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리
‘TV소설 아름다운 시절’ 국밥 배달 똑순이로 열연 진숙역 ‘박그리나’
“쟁반을 하도 머리에 이고 다녀 정수리가 평평해졌어요.”
<티브이소설 아름다운 시절>(K1·월∼금 오전 7시50분)의 박그리나는 국밥 배달을 하는 ‘똑순이’ 진숙이로 사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해 11월12일에 시작한 <…아름다운 시절>은 1970년대 춘천의 시장을 무대로 네 남매의 갈등과 사랑, 가족 간의 화해를 그린 시대극이다. 그가 맡은 진숙이는 네 남매 중 막네로, 국밥집을 하는 어머니 순애(송옥숙)를 돕는 억척스런 캔디형 캐릭터다.
85년생인 그는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박주아 선생님에게 70년대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진작가인 큰 형부가 구해준 70년대 시장 풍경을 담은 사진집도 자주 봤어요.” 가난한 국밥집 딸 진숙이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려고 허름한 몸뻬바지, 월남치마 등도 구해 입었다. “엄마가 전작(<마왕>)에서는 형사로, 이번에는 국밥집 딸로 나온다며 속상해하세요. 제발 다음에는 하이힐을 신고 나왔으면 좋겠대요.(웃음)” 부모님은 그림 그린 듯이 예쁜 아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화면 속에서도 예쁜 모습으로 나오길 바라고 있어서다.
2004년 영화 <령>으로 데뷔한 그는 처음으로 긴 호흡의 일일극을 찍고 있다. “실내 세트장에서 원투쓰리 카메라로 찍는 게 어색하고 힘들었어요. 녹화 때마다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카메라를 ‘빨간 악마’라고 부르며 무서워했죠. 주 5일 내내 작업하고 추운 겨울에 야외 촬영도 많아 몸살에 걸려 고생도 했지만 이제는 편하고 다음 촬영이 기다려져요.”
4개월째 진숙이로 살아가는 그는 서서히 배역과 친해지고 있단다. “진숙이를 통해 가난, 배우지 못한 설움, 집안 반대로 인한 사랑의 아픔 등 평소에 겪지 못한 감정을 느껴요. 진숙이에게도 곧 아름다운 시절이 올 겁니다. 아픔과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 이들에게는 꼭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그에게도 힘들지만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바람대로 항공대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그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처음 꺼내고 방송연예과에 도전했어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루에 한끼를 먹으며 새벽까지 연습했어요.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였죠.”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6월초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시절>에만 매달릴 거란다. 이 작품 이후에는 어떤 변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액션물의 장군 역할을 맡고 싶어요. <해신>의 자미부인(채시라)처럼 눈빛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한 캐릭터라면 더욱 좋죠.”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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