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철 피디
딸 앞에서만 단란한 척하는 ‘가면부부’
그의 변신은 무죄? 유죄?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로 연달아 홈런을 친 문화방송 노도철(사진) 피디가 ‘정극’으로 돌아왔다. 7일과 8일 밤 9시55분부터 방송하는 2부작 드라마 <우리들의 해피엔딩>으로 그는 첫 정극 출사표를 던진다.
‘포스트 김병욱(<거침없이 하이킥> 연출)’으로 불리며 시트콤이란 장르를 다지는 데 큰 몫을 해온 그가 정극을 들고 나온 건 예상 밖이다. 그는 “예능국에서 드라마국으로 옮긴 지 1년 반 정도 됐다. 드라마 연출로 기울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시트콤에 견줘 드라마는 (제작 여건이) 갖춰진 게 많아 일이 편하다”고 말했다.
<소울메이트> 시즌 2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그의 연출 변화는 충격이다. 노 피디는 “시트콤에 대한 배반이 아니라 힘들어서 한 포기”라며 “소진되는 느낌을 벗고 작품 속에서 드러났던 내 색깔과 경험을 살려 드라마든 영화든 되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들의 해피엔딩>은 행복을 연기하며 사는 ‘가면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중기(박상면)와 자영(도지원)은 14살인 딸 미나를 위해 단란한 부부로 거짓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중기가 어린 종업원과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영은 분노를 드러낸다. 미나마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예뻐지는 샴푸’ ‘현대에 온 흡혈귀 가족’ 등 늘 새로운 소재를 찾아 보여줬던 노 피디가 흔하고 뻔한 소재인 ‘불륜’과 ‘이혼’을 정극 데뷔작 소재로 삼은 이유는 뭘까? “실제로 주변에 ‘가면부부’로 사는 이들이 많아 시의성도 있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불륜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구태의연함을 벗고 아이의 시선에서 보며 ‘블랙코미디’로 만들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웃음과 눈물이 있는 건 여전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진지하단다.
<우리들의 해피엔딩>이 “나를 테스트하는 과정의 드라마”였다는 그는 “<소울메이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방영 전 방송국 내부 시사회에서 얻은 좋은 반응에 힘입어 국외 출품도 준비 중이다. 그는 “자기 복제를 제일 경계한다”며 “지난 성공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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