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영철
개그맨 김영철, 아리랑방송서 영어로 우리말 강습프로 진행
가수 하춘화 흉내내기로 사람들을 웃겼던 개그맨 김영철은 요즘 코미디 무대보다 영어를 가르치는 강단에 더 많이 선다. ‘영어하는 개그맨’으로 알려지면서 대학·기업체의 영어 특강 강사나 영어가 필요한 행사 진행자로 자주 나선다. 2005년 문화방송 라디오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에서 생활영어를 가르친데 이어 이달부터는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렛츠 스피크 코리안>의 진행도 맡았다. 아리랑 국제방송 사상 원어민도 아니고 영어권 유학도 안 한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맡은 건 그가 처음이다. “영어도 어려운데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려니 힘들어요. 영어로는 ‘돈 워리’면 끝날 말이 ‘걱정마’ ‘걱정하지마’ ‘걱정하지 마세요’ 등 활용이 많잖아요. 프로그램을 맡기 전엔 우리말을 설명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죠.”
김영철이 영어 공부하러 학원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한 공부가 ‘인생 제2막’을 열어줬다. 지금도 세계 무대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겠다는 꿈을 갖고 바쁜 일정 중에도 하루 2~3시간씩 학원 수업과 전화 수업을 병행하며 영어를 공부 중이다. 스스로 ‘활자 중독’이라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 장소에도 팔 한가득 영어원서를 들고 왔고,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도 영어로 수다를 떨었다. 그만의 영어 노하우는 ‘입방정’.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지만 저를 키운건 ‘입방정’이에요.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 관심을 갖고 영어 공부를 시작해 ‘대학에서 강의할래요’, ‘책 낼래요’, ‘아리랑 티브이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싶어요’라고 떠들고 다녔던 게 여기까지 왔죠. 일이 커져가는 걸 보면서 스스로도 깜짝 놀라요.”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를 받아도 막상 말하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교육환경에서 자랐으니 영어 공부가 쉬웠을리 없다. “나도 영어 실패자였다”는 그는 강의를 다닐 때마다 영어 잘하는 방법을 묻는 이들에게 “선생님 탓, 책 탓 하며 핑계대지 말고 꾸준히 하라”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다부진 그의 구상. “유재석, 신동엽만큼 되는 것도 좋지만 영어 공부를 했으니 짐 캐리나 빌 코스비처럼 돼볼까 하는 거죠. 인생의 큰 꿈을 갖고 깨지더라도 한번 해볼 작정이에요.”
김미영<씨네 21>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아리랑 국제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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