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추리활극 정약용 주연 박재정.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연기 논란 씻은 ‘…정약용’의 히어로
“뭔가를 너무 꽉 쥐려고 했나봐요”
“뭔가를 너무 꽉 쥐려고 했나봐요”
“마님은 내 취향이 아닙니다.” “대리 가마꾼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다산이 실은 탐정이었고, 셜록 홈스 못지않은 ‘엣지남’이었다는 가정이라면? 거부감 자체가 촌스러워질 만하다. 케이블 채널 오시엔 <조선추리활극 정약용>(금 밤 12시) 시청률 1.97%. 케이블에서 1%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성과다. 그 중심에 정약용을 연기하는 박재정이 있다. ‘누구더라’ 하는 질문 앞에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호세’라고 해야 고개를 그나마 끄덕일 만한, 아직은 현재진행형 배우다.
인터뷰 시작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어요. 이번에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요. 예능을 하기에는 제가 좀 조용하죠. 리액션도…. 그래도 저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박재정은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종영 이후 거의 하루도 쉬지 않았다. 브라운관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 때문이었다.
그만큼 당시의 연기력 논란은 거셌다. 연기에 대해 물어볼 때, 개인사를 궁금해할 때,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도 그는 ‘그것,’ ‘그때,’ ‘그 사건’ 등으로 지난 드라마 당시의 연기력 논란을 짚고 넘어갔다. “연기를 좀 봐주시면 좋겠는데….” 박재정의 말대로 우리는 그를 볼 때 입을 주목했다. “분가하겠습니다”를 “붕가”로 발음하는 기척이라도 보이면 ‘다다다’ 자판을 두들겨 인터넷 도마 위에 그를 올려놓았다.
<…정약용>은 그에게는 부상을 숨기고 타석에 들어서서 쳐낸 귀중한 안타와 같은 것이다. “(<너는 내 운명> 당시) 데드볼을 맞은 듯한 상황이었어요. 부담이 있죠. 무섭기도 하구요. 그래도 타석에 서야죠. 그리고 몸쪽 라인에 더 바짝 붙어요. 공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들키는 순간, 저는 끝이죠.”
현장에서 사건을 추리하다가 결론이 엇나가면 “아님 말고”를 외치는 이전에 없던 쿨한 탐정 연기는 자연스럽다. 순식간에 잊혀질 만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보다 좌천된 지역에서 모든 사건에 오지랖을 과시하는 탐정 정약용의 모습과 무슨 일이든 존재감을 확인받으려고 했던 박재정의 처지는 그의 말대로 “감히 말하면 비슷해요”다.
30분 경과
30분째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나 정약용을 대하는 자세·태도 등을 교과서처럼 말한다. 달변이다. 요약하자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다. 야구 경기에 자신의 상황을 빗대는 말들이 계속된다. 모범답안들을 단단히 준비했다는 느낌을 준다. 쉼없다. 천천히 하자고, 기자가 말렸다. 사진 촬영 당시 옆에 있던 액자 프레임을 자진해서 들고 자세를 취했던 것처럼 편하게 가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입을 꾹 다문다. “….” 50분 경과 그는 다른 신인배우들과는 달리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말보다는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 한해 거의 하루도 쉬지 않았어요.” 대학 생활, 야구 얘기, 전공과목 얘기, 내용 없는 여배우 얘기 등 엇나간 인터뷰에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으하하하” 목젖까지 보이며 박장대소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애프터 스쿨의 유이와의 호흡이 훌륭하다는 말에 “솔직히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정작 보여줘야 할 리액션이 안 나와서 좀 밋밋하죠.”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기자와의 인터뷰는 아직도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아직도 발음이 이상한가요”라고 되레 묻는다. 괜찮다는 말에 돌아오는 건, “좀 여유를 가져야겠어요. 모래를 너무 꽉 쥐면 모두 빠져나가 버리는 것처럼요, 저도 뭔가를 너무 꽉 쥐려고 했던 것 같아요”다. 68분 25초… 재정씨. 재정씨의 음성을 들은 시간은 총 68분25초더군요. 발음 괜찮다는 말에 재정씨 눈빛이 ‘설마’인 듯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들어봤죠. 35분쯤, “이미지 때문에 자주 제안받는 실장님 캐릭터보다는 정약용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말에서 실장님이 ‘슬장님’ 정도로 들리고 다른 부분은 오케이였어요. 이제 그런 부담 털어버리세요. 모든 단어를 너무 또박또박 발음해서 오히려 부담스럽더군요. 그리고 재정씨 손끝 갈라진 것은 피로와 비타민 부족 때문이라고 하네요.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0분째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나 정약용을 대하는 자세·태도 등을 교과서처럼 말한다. 달변이다. 요약하자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다. 야구 경기에 자신의 상황을 빗대는 말들이 계속된다. 모범답안들을 단단히 준비했다는 느낌을 준다. 쉼없다. 천천히 하자고, 기자가 말렸다. 사진 촬영 당시 옆에 있던 액자 프레임을 자진해서 들고 자세를 취했던 것처럼 편하게 가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입을 꾹 다문다. “….” 50분 경과 그는 다른 신인배우들과는 달리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말보다는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 한해 거의 하루도 쉬지 않았어요.” 대학 생활, 야구 얘기, 전공과목 얘기, 내용 없는 여배우 얘기 등 엇나간 인터뷰에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으하하하” 목젖까지 보이며 박장대소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애프터 스쿨의 유이와의 호흡이 훌륭하다는 말에 “솔직히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정작 보여줘야 할 리액션이 안 나와서 좀 밋밋하죠.”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기자와의 인터뷰는 아직도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아직도 발음이 이상한가요”라고 되레 묻는다. 괜찮다는 말에 돌아오는 건, “좀 여유를 가져야겠어요. 모래를 너무 꽉 쥐면 모두 빠져나가 버리는 것처럼요, 저도 뭔가를 너무 꽉 쥐려고 했던 것 같아요”다. 68분 25초… 재정씨. 재정씨의 음성을 들은 시간은 총 68분25초더군요. 발음 괜찮다는 말에 재정씨 눈빛이 ‘설마’인 듯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들어봤죠. 35분쯤, “이미지 때문에 자주 제안받는 실장님 캐릭터보다는 정약용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말에서 실장님이 ‘슬장님’ 정도로 들리고 다른 부분은 오케이였어요. 이제 그런 부담 털어버리세요. 모든 단어를 너무 또박또박 발음해서 오히려 부담스럽더군요. 그리고 재정씨 손끝 갈라진 것은 피로와 비타민 부족 때문이라고 하네요.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