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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법고시 면접때 학생운동 반성하냐 질문에…”

등록 2012-01-10 14:27수정 2012-01-10 15:55

SBS ‘힐링캠프’ 에 출연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 SBS 제공
SBS ‘힐링캠프’ 에 출연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 SBS 제공
<힐링캠프>에 출연해 아내와의 연애사 등 공개
“‘대세론’ 박근혜 꺾을 유일한 인물은 안철수”
“(제가) 경찰서에 있을 때 면회를 안시켜줬어요. 자식이 어디 잡혀가도 어디에 끌려가 있는지 부모가 모르는 시절이었어요. 호송차 철판으로 가렸는데 작은 구멍으로 내다봤을 때 그게 저로서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죠. 우리 어머니가 보이는 거에요. 어머니가 제 차 쪽으로 달려오시는 거에요. 면회를 왔는데 안 시켜주니까 매일 헛걸음 하시다가 송치되는 날이라고 하니까 그날은 볼 수 있으려나 해서 멀리서 타는 걸 보고 쫓아왔는데 차는 떠나고….”

야권 대선주자의 한명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에스비에스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대학시절 유신반대 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뒤 호송차를 보고 달려온 어머니에 대한 절절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그런 거 생각하면 어머니를 매일 업어드려도 부족한데”라며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한 뒤 어머니의 신산한 삶과 가난한 학창시절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희 집은 피난민 가족이었어요. 어머니가 대부분 살림을 꾸렸는데 시장에 가서 좌판을 한다든지, 연탄배달하는 장사도 했고, 하루종일 굶고 암표 팔러갔다가 못팔고 오기도 했습니다.”

“제일 자존심을 상하는 게 늘 급식 때였어요. 점심 못싸오는 애들에게 급식을 줬는데 어떤 때는 강냉이 빵, 어떤 때는 우유였어요. 어떤 때는 강냉이죽을 받을 그릇이 없어서 도시락 싸온 애들 뚜껑을 빌려야 했어요. 급식 학생수보다 도시락 뚜껑수가 부족하면 먼저 먹기를 기다렸어요. 가난한 학생들을 주눅들게 했던 옛날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요즘 무상급식은 받는 애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은 나를 힘들게도 했고, 주눅들게도 했지요.”

그는 유치장에서 고시 2차 시험에 합격해 “어머니한테 (체)면이 섰고, 집 사람과 결혼문제도 해결됐다”고 웃었다.

2차 시험을 친 뒤 1980년 5·18 직전에 계엄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처가식구들 앞에서 체포된 뒤 유치장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호칭을 영감님이라고 했어요. 경희대 학생처장, 동문회장이 축하차 왔는데 나가지 못하니까 경찰들이 그분들을 유치장에 들어오도록 허락해서 소주도 마시면서 축하파티를 했죠. 취해서 노래도 불렀죠.”

그러나 3차 면접 전에 안기부 직원이 과거 학생운동을 반성하느냐고 캐물어 난감했다고 한다.

“안달라졌다고 하면 떨어질 것 같고. 반성한다고 하면 쪽팔리잖아요. 그래도 안달라졌다고 내질렀어요. 그래서 계속 불안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합격했죠.”

부인과의 만남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털어놓았다.

“유신반대 시위 때 최루탄을 맞고 쓰러져 있는데 누군가 간호를 하고 있더라구요. 그게 지금 집사람입니다. 연애사가 면회사에요. 첫 면회에 먹을 것도 없고, 안개꽃만 가지고 왔더라구요.(웃음)”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제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혼자 있을 땐 문득 난다”며 “사소한 질문 하나만 받으면 그 순간에 눈물이 난다”고 아직도 사무치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수첩 안에 가지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1988년 첫 출마 때 선거 명함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정치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을 거고 노 대통령도 저보고 정치하란 소리를 안했을 거다. 정치는 저로서는 피하고 싶었으나 이제 첫 걸음을 딛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입문의 직접적인 동기임을 밝혔다.

두려워하면서도 정치에 입문한 데 대해서는 “이 정부 들어서서 전부 다 무너졌잖아요. 이러다간 절단나겠다, 새로운 정치를 향한 국민 여망이 너무 절실하다”고 말했다.

스피드 퀴즈 코너에서 그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대세론의 주인공”으로 요약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그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보다는 안 원장을 더 높게 평가했다. 문 이사장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시청률 10.5%(에이지비닐슨미디어 기준)를 기록해 지난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출연 때보다 1.7%포인트 낮았다.

김외현 기자,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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