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여성 걸그룹 포미닛·카라
[하니스페셜] 100 비트
요즘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입니다.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이 일본 시스템을 따라하며 시작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보아나 동방신기, 빅뱅의 예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산품이나 다름없는 걸그룹의 영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으니 말이죠.
포화와 관성으로 내리막
어쨌든 외형적으로 봤을 때 이는 2007년 원더걸스를 기점으로 시작된 아이돌·걸그룹 열풍의 꼭짓점에 오를 법한 사건입니다. ‘국내에서 오를 데가 없으니 (우리보다 더 ‘크고 높은’) 외국시장으로 간다. 그리고 성공한다.’ 쇼 비즈니스에서 이런 매끄럽고 감동적인 내러티브가 또 어디 있을까요? 비, 세븐, 원더걸스, 다 그런 마음으로 떠난 게 아니었던가요?
다만 여기서 이것이 정말 꼭짓점이라면, 그 양옆에는 상승과 하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2010년의 한국 아이돌·걸그룹 시장은 완만하지만 뚜렷하게 하강 나선을 타고 있으며, 2008년과 2009년의 활기를 잃어버렸다고 봅니다.
이 상황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포화와 관성입니다. 2009년 7월, 한 음악순위 프로그램의 여성 출연자는 38명이었습니다. 이 중 33명이 걸그룹 멤버였죠. 양이 늘면 질도 담보되는 법. 빼어난 곡들, 들을 만한 곡들도 꾸준히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33이라는 숫자는 너무 많았죠. 아이돌·걸그룹 열풍의 막차를 탄 티아라가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입니다. 33명이 우글거리는 무대에서 돋보일 방법은 그것 말고는 없었던 거죠.
또한 2009년에는 시스템 내부의 문제도 두드러졌습니다. 이른바 3대 기획사 모두에 악재가 닥쳤죠. 에스엠(SM)에서는 동방신기 계약 문제가, 와이지(YG)에서는 표절 논란이, 제이와이피(JYP)에서는 투피엠(2PM) 사태가 터졌습니다. 특히 투피엠 사태는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고, 아이돌과 팬덤의 역학관계를 근본부터 흔들었습니다.
덜 광적이지만 더 다양할까 이런 일들을 통해 모종의 피로감이 누적됐다고 말하면 과장일까요? 결국 2010년 상반기에 아이돌 시장은 관성적으로 흘러갔습니다. ‘컴백 즉시 음원 올킬’이니 ‘가요 프로그램 1위’니 하는 것은 조금만 이름 있다 싶은 아이돌이면 통과 의례처럼 경험하는 일이 됐죠.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비즈니스’의 한 절차처럼 처리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이 쇼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필연이 아니라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는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물론 한국 가수들의 외국 진출은 늘 있어왔으니 굳이 그런 식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지 모릅니다. 다만 그 시기가 왜 바로 지금인가라는 것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의 시장이 포화되고 관성화됐다면, 다음에 뭐가 올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이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미리 말하건대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혹은 ‘진지한’ 음악이 돌아올 일은 없습니다. 그 음악이 무엇이건 간에 말이죠.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지배자는 누구냐’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지금까지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즉 덜 광적이지만 더 광활하고 다양한 시장 말이죠. 부산물 취급하는 매체들 끝으로 매체가 아이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습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을 칭찬하기 바빴던 바로 그 티브이 뉴스 는 불과 두어 달 전에 ‘5초 가수’를 비판하는 꼭지를 편성했습니다. 언뜻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허나 결국 그 둘은 아이돌을 산업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일 뿐이죠. ‘산업’의 차원에서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수출의 역군) 칭찬한 것이고, 산업일 뿐 예술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판한 것입니다. 결국 둘 다 아이돌 ‘음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이죠. 그건 에이치오티(H.O.T.) 이후의 아이돌 음악을 바라보는 매체들의 집단 무의식입니다. 그게 무의식이 된 건 그게 덜 ‘귀찮기’ 때문이죠(노래를 안 들어도 된다는 소리죠). 설사 아이돌 시스템이 음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더라도, 매체는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마치 시스템에 딸린 부산물처럼 취급합니다. 관성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 100 비트 바로가기 최민우/웹진 <웨이브> 편집장
덜 광적이지만 더 다양할까 이런 일들을 통해 모종의 피로감이 누적됐다고 말하면 과장일까요? 결국 2010년 상반기에 아이돌 시장은 관성적으로 흘러갔습니다. ‘컴백 즉시 음원 올킬’이니 ‘가요 프로그램 1위’니 하는 것은 조금만 이름 있다 싶은 아이돌이면 통과 의례처럼 경험하는 일이 됐죠.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비즈니스’의 한 절차처럼 처리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이 쇼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필연이 아니라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는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물론 한국 가수들의 외국 진출은 늘 있어왔으니 굳이 그런 식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지 모릅니다. 다만 그 시기가 왜 바로 지금인가라는 것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의 시장이 포화되고 관성화됐다면, 다음에 뭐가 올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이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미리 말하건대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혹은 ‘진지한’ 음악이 돌아올 일은 없습니다. 그 음악이 무엇이건 간에 말이죠.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지배자는 누구냐’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지금까지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즉 덜 광적이지만 더 광활하고 다양한 시장 말이죠. 부산물 취급하는 매체들 끝으로 매체가 아이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습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을 칭찬하기 바빴던 바로 그 티브이 뉴스 는 불과 두어 달 전에 ‘5초 가수’를 비판하는 꼭지를 편성했습니다. 언뜻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허나 결국 그 둘은 아이돌을 산업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일 뿐이죠. ‘산업’의 차원에서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수출의 역군) 칭찬한 것이고, 산업일 뿐 예술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판한 것입니다. 결국 둘 다 아이돌 ‘음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이죠. 그건 에이치오티(H.O.T.) 이후의 아이돌 음악을 바라보는 매체들의 집단 무의식입니다. 그게 무의식이 된 건 그게 덜 ‘귀찮기’ 때문이죠(노래를 안 들어도 된다는 소리죠). 설사 아이돌 시스템이 음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더라도, 매체는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마치 시스템에 딸린 부산물처럼 취급합니다. 관성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 100 비트 바로가기 최민우/웹진 <웨이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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