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에스비에스 제공
건강음식·외국인 농촌체험·스타 집구경 등 ‘천편일률’ 벗어나야
참살이(웰빙)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참살이 트렌드의 속도와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로하스족’(건강+환경) ‘슬로비족’(행복+가정) ‘네오웰빙족’(정신적 즐거움) 등 참살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성향을 구체화해가는 것과 달리 방송은 여전히 건강이나 음식정보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참살이를 다루는 것은 대부분 교양 프로그램이다.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류의 주부 대상 아침 프로그램이나 <생방송 투데이> <무한지대 큐> <생방송 화제집중>류의 데일리 프로그램, 여기에 각종 스페셜 프로그램들이 참살이 관련 아이템을 수시로 쏟아낸다. <싱싱 일요일>(KBS) <뷰티풀 라이프>(MBC) <잘 먹고 잘 사는 법> <얼쑤! 일요일, 고향애(愛)>(SBS)처럼 우리 땅, 우리 먹거리에 대한 정보 전달을 기치로 내건 프로그램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담는 그릇만 다를 뿐 내용물은 비슷하다. 제철에 나는 음식 재료들의 산지를 찾아가고, 맛과 영양으로 음식을 설명하는 방식이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다.
건강과 음식 정보 외에도 참살이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로 외국인들의 농촌체험이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외국인 청년 세 명이 전국을 돌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팔도유람’이 인기를 끌자 ‘국토대장정’ ‘헬로, 빈 방 있수’라는 코너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얼쑤! 일요일 고향애> 역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주부 위더 웰던이 농촌체험을 하는 ‘생생 고향체험’을 내보내고 있다. 외국인들의 스타성에 기대어 명맥을 이어갈 뿐 참신함을 잃은 지 오래 된 형식이다.
시청률 견인의 첨병은 역시 스타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다. 그러나 이사·결혼·리모델링을 했다는 이유로 방문하는 스타에게서 흥미 외에는 참살이의 지혜를 얻기란 쉽지 않다. 소박한 전원생활이 화려한 스타의 모습과 대비되어 감동을 줄 때도 있지만 사치스러워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김승회 피디는 “참살이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음식점 경쟁뿐만 아니라 연예인 경쟁까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획일화된 정보전달에서 탈피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늘리는 코너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거꾸로 하우스’는 특수 제작된 집에서 살아가는 일반인 가정의 열흘간의 생존기를 그린다. 사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폐해, 재미 위주의 편집 등이 우려를 사기도 하지만 생활개선을 돕고, 가족 간의 대화를 늘려 집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가 전달이 된 듯 참여 신청이 늘고 있다. 주부들과 먹거리 산지를 찾아가는 <뷰티풀 라이프>의 ‘팔도 장보기, 산들해’, 기업과 농촌을 연결해주는 <싱싱 일요일>의 ‘1사1촌, 행복한 동행’은 건강한 삶과 즐거운 삶이라는 참살이의 정신이 담겨 있다. <뷰티풀 라이프>의 윤혁 피디는 “새롭다는 차원에서 정보를 소화하는 게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객관화시키는 것이 정보 홍수 속의 역기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각 프로그램들이 정체성에 맞게 주제를 특화시키고 차별화시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생협 박임성아 과장은 “먹거리에 대한 접근도 단순히 음식소개에 그칠 게 아니라 수입 농산물의 급증, 환경오염으로 달라진 식량 자급률이나 식량 지도를 다루면서 좋은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생활 환경 변화 같은 거시적인 관점의 정보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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