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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두 사극 거장, 드라마 같은 변신

등록 2007-09-02 20:51수정 2007-09-02 23:19

김재형 피디
김재형 피디
국가대표급 사극 연출자 김재형·이병훈 피디가 월화드라마로 맞붙는다. 248번째 작품을 연출하는 김 피디는 1962년 한국 최초의 사극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용의 눈물〉, 〈여인천하〉, 〈왕의 여자〉 등을 만들었다. 〈허준〉, 〈상도〉, 〈대장금〉으로 한류 사극을 일으켜 세운 이 피디는 사극 경력 30년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김 피디의 〈왕과 나〉(SBS)가 처음 전파를 탔으며 오는 17일 이 피디가 〈이산〉(MBC)으로 샅바를 잡는다. 시청률 경쟁으로 치면 2001년 〈상도〉(15.4%)와 〈여인천하〉(33.3%) 대결에서 김 피디가, 2003년 〈대장금〉(46.3%)과 〈왕의 여자〉(7.6%)에서 이 피디가 이겨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3번째 결전을 앞두고 칼끝을 벼리는 두 연출자를 만났다.

‘왕과 나’의 김재형 피디

“로미오와 줄리엣도 울릴 내시의 사랑
이번엔 선굵은 연출보다 섬세함 살려”

“기존의 내 스타일을 깨려고 한다.”

〈왕의 여자〉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김재형(71) 피디가 변화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번에 맡은 〈왕과 나〉는 40여 년 동안 사극을 연출해온 노장인 그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낯선’ 사극이다. 〈왕과 나〉는 그동안 사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시를 주인공으로 세워 내시 훈련 과정, 내시와 궁녀의 관계, 내시부의 권력 등 내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담는다. 여기에 주된 이야기가 전쟁이나 권력 암투보다 주인공인 내시 김처선(오만석)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울고 갈”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주로 왕과 신하, 궁중의 여인네들을 다루는 궁중 이야기에 선 굵고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연출력을 보여온 예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기자기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아내려면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필요하다. 그는 “꽃만 찍었던 카메라맨에게 갑자기 다른 물건을 놓으면 당황한다. 내가 지금 그렇게 새로운 대상을 만난 기분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 작품에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많이 불어넣었단다. 폐비 윤씨(윤소화) 역의 구혜선, 성종 역의 고주원, 정현왕후 역의 이진 등 신세대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고 바이올린과 국악기를 접목한 퓨전음악을 배경음으로 깔았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인물 클로즈업을 반복하는 촬영 방식은 변함없다. “내 사인 같은 것이다. 각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시선을 고정하는 효과가 있다.”


‘왕과 나’
‘왕과 나’
그의 복귀작에 대한 첫 평가는 괜찮은 편이다. 1회 때 시청률 14.6%로 순조로운 출발을 하더니 2회 때 19.7%를 기록하며 월화극 1위를 차지했다.(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 무엇보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내시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는 평이다. 시청자 유제택씨는 “수염이 나서 탈락하고 우아한 자태를 인정받아 은 12냥에 팔리는 등 자세하게 묘사된 내시 선발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총 50부의 전주곡만을 울린 〈왕과 나〉는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는 8회부터 처선, 폐비 윤씨, 성종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들 중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는 처선이라는 캐릭터에 얼마나 진정성을 부여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피디는 “처선이는 끝까지 소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이어가야 하는 인물로 그리려고 한다”고 했다. 기존 사극이 왕 옆에서 간사하게 재잘거리는 간신으로만 정형화한 내시를 순수한 사랑에 가슴 뛰는 인간으로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사극 피디로서의 사명감을 놓지 못하겠다”며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촬영 현장을 지키는 그는 같은 시간대 맞붙게 되는 이병훈 피디에 대해 백전노장다운 소회를 남겼다. “이병훈 피디 같은 후배가 많아야 사극 장르가 영원할 것이다. 나도, 이병훈 피디도 열심히 하며 서로 노력해야 한다.”

글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산’의 이병훈 피디

“위태롭고 위대했던 정조 38년 삶
이번엔 섬세함보다 선굵은 연출”

이병훈 피디
이병훈 피디
“지금까지 만들었던 드라마 유형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병훈(63) 피디는 그동안 작품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가 ‘성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이 주제를 과감히 떨쳐버린다. “롤플레잉 게임처럼 매번 주인공이 어려운 일을 겪고 헤쳐나가는 과정이 반복되니까 작품들이 자꾸 비슷해지더라”며 이순의 나이를 넘어 낯선 길을 찾아나섰다. 허준, 이재술, 장금 같은 역사서에서 희미했던 인물에게 구체적인 형상을 불어넣었던 그가 이번에는 역사적으로 생생한 정조대왕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위험을 무릅쓴다.

정조는 단지 ‘콤플렉스 없는 그의 첫번째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한중록〉(1988)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사극에서 이미 묘사했던 왕이다. 그러나 이 피디가 20여권의 책에서 읽어낸 정조는 “인간적으로 완벽하면서도 항상 죽음의 위협에 쫓긴 왕이었다”고 했다. “사흘에 한번씩 암살시도를 당하고 매일 잠자리를 옮기는 인간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그려내는 것만 해도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가 되리라”는 것이다. 더불어 〈이산〉에서는 영조대왕을 새롭게 그린다. “그동안 사극에서 괴팍하고 미친 노인네로 취급했던 영조대왕의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조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자마자 우선 배우 이순재부터 점찍어두었다”고 한다.

방대한 스케일보다는 섬세한 재미를 추구하던 이병훈 피디의 스타일도 변화가 예고된다. 용인에 8천평 규모로 세트장을 마련했다. 지난달 24일 이곳에서는 정순왕후(김여진)의 생일잔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출연자 600여명이 동원됐다. 곰살궂은 이야기꾼인 이 피디가 오랜만에 선 굵은 소재를 잡은 셈이다. 남성적인 사극을 즐기는 김재형 피디와 어째 서로 바뀐 것 같다. “원래 그 선배는 정통사극을 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소재까지 재미있는 걸 찾았으니 겁난다”며 너스레를 쳤다.

‘이산’
‘이산’
이병훈표 드라마 요소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을까? “〈허준〉에서는 의술, 〈대장금〉에서는 식문화를 그렸다. 〈서동요〉 때 과학기술을 부각해 보려다 시청률이 떨어져서 그만뒀지만, 이번에는 그림 그리는 관청, 도화서가 주무대다.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는 조선시대 화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드라마와 전통문화를 한데 땋아내리는 것이 사극의 재미이자 장점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내 사랑 팥쥐〉의 김이영 작가를 끌어오는 등 사극에 낯선 젊은 작가와 작업하기를 즐기는 방식도 여전하다. 이 피디는 “김 작가는 올 4월에 60부 전체의 시놉시스를 모두 완성했으며, 회마다 최완규 작가가 감수를 맡을 것”이라며 염려를 일축한다. 따뜻한 해피엔딩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뒤편에는 정조대왕 암살설과 의빈 성씨 모자의 암살설이라는 그늘이 짙지만, 그는 “정사도 아닌 설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산〉은 정조(이서진), 의빈 성씨(한지민), 호위무사(박대수)의 11살 어린 시절에서 출발해 정조임금의 위태롭고 위대한 38년 세월을 달려갈 예정이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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