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7일간>
빙의 소재 한·일 드라마 ‘누구세요?’ ‘아빠와 딸의 7일간’ 나란히 선봬
‘역지사지’.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데 그 사람의 몸으로 살아보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있을까. ‘빙의’를 소재로 부녀간의 화해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한·일 두 편의 드라마가 전파를 탄다.
케이블·위성채널 에스비에스 드라마 플러스는 31일부터 2회 연속으로 일본 드라마 <아빠와 딸의 7일간>(목 오후 6시30분)을 방송한다.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지난해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방송된 7부작 드라마다.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쿄이치로(타치 히로시)는 집과 회사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초라한 40대 가장이다. 사춘기를 맞은 고등학교 2학년인 딸 코우메(아라가키 유이)와는 벌써 2년 정도나 말도 없이 지내왔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전철을 타고 오다 지진이 일어나 정신을 잃는다. 그런데 깨어 보니 영혼이 바뀌었다. 당황스럽지만 현실을 받아들인 두 사람. 딸은 아버지 대신 회사로, 아버지는 딸 대신 학교로 향한다.
문화방송 <뉴하트> 후속으로 방영되는 <누구세요?>(극본 배유미, 연출 신현창, 수·목 밤 9시55분)는 아빠의 영혼이 씌인 냉혈 기업가와 천방지축 딸이 주인공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손일건(강남길)은 혼자 남겨진 딸 영인(고아라)이 걱정이다. 중천을 떠도는 49일간 다른 사람 몸에 하루 3시간씩 들어가는 빙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일건은 같은 병원에 코마 상태로 누워 있던 차승효(윤계상)의 몸에 들어간다. 승효의 몸으로 계속 찾아와 간섭하는 아버지를 알 리가 없는 영인. 승효 역시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차가움과 따뜻함이 담긴 행동을 번갈아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빙의는 영화 <사랑과 영혼>이나 미국 드라마 <고스트 위스퍼러>, 에스비에스 <돌아와요 순애씨> 등 동서양을 걸쳐 익히 다뤄왔던 소재다. <누구세요?>의 신현창 피디는 “동양적인 판타지 소재인 ‘빙의’는 몸이 뒤바뀐 코믹한 상황에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두 한·일 드라마 역시 소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아버지와 딸의 관계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십분 살린다. <아빠와 딸의 7일간>은 아빠와 딸의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의 처지에서 생활하며 이해하는 소통기를, <누구세요?>는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철부지 딸 영인과 더부살이 한 일건을 통해 가슴이 따뜻해진 승효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영혼이 뒤바뀌는 설정의 식상함을 한·일 드라마가 어떻게 이겨내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될 듯하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드라마 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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