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주말 영화’ 흥행 부진
지상파 ‘주말 영화’ 흥행 부진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왕의 남자>. 지난 설 연휴에 방영된 이 영화의 시청률은 겨우 10%를 넘었다. 관객몰이를 하던 위세대로라면 영화는 안방극장에서도 30% 이상의 시청률을 올려야했지만 반응은 시들했다. 이유가 뭘까? 케이블·위성 영화전문채널과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볼 사람은 다 봤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방송 <토요명화>가 28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프로그램은 문화방송 <주말의 명화>, 에스비에스 <씨네클럽> <영화특급>이 있다. 한국방송은 <명화극장>과 <토요명화> 폐지로 신설한 <프리미어>를 편성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방영한다. 그동안 영화프로그램들은 영화 관람 환경과 시청행태의 변화에 따라 요일과 시간을 자주 옮겨왔다. 지상파 방송이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던 시절엔 방영시간에 맞춰 영화를 재단하는 방송사의 횡포나 선정성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거셌지만 지금은 게시판과 전화 모두 조용하다. 한국방송 영화팀 이관형 피디는 “반응이 없다는 건 관심도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수적으로만 보면 지상파 방송 영화프로그램들의 양은 큰 변화가 없으나 질이 달라졌다. 심야시간대로 밀려 시청률과 광고가 어려워지면서 영화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 방송사들은 이제 명절용 영화구매에나 비중을 둘 뿐 정규 편성 영화프로그램은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이어간다. 대박 영화에 묶음 판매로 끼워져 온 함량 미달의 영화들이 재고로 쌓여있다 프로그램들을 채웠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담보하는 영화들이 채우지 못한 빈틈 사이로 외화 더빙에 대한 거부감도 자리했다. 화면의 크기, 다양한 시청층을 위한 배려가 스크린에서 보듯 자막방송을 선호하는 젊은 영화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이젠 미드의 인기로 정규 프로그램의 위치마저 위협받는 추세다. 에스비에스 이경숙 피디는 “최근 한국영화가 부진에 빠지면서 500만 관객이 드는 영화도 찾기 어려워 영화 구매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상파 영화프로그램들은 이대로 좌초하고 말 것인가. 문화방송 김종민 부장은 “예산 부담도 덜면서 좋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티브이영화나 다큐영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의 명화> <한국영화특선> <독립영화극장> 등으로 지상파 3사에 비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폭 넓게 수용하는 교육방송을 들여다볼 만하다. 교육방송 김성숙 팀장은 “교육채널이란 특성에 맞춰 외화는 자막방송을 하고 있다. 케이블과의 경쟁에선 올바른 맞춤법과 문법을 지킨 자막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한국방송 ‘프리미어 페스티벌’은 영화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3회째 행사인 올해는 헝가리·남아공·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영화 16편이 극장과 티브이에서 동시에 상영 중이다. 이관형 피디는 “아이피티브이(IPTV)나 주문형 비디오(VOD)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형태인데 반해 무료인 지상파 방송사들이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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