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누구냐, 얼렁뚱땅 웃기는 니들은?

등록 2007-10-29 14:07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배우들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배우들
‘찌질한’ 청춘들 뭉치니 ‘드림팀’
개성만점 연기 톡톡 튀는 대사
숨은 ‘패러디’ 알면 재미 두배
비현실적인 상상속에서 만화 같은 세상이 열렸다. 한국방송 <얼렁뚱땅 흥신소>(극본 박연선, 연출 함영훈)는 고종이 남긴 열두 항아리의 황금을 찾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믹 모험극이다. 태권도장 사범 무열(이민기), 만화가게 주인 용수(류승수), 영매사 희경(예지원) 등 황금빌딩에 모여 사는 세 사람이 건물의 빈 흥신소에 있다가 우연히 의뢰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의뢰인으로 이들과 한 팀이 되는 부동산 재벌 딸인 은재(이은성), 보물을 노리고 희경에게 접근하는 건달 민철(박희순)까지 합쳐 모두는 보물의 실체에 접근하면서 자신들과 얽혀 있는 진실도 알게 된다.

황금사냥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담았지만 주인공들의 일상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찌질한 인생 그대로 월세를 독촉하는 건물주 할아버지에게 굽신거리고, 자장면 값 계산도 남에게 미룬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박연선 작가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멜로가 중요하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가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처럼 살아있는 드라마”라면서 “이 드라마는 ‘누가 누구와 됐어?’가 아니라 ‘그는 찾았대?’가 궁금한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예지원
예지원
■촘촘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의 기발함=<얼렁뚱땅 흥신소>의 매력은 지나가는 조역 하나도 버릴 데 없이 캐릭터들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중국집 배달원은 물론이고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완벽한 팀 플레이를 선보인다. 태권도 사범인 무열은 몸을, 몇 십년 동안 읽은 만화로 잡다한 지식을 갖춘 용수는 머리를 쓴다. 2회에서 용수가 목에 떡이 걸린 여자를 살려낼 수 있던 건 <닥터 노구찌>같은 의학관련 만화의 장면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빼어난 연기력을 가진 희경은 사기꾼 뺨치는 말 솜씨를, 은재는 팀원들에게 골드카드를 기꺼이 나눠줄 만큼의 자금력을 자랑한다. 각자의 인생은 평범하나 함께 모이니 비범함이 번뜩인다.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활어처럼 파닥거린다. 함 피디는 “작가, 피디, 배우 각자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있을 텐데 누구의 것이 아닌 더 좋은 것을 만들도록 상의하는 게 시너지를 낸다”고 말했다. <연애시대>를 썼던 박 작가의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대사도 돋보인다. 희경이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뺏어 먹는 무열에게 “벼룩의 선지를 내먹을 놈”이라고 하거나,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며 내뱉는 “내 상상은 75에이(A)컵 수준으로 빈약해”라는 대사에선 웃음이 터진다. 캐릭터들의 과장된 상황이 유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신선하고 경쾌하다는 반응이 더 뜨겁다.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스토리텔링기법도 기발하다. 황금사냥을 나서는 결정적 계기가 된 벽속의 주검 발견 장면을 다시 되짚어서 보물지도를 얻는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 등은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힘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6회까지 방영된 <…흥신소>의 계절적 배경은 생뚱맞게도 여름이다. 부채질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대본의 느낌을 살려 7, 8월 편성을 원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흥신소>는 각종 패러디와 번외편으로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오타쿠 성향이 녹아 있다. 전당포에서 핸드백을, 고지도 전문가에게 보물지도를 감정받을 때는 <티브이(TV)쇼 진품명품>을, 흥신소 사무실의 인테리어가 확 바뀌었을 때는 <러브하우스>의 음악과 분위기를 차용했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의 스파이처럼 ‘6회,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달리나?’편에서는 ‘존재감 없고 어딨어도 풍경 같은’ 아주머니가 심부름 센터 직원으로 건달들의 뒷배경을 캐준다. 함 피디는 “평범한 사람들을 생뚱맞게 보여주는 작가의 힘”이라면서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은 장면을 따로 보여주는 번외편이나 다른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은 우리만의 스타일이 되겠구나 하면서도 오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먼저 시작한 <이산> <왕과 나>의 대형 사극에 밀려 시청률에서는 고전 중이나 아기자기한 재미로 틈새를 파고 드는 <얼렁뚱땅 흥신소>. <마왕> <한성별곡> 같은 장르 드라마의 부진을 벗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어깨가 무겁다.


“비중있는 조연이 더 좋아요”

데뷔 10년만에 첫 주연, ‘용수’역 류승수


류승수
류승수
10년차 배우 류승수는 요즘 드라마에서 뛰고 또 뛴다. 영매사, 태권도 사범과 함께 황금사냥에 한창인 까닭이다. 한국방송 <얼렁뚱땅 흥신소>에서 류승수가 맡은 용수는 박연선 작가의 표현을 빌면 ‘만화에서 얻은 방대하지만 접싯물 깊이의 지식으로 사건을 뒤쫓는’ 만화가게 주인이다. 천성이 게으르고 겁 많은 용수를 그는 능청스런 말투와 코믹한 표정으로 감칠맛나게 살려내고 있다.

“코믹한 연기는 배우 개인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배우들이 각자의 개인기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맞춰서 극에서 놀아요. 시트콤이 아니니까 오버하지 않으면서 상황에 부담없이 노는 거죠.”

함영훈 피디는 “용수 캐릭터가 영매사 희경처럼 오버스러울 수 있지만 류승수씨는 이 역할을 튀지 않게 가라앉힐 줄 안다. 가벼운 캐릭터를 날리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받쳐준다”고 평했다.

1997년 영화 <삼인조>로 데뷔한 류승수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감초 같은 조연으로 작품을 빛냈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 <이중간첩> <황산벌>, 드라마 <귀엽거나 미치거나> <고맙습니다> 등에서 소박하면서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연예인 같지 않고 동네 사람같은 편안함”을 내세운 자연스러운 연기가 그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대중들에게 저를 알린 건 <달마야 놀자>때 부터에요. <겨울연가>를 찍을 때는 배용준이란 친구도 얻고 한류스타가 되기도 했어요.”

그런 그가 데뷔 10년 만에 <얼렁뚱땅 흥신소>로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기쁠 법도 한데 그는 “주연이 되면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흥행에 대한 위험도 짊어져서 움직임의 폭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무덤덤한 답변을 내놓았다. “영화에서 주연인지 조연인지 모르는 애매한 역을 하는 모건 프리먼처럼 비중있는 조연이 더 좋다”는 대답에는 묵묵히 작은 배역에도 만족하며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던 흔적이 묻어난다. 밤낮없이 촬영하는 미니시리즈의 제작 환경이 힘들기도 하지만 같이 촬영하는 배우들의 진면목도 발견할 수 있어 즐겁고 편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여러가지 힘든 상황으로 우울증이 오면서 배우를 관둘 생각도 한 적이 있다는 그는 “연기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는 바보라서 지금은 열심히 천직처럼 일하는 중”이라고 했다.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작품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 속에서는 작품을 고르는 신중함도 묻어난다. “시나리오가 공을 들였는지, 아닌지를 꼼꼼히 봐요. 그 덕인지 연기에 대한 후회는 있어도 작품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그래서 전 제 필모그래피가 뿌듯해요.”

일일연속극 <미우나 고우나>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는 김지석은 류승수를 연기선생으로 꼽는다. 후배들을 잘 챙기기로도 소문난 그다. “작품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워요. 저 역시 후배들에게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1.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너구리랑은 같이 살 수 있다 하겠지, 그런데 곰이랑은? 2.

너구리랑은 같이 살 수 있다 하겠지, 그런데 곰이랑은?

저항의 한복판, 3.5%가 만드는 혁신…결정적 성공 요인은? [.txt] 3.

저항의 한복판, 3.5%가 만드는 혁신…결정적 성공 요인은? [.txt]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4.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5.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