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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학교에 간 개그 “여기가 원래 웃기는 동네야”

등록 2007-09-17 10:36

“집중의 박수로! 짝짝짝!” 문화방송 <개그야>의 ‘지금은 수업중’(아래 왼쪽)은 선생님의 구호 아래 학생과 방청객이 박수를 치면서 시작한다. 선생님이 칠판에 글을 쓰는 동안 아이들은 앞자리에 앉은 친구와 장난을 친다. 어수룩한 정태는 등 뒤를 쿡쿡 찌르며 “심심하지, 00하자”라고 수업시간마다 귀찮게 하는 헌이의 말을 따라하다 선생님에게 매번 혼이 난다. 개구쟁이 시절 교실 풍경 그대로다. 에스비에스 <웃찾사>의 ‘친절한 형수씨’(위)는 약자인 형수와 두 명의 불량학생이 나온다. 눈치없고 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형수를 놀리려다 되레 제 꾀에 넘어가는 불량학생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웃음이 터진다. ‘바라바라’(<개그야>)는 선생님이 학생 세 명에게 나쁜 성적을 나무라는 식으로 코너를 이끌어간다. 선생님은 “영어시험에서 일어서다를 영어로 스탠드빠(스탠드바)로 쓴 녀석” “티비(티브이)가 텔레토비 약자라고 쓴 녀석”들을 외모까지 비하하며 혼낸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까다로운 변 선생’ (아래 오른쪽) 꼭지에서 변 선생은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한다. “수학시간이에요. 여러분 수학 어렵죠?” “네” “나도 어려워요. 그럼 다음 시간으로 넘어갈 게요”식이다. 기열이는 변 선생에게 밉상인 학생이다. 기열이가 말만 하면 변 선생은 “나가”라고 호통친다. 책걸상도 없이 바닥에 앉아 있는 종훈이는 투명인간처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요즘,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선생님들의 현실과 달리 개그 프로그램 속 선생님들은 엽기스럽지만 강인하고, 아이들의 세계는 닮은 듯 다르다.

■공감대 형성의 장, 학교= 개그맨 변기수는 “무너진 교권의 뉴스를 보면서 강인한 선생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까다로운 변 선생’ 코너를 만들었다”고 했다. 선생님 위에 더 높은 선생님인 교장선생님과 급우 중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을 의미하는 종훈이도 촘촘히 심어 학교라는 설정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보니 그 안에서 권력관계의 전복, 선생님과 학생의 로맨스 등이 모두 자연스럽게 버무려진다. <개그야>의 노창곡 피디는 “학교는 다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고, 누구나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겐 현실 공감을, 윗세대들에겐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위관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웃음이 터진다는 ‘시소효과’에도 딱이다. 학부모-선생님-학생들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다양한 에피소드와 상황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막내린 ‘열려라 강의실’(<코미디1번지>), ‘떴다 김샘’(<폭소클럽>), ‘여고시절’ ‘1학년 3반’(<웃찾사>) 등에서도 학교는 훌륭한 배경이었다. 코너를 구성하지 못한 자투리 캐릭터들이 학당에 모여 개인기 열전을 펼쳤던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도 교실이란 설정을 빌려와 ‘캐릭터 쇼’를 펼쳤다. <폭소클럽> 작가였던 신상훈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는 “70~80년대 학교 개그는 바보 학생 한 명만 나오면 충분했고, 80~90년대는 선생님의 카리스마와 패러디로 웃음을 줬다. 그러나 요즘은 선생님과 학생이 모두 웃겨야 한다”고 학교 개그의 변천사를 짚었다.

■2% 부족한 날카로움= 그러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 소재와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학교 개그에서 신랄한 교육현실 풍자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과잉보호하는 학부모나 타성에 젖은 교사들을 꾸짖던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인 <폭소클럽> ‘떴다 김샘’ 이후엔 현실을 비틀어 웃음을 주는 이렇다 할 코너들이 보이지 않는다. 체벌, 왕따, 촌지 문제를 잘못 희화화했다간 풍자가 폭력이 되고, 웃음 대신 분노를 낳는 상황이 교육현실에선 더 민감해서다. 그러다보니 소소한 에피소드들만 차고 넘친다. 지상파 3사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웃찾사> <개그야>가 가족들이 함께 보는 일요일로 시간대를 옮겨간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개그콘서트> 김석윤 피디는 “풍자 개그는 피디 작가 개그맨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가족시청시간대 프로그램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상훈 교수는 “웃지 못할 대상은 아무것도 없으며 신정아 교수 학력 위조 사건 등도 얼마든지 코미디 소재가 될 수 있다”면서 “학교 개그가 발전하려면 어떤 소재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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