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은 최고 드라마의 운명일까. 문화방송의 <최고의 사랑>과 SBS의 <시크릿 가든>. 사진 각 방송사 제공
<최고의 사랑> PPL, 5개 업체로 시작해 13개 업체로 늘어나
2주전 들어온 것 소화하기도… 한국 드라마 고질병 악화시켜
2주전 들어온 것 소화하기도… 한국 드라마 고질병 악화시켜
왜 그들은 산으로 갔을까.
문화방송(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마지막회(6월23일 방송). 윤필주(윤계상)를 ‘스토킹’하고 있는 세리(유인나), 산까지 따라간다. 뒤따르던 매니저는 “(필주가) 산에 온 게 맞냐”며 ‘근육진통제’를 꺼내 먹고, 윤필주와 합류한 세리는 산 아래를 바라보며 광고(CF)같은 장면을 선보인다. 이 장면에는 근육진통제와 등산복업체의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가 포함됐다.
<최고의 사랑> 마지막회에서 PPL이 넘쳐나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간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 16회에서는 그외에도 비타민음료수, 화장품 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방송되었다. 15회에서도 노골적인 장면이 많았다. 독고진(차승원)이 구애정의 방에서 화장품을 찍어 “구애정 냄새, 구애정 냄새” 하고 호들갑을 떠는 장면도 있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마지막 회에도 간접광고가 넘쳐났다. 길라임(하지원)은 배우 하지원이 다음 출연작으로 선택한 영화 <7광구> 시나리오를 받고, 오스카(윤상현)는 윤슬(김사랑)에게 테마파크에서 프러포즈를 한다. 길라임과 이주원 사이에 난 세쌍둥이라는 설정도 복지부의 출산 장려 간접광고(PPL)다. 애초 금연 홍보 장면을 3회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2회밖에 안 돼(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방송되었고, 마지막회에서 오스카가 금연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되는 장면이 나왔다) 복지부의 다른 정책인 ‘출산장려’로 방향을 틀었다.
<최고의 사랑>은 문화방송이 자체제작한 프로그램이다. PPL 등도 투명하게 집행되었다. 외주제작일 경우 광고료 배분 문제로 인해 ‘불법’이 많은 편(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집행을 거치지 않은 광고)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서는 2010년 1월 간접광고(PPL)를 허용한(광고규제 완화) 방송법 시행령 이후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10억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로 알려졌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서는 <최고의 사랑>이 ‘합법 간접광고’로 자리잡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입장이다.
<최고의 사랑>의 간접광고 업체는 총 13개 업체다. 한국방송공사에서는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는 5개업체였다고 한다. 이후 4회의 시청률이 20%를 넘기면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를 다투며 광고가 집행되기도 했다. 등산업체와 광고 계약이 이루어진 것은 6월10일. 마지막 두 주를 남겨둔 시점이다. 책 광고와 과자 광고는 방송 사정상 노출되지 못했다. 작가가 PPL이 들어갈 만한 장면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회 노출된, 윤계상 주연의 영화 <풍산개>, 차승원을 모델로 기용한 실제 광고를 연상시키는 우유 등은 PPL 업체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지은 <10아시아> 기자는 “기획단계에서 인물의 캐릭터를 만드는 와중에 꼭 필요해 협찬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부자연스럽지 않다. 시청률이 높아지면 광고 의뢰가 밀려들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소화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회에서 작품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다. 마지막회는 촬영은 쪽대본, 방송시간에 빠듯한 편집 등 전쟁을 방불케한다. PPL은 그러한 상황을 악화시킨다.
최근 만난 ‘좋은 드라마’ 두 편 모두 마지막회 PPL 덕분에 우스꽝스러워졌다. <시크릿 가든>은 비극을 몰아치다가 마지막회에서 10분 정도로 족한 후기만을 늘어놓았다. <최고의 사랑> 역시 비극적인 암시를 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다가, 마지막회에서는 바람 빠진 장면만 연결시켰다. PPL 때문에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중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아랍에미리트에 UDT 10여명 추가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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