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티아일랜드
에프티아일랜드·버즈 등
직접 곡 안쓰는 반쪽짜리
‘음악성 있다’ 포장 노렸나
직접 곡 안쓰는 반쪽짜리
‘음악성 있다’ 포장 노렸나
도대체 ‘밴드’야?, ‘그룹’이야?
요즘 한창 활동하는 에프티아일랜드, 엠씨더맥스, 버즈 등에 따라붙는 물음표다. 가창력과 연주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기존 아이돌 그룹과 차별되지만, 그렇다고 직접 곡을 쓰고 연주하는 ‘밴드’라고 하기는 아직 부족한 탓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음악에서 밴드와 그룹은 비슷한 듯 해도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명문화한 규정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밴드’는 자체적으로 곡을 쓰고 연주하는 팀을 말한다. 반면 그룹은 연주 능력과는 상관없이 여러 명으로 짠 팀이면 모두 해당된다. 연주 능력을 중시하는 표현인 밴드라는 말은 비틀즈가 나온 1960년대 이후 상식처럼 굳어졌다. 국내 록 밴드를 대표하는 와이비(YB)가 창작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와이비의 〈사랑two〉 〈너를 보내고〉 등의 히트곡은 외부 작곡가의 곡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제 연주 및 창작능력과는 상관 없이 이름을 ‘밴드’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발라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에프티아일랜드, 엠씨더맥스, 버즈 등이 여기 해당한다.
‘꽃미남 5인조 밴드’라고 내세우는 에프티아일랜드의 경우 1집에서 단 한곡도 자작곡을 넣지 않았다. 조영수씨 등 국내 작곡가들, 그리고 일본 작곡가의 곡들로 음반을 채웠다. 팀 출발도 기존 밴드들과 다르다. 보통 밴드들은 멤버들이 자생적으로 팀을 이룬 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실력을 쌓고 기획사와 만나 음반을 내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기획사에서 먼저 가요계의 흐름을 파악해 구성하는 그룹들의 경우 밴드와는 달리 음악성보다는 대중적 인기를 끌 요소를 갖춘 멤버들로 기획해 팀을 짜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노래 역시 검증되지 않은 자작곡보다는 곡을 사서 쓰기 마련이다. 에프티아일랜드는 이런 점에서 밴드보다는 그룹에 가깝다.
엠씨더맥스와 버즈의 경우도 자작곡이 있긴 하지만 일본 곡을 리메이크 하거나 국·내외 작곡가들이 만든 곡에도 의존한다. 특히 히트곡 대부분은 외부 작곡가들의 노래들이었다.
따라서 음악평론가들은 이들이 엄격한 의미의 ‘밴드’로 보기엔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밴드임을 내세우는 팀들이 많아지는 것은 스스로 음악을 해결하는 밴드라는 명칭을 활용해 음악성을 갖춘 팀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음악계 관계자들은 “밴드란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가요기획사 마이티그라운드 유해영 실장은 “직접 작사, 작곡, 연주를 해서 독특한 음악세계를 선보여야 밴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능력이 없이 밴드라는 타이틀이 근사해보여 내세우는 팀들의 경우 실제로는 아무 능력도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도 “그룹과 밴드의 가장 큰 차이는 작곡과 연주 능력인데, 기획상품으로 만든 팀들의 경우 창작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엠씨더맥스 / 버즈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