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희봉(37·사진) 배우 조희봉(37·사진)](http://img.hani.co.kr/imgdb/resize/2008/0718/03086301_20080718.jpg)
배우 조희봉(37·사진)
현존 최고영화 ‘청춘의 십자로’ 변사 조희봉씨
5월 첫상영 뒤 재공연 문의 쇄도
대본·막간영화 완성 위해 ‘날밤’
“34년 개봉작, 되뇔때 전율 느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맛깔나는 조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조희봉(37·사진)씨는 스케줄이 꼬일 때가 종종 있다. 주범은 필름이 존재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청춘의 십자로>(1934·안종화 감독)다. 지난 5월 한국영상자료원의 상암동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상영했는데, 조씨가 변사를 맡았다. 객석 사이 복도까지 관객들이 들어차 대성황을 이뤘다. 재공연 문의가 쇄도하자 영상자료원은 이번 주말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헤이리 판 페스티벌 등 세 곳의 초청도 받았다. 시간에 쫓겨 나오는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의 ‘쪽대본’ 때문에 시간 압박이 만만치 않을 법한데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조씨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제 마지막 대사가 ‘1934년 9월21일 조선극장 개봉작이었습니다’인데, 이 대사를 할 때면 뭉클한 전율 같은 걸 느낀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조씨에게 “1930년대적 외모를 갖고 있다”며 변사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덥석 받기는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감독님과 같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와 재밌다’ 그랬죠. 그런데 ‘대본은 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이제 만들어야지’ 하는 거예요. 기본적인 줄거리만 남아 있다는 거였어요. 그냥 준비된 대본만 설렁설렁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아득해졌죠.” 첫 공연 당시,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을 작업했는데, 대본은 7분 분량밖에 만들지 못했다. 결국 보름 동안 날밤을 새웠다. 게다가 계획에 없던 어트랙션쇼(극장에서 손님을 끌려고 짧은 시간 동안 하는 공연)를 만들고, 막간 영화도 찍었다. 박천휘 음악감독은 20곡 분량의 오에스티를 새로 작곡했다. 재공연을 준비하는 요즘도 밤새워 대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분장이나 액션이 웃기고, 이야기 점프도 놀라운 작품이에요. 시골의 순박한 청년이 7년 동안 데릴사위로 지내다 결혼을 눈앞에 뒀는데, 한 부잣집 망나니 아들 녀석에게 정혼자를 빼앗기고 서울로 와요. 그런데 그 망나니 녀석도 서울에 와 여자들을 후리러 다니다가, 오빠를 찾으러 온 청년의 여동생을 욕보이죠. 청년은 당연히 복수에 나서구요.” 주인공인 영복을 연기한 이원용은 나운규의 뒤를 잇는 최고의 액션 스타로, 유도 선수 출신이다. 전설의 영화 <아리랑>의 히로인으로 결혼과 함께 은퇴했던 신일선의 재기작이기도 하다. 조씨는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반과 아코디언,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등 4인조 악단이 라이브 연주로 변사를 돕는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코파에서 19~20일 이틀 동안 오후 4시와 7시, 모두 4차례 공연한다. 무료공연이며,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 (02)3153-2047~8.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대본·막간영화 완성 위해 ‘날밤’
“34년 개봉작, 되뇔때 전율 느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맛깔나는 조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조희봉(37·사진)씨는 스케줄이 꼬일 때가 종종 있다. 주범은 필름이 존재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청춘의 십자로>(1934·안종화 감독)다. 지난 5월 한국영상자료원의 상암동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상영했는데, 조씨가 변사를 맡았다. 객석 사이 복도까지 관객들이 들어차 대성황을 이뤘다. 재공연 문의가 쇄도하자 영상자료원은 이번 주말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헤이리 판 페스티벌 등 세 곳의 초청도 받았다. 시간에 쫓겨 나오는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의 ‘쪽대본’ 때문에 시간 압박이 만만치 않을 법한데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조씨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제 마지막 대사가 ‘1934년 9월21일 조선극장 개봉작이었습니다’인데, 이 대사를 할 때면 뭉클한 전율 같은 걸 느낀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조씨에게 “1930년대적 외모를 갖고 있다”며 변사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덥석 받기는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감독님과 같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와 재밌다’ 그랬죠. 그런데 ‘대본은 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이제 만들어야지’ 하는 거예요. 기본적인 줄거리만 남아 있다는 거였어요. 그냥 준비된 대본만 설렁설렁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아득해졌죠.” 첫 공연 당시,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을 작업했는데, 대본은 7분 분량밖에 만들지 못했다. 결국 보름 동안 날밤을 새웠다. 게다가 계획에 없던 어트랙션쇼(극장에서 손님을 끌려고 짧은 시간 동안 하는 공연)를 만들고, 막간 영화도 찍었다. 박천휘 음악감독은 20곡 분량의 오에스티를 새로 작곡했다. 재공연을 준비하는 요즘도 밤새워 대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분장이나 액션이 웃기고, 이야기 점프도 놀라운 작품이에요. 시골의 순박한 청년이 7년 동안 데릴사위로 지내다 결혼을 눈앞에 뒀는데, 한 부잣집 망나니 아들 녀석에게 정혼자를 빼앗기고 서울로 와요. 그런데 그 망나니 녀석도 서울에 와 여자들을 후리러 다니다가, 오빠를 찾으러 온 청년의 여동생을 욕보이죠. 청년은 당연히 복수에 나서구요.” 주인공인 영복을 연기한 이원용은 나운규의 뒤를 잇는 최고의 액션 스타로, 유도 선수 출신이다. 전설의 영화 <아리랑>의 히로인으로 결혼과 함께 은퇴했던 신일선의 재기작이기도 하다. 조씨는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반과 아코디언,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등 4인조 악단이 라이브 연주로 변사를 돕는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코파에서 19~20일 이틀 동안 오후 4시와 7시, 모두 4차례 공연한다. 무료공연이며,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 (02)3153-2047~8.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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