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유동근
SBS PD들 공개사과 요구
피디-연기자 역학관계 변화
‘쪽대본’ 관행이 불상사 불러 탤런트 유동근의 드라마 프로듀서 폭행사건과 관련해 <에스비에스> 피디협회가 유동근의 공개사과 촉구 성명을 내는 등 양쪽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에스비에스 피디협회(회장 하승보)는 27일 ‘연기자 유동근의 <왕과 나> 제작진 폭행에 대한 성명’에서 “연기자 유동근이 제작현장에서 해당 제작진을 폭행하여 상해를 입히는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불법적 사건이 일어났다”며 “유씨가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공개사과 요구는 거부한 채 언론을 통해 제작 여건 등 구구한 변명을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반사회적인 폭력행사가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번 사건 발단을 일명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방송제작 현실 때문이라 핑계댈 일도 아니며 또한 ‘스타권력’의 문제로 비약해서 이해할 필요도 없다”며 “특정 연기자의 자질 부족과 대중적 인기를 자신의 권력으로 오인한 안하무인의 태도 그 자체가 이유”라고 주장했다. 사태는 유동근이 아내 전인화가 출연 중인 <에스비에스> 사극 <왕과 나> 촬영장에서 제작진을 폭행한 데서 비롯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에 술을 마신 유동근이 경기도 일산의 제작센터에서 대본이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제작진과 시비를 벌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에스비에스 프로덕션의 김용진 책임프로듀서는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하고 이창우 조연출은 턱을 다쳤다. 사태와 관련해선 1차적 발단인 쪽대본 문제가 관심을 끈다. <왕과 나>는 대본이 최소한 한 회 녹화분이라도 미리 나오지 않고, 그때그때 몇 쪽씩 녹화현장에 공급되는 ‘쪽대본’ 문제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17일 열린 <왕과 나> 수원세트장 준공식에서 배우 구혜선은 “(대본이 나오지 않아) 다음 회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 비단 <왕과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쪽대본과 이로 인한 생방송에 가까운 제작여건은 우리 드라마 제작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기작가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과거 방송사가 권력을 쥐던 때로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어쨌든 이때문에 완성된 대본을 받아볼 수 없는 배우들은 캐릭터의 감정선과 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고, 밤샘 촬영을 하기 일쑤다. 촉박한 일정에 따라 급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완성도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제작진과 연기자간 변화된 역학관계가 주목된다. 과거에 피디 등 제작진이 캐스팅권을 쥐고 권력을 휘두른 반면에, 이제는 스타시스템 속에서 인기 연기자의 몸값이 치솟았다는 변화가 이면에 깔렸다는 것이다. 술김이라고는 하나 연기자가 피디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또한 피디들이 연기자한테 매맞고 공개적으로 ‘비난 성명’을 내는 일도 변화된 권력관계를 웅변한다. 제작진은 이번 폭력 사태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제작은 차질이 없다고 일단 주장하고 있다. <왕과 나>의 외주제작사 올리브나인 쪽은 “(폭행 사건으로 인해) <왕과 나>의 촬영과 방송에는 지장이 없다”며 “현재 다음주 촬영분을 찍고 있다”라고 말했다. <왕과 나>는 다음주 연말 특집 <2007 연기대상>으로 월요일은 쉬고 새해 1월1일에 다시 전파를 탄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쪽대본’ 관행이 불상사 불러 탤런트 유동근의 드라마 프로듀서 폭행사건과 관련해 <에스비에스> 피디협회가 유동근의 공개사과 촉구 성명을 내는 등 양쪽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에스비에스 피디협회(회장 하승보)는 27일 ‘연기자 유동근의 <왕과 나> 제작진 폭행에 대한 성명’에서 “연기자 유동근이 제작현장에서 해당 제작진을 폭행하여 상해를 입히는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불법적 사건이 일어났다”며 “유씨가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공개사과 요구는 거부한 채 언론을 통해 제작 여건 등 구구한 변명을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반사회적인 폭력행사가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번 사건 발단을 일명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방송제작 현실 때문이라 핑계댈 일도 아니며 또한 ‘스타권력’의 문제로 비약해서 이해할 필요도 없다”며 “특정 연기자의 자질 부족과 대중적 인기를 자신의 권력으로 오인한 안하무인의 태도 그 자체가 이유”라고 주장했다. 사태는 유동근이 아내 전인화가 출연 중인 <에스비에스> 사극 <왕과 나> 촬영장에서 제작진을 폭행한 데서 비롯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에 술을 마신 유동근이 경기도 일산의 제작센터에서 대본이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제작진과 시비를 벌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에스비에스 프로덕션의 김용진 책임프로듀서는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하고 이창우 조연출은 턱을 다쳤다. 사태와 관련해선 1차적 발단인 쪽대본 문제가 관심을 끈다. <왕과 나>는 대본이 최소한 한 회 녹화분이라도 미리 나오지 않고, 그때그때 몇 쪽씩 녹화현장에 공급되는 ‘쪽대본’ 문제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17일 열린 <왕과 나> 수원세트장 준공식에서 배우 구혜선은 “(대본이 나오지 않아) 다음 회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 비단 <왕과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쪽대본과 이로 인한 생방송에 가까운 제작여건은 우리 드라마 제작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기작가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과거 방송사가 권력을 쥐던 때로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어쨌든 이때문에 완성된 대본을 받아볼 수 없는 배우들은 캐릭터의 감정선과 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고, 밤샘 촬영을 하기 일쑤다. 촉박한 일정에 따라 급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완성도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제작진과 연기자간 변화된 역학관계가 주목된다. 과거에 피디 등 제작진이 캐스팅권을 쥐고 권력을 휘두른 반면에, 이제는 스타시스템 속에서 인기 연기자의 몸값이 치솟았다는 변화가 이면에 깔렸다는 것이다. 술김이라고는 하나 연기자가 피디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또한 피디들이 연기자한테 매맞고 공개적으로 ‘비난 성명’을 내는 일도 변화된 권력관계를 웅변한다. 제작진은 이번 폭력 사태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제작은 차질이 없다고 일단 주장하고 있다. <왕과 나>의 외주제작사 올리브나인 쪽은 “(폭행 사건으로 인해) <왕과 나>의 촬영과 방송에는 지장이 없다”며 “현재 다음주 촬영분을 찍고 있다”라고 말했다. <왕과 나>는 다음주 연말 특집 <2007 연기대상>으로 월요일은 쉬고 새해 1월1일에 다시 전파를 탄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