한국 남자들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인 것 같아요. 콤플렉스와 트라우마 때문에 자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연민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초반에는 캐릭터를 극대화해서 보여주면 대비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결국엔 여린 남자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준 것 같아요. 많은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어요.”

그는 “연기는 솔직히 학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잘하는 비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결국 연기는 살아가는 게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배우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느냐 하는 거죠. 제 삶과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요. 제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할지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저도 제 앞길을 모르겠어요.”

그 입언저리의 깊은 주름은 막걸리 사랑의 흔적일 수도 있다. 그는 전라도 장성에 있는 양조장에서 직접 주문해 마실 정도로 막걸리 애호가다. 짬이 나면 “송강호 선배나 박해일씨랑” 먹는단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