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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아이돌의 빛과 그림자 베스트 5, 워스트 5

등록 2010-09-16 09:48

보아
보아
[하니스페셜] 100 비트
역대 최고의 아이돌과 최악의 아이돌은 누구일까요? 에이치오티(H.O.T.)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시스템의 본격 가동기 이후의 가수와 그룹을 대상으로 100비트 필진 20여명이 설문조사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베스트와 워스트를 각각 5팀씩 선정해봤습니다.

■ 베스트 5

1. 보아
2. 소녀시대
3. 빅뱅
4. 에스이에스(S.E.S)
5. 동방신기

삼촌팬과 누나팬의 창출


10년 전, 만 14살도 되기 전에 데뷔한 보아가 맨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철저하게 기획하고 준비한 아이돌의 성공모델이며, 외국진출이란 목적까지 달성했죠.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겨냥해선지 음악 역시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허술하지 않은 편이었던 보아는 기획사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이자 향후 아이돌 기획의 전범이었습니다.

수동적인 여성상을 날려버리는 데에도 한몫 했습니다. “오랜만에 누워보는군”과 함께 영화 <별들의 고향>의 또다른 ‘명사대’로 통하는 “여자는 남자에 의해 잘잘못이 가려져요” 같은 넋두리는 정말 옛날이야기가 된 것이죠.

소녀시대
소녀시대

문화현상으로까지 격상된 소녀시대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21세기 아이돌의 완성형인 소녀시대는 가요에 등을 돌렸던 이들을 다시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았고, “록 키드들도 당당하게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계기”(김정위)였습니다. 데뷔 때부터 이전과는 다른 아이돌로 주목받은 빅뱅도 팬덤을 확장시켰습니다. 소녀시대에게 ‘삼촌팬’이 있다면 빅뱅에겐 ‘누나팬’이 있죠. 누나들 중 한 사람은 말합니다. “다른 재능과 다른 관심사를 가진 개인이 모여 조화롭게 팀을 이루는 것과 더불어 각자 활동과 자신의 관심 영역에서도 발군의 힘을 가지고 있다.”(이호영)

꽤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걸그룹의 모델로 기억되는 에스이에스와 아시아의 아이돌을 표방한 동방신기가 한 자리씩 차지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동원훈련에 참가중인 젊은 평론가는 에스이에스를 “이미지만이 아니라 음악까지 인정할 수 있는 최초의 아이돌”(김봉현)이라고 칭송했죠. 또한 에스이에스는 핑클과 경쟁하며 스타 경쟁구도의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경쟁이 걸그룹 시대를 연 것처럼 말이죠. 동방신기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아이돌의 선두주자로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통해 한류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최지선)는 점에서 인정받았습니다.

■ 워스트 5

1. 씨엔블루
2. 제국의 아이들
3. 슈퍼주니어
4. 에이치오티(H.O.T.)
5. 비

가수-노래-기획 삼위일체

모두들 워스트의 맨앞자리를 씨엔블루에게 양보했습니다. 밴드의 모양새를 취한 아이돌 그룹의 허술함과 가요계의 병폐인 표절시비, 그리고 이런 논란에도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 연예계 풍토는 문제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공정화된 작곡 작업, 노래와 가수의 분리, 연예계의 비대화에 의한 책임분산 때문이죠.

이 모두의 삼위일체가 씨엔블루입니다. 아울러 “밴드음악을 한다고 다 록 밴드가 아니다”(김광현)는 말처럼 무늬만 밴드인 아이돌 그룹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많았습니다. 순위에 들진 못했으나 에프티(FT)아일랜드와 클릭비도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것을 보면 말이죠.

빅뱅
빅뱅

갓 데뷔한 제국의 아이들이 선전(?)한 것은 이변입니다. “자본의 세 과시가 때론 간접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네이밍”(이경준)과 역시 대단한 제목의 노래 ‘이별드립’을 합치니 금상첨화입니다. 한껏 높아진 눈높이에 미달하는 수준과 안이한 편승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됐죠.

“지구인의 선별 잣대를 멤버들 이름을 다 외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제시했다”는 말을 듣는 슈퍼주니어도 합류했습니다. 최악으로 꼽히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합니다. 진짜 최악은 언급조차 되지 못하니까요. 애석하게도 이들은 인기에 비례하기 마련인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본격 아이돌의 첫 성공작인 에이치오티는 한편으로 가요계 몰락의 신호탄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책임이 에이치오티에게 있진 않지만, 왜곡된 가요시장과 편향된 기획의 상징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비를 워스트로 꼽은 이들은 ‘세계 진출’과 같은 언론플레이와 ‘월드 스타’란 과대포장을 지적합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아이돌 활동의 대세이긴 하지만, 그 결과물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훌륭한 몸매와 달리 앙상한 실체가 드러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상당수가 같은 회사 소속

베스트와 워스트에 오른 상당수가 같은 회사 소속이란 것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 시장을 주도해왔음을 반영합니다. 솔로보다 그룹이 대세인 것도 마찬가지죠. 아울러 베스트와 워스트를 동시에 석권한 가수와 그룹이 없는 것도 아이돌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보편의 잣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호감·비호감 이미지와 캐릭터를 떠나 ‘기본’의 수준이 척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죠. 이상의 결과가 아이돌에 대한 기념이 될지, 아니면 중간점검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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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원/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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