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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평택 부안 합천의 ‘경성‘ 오가며 NG와 ‘스캔들’

등록 2007-07-02 14:07수정 2007-07-02 17:34

경기도 평택에서 촬영한 종로경찰서 취조장면.
경기도 평택에서 촬영한 종로경찰서 취조장면.
[‘경성 스캔들’ 촬영현장]항일투쟁-청춘로맨스로 땀 뻘뻘
실수 연발로 자책하자 “왜 화내, 아이스크림 사면 되지”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신음해도 청춘은 언제나 봄인가?”(차송주)

한국방송(2TV) <경성스캔들>(극본 진수완, 연출 한준서·이정섭)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비장한 항일무장투쟁사와 경쾌한 청춘 로맨스의 조합을 시도한다. 바람둥이 선우완(강지환), 독립운동을 하는 고전적인 신여성 나여경(한지민), 경성 최고의 기생이자 비밀결사대 <애물단>의 암살자인 차송주(한고은), 조선 총독부 형사인 이수현(류진)이 만드는 소동극이다. “연애는 조국해방투쟁의 가장 강력한 위장전술”이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경성스캔들>은 해방, 항일, 혁명의 대의명분으로 무겁게 짓눌렸던 기존 시대극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발랄한 시선으로 엄혹한 시대를 그리고 있다. “꺼지십시오”“쪽팔린다” 같은 요즘말도 극중에 튀어나오면서 시대극이 주는 거리감도 없앴다.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재현한 1930년대 경성의 밤거리.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재현한 1930년대 경성의 밤거리.

193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수도 경성에 카페가 등장하고,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힌 것은 1920년대 말부터다. 지난 6월25일 찾아간 <경성스캔들>의 주무대인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에는 1905년부터 1960년대까지의 분위기를 살린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다. 드라마 <서울 1945>,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촬영한 곳이다. <경성스캔들>팀은 합천 세트 건물에 네온 사인을 달아 밤이면 환하게 불을 밝힌다. 1930년대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장치로 네온 사인을 택한 것이다. 한준서 피디는 “당시 경성의 종로, 아현동 진고개, 경성역 넘어가는 지역은 동경보다 더 화려했다. 의상, 세트 모두 100% 사실은 아니어도 고증을 거쳐 지난 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나여경이 주인인 해화당 서점 앞 진열대에는 당시 근대적인 여성들을 위한 잡지인 <신여성>이 놓여있다. 들춰보니 표지만 <신여성>이고, 내용물은 <논설문 읽기 쓰기의 길잡이>라는 전혀 다른 책이다. 서점 안에는 “배우자! 가르치자! 다함께 브나로드!!” 표어도 걸려있다. 브나로드는 1930년대 문맹퇴치 운동이다. 야학선생인 여경이 노인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고, 아이들에게 글공부를 시키는 모습도 모두 시대상을 재현했다.

나여경이 선우완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자정을 훨씬 지나서야 촬영이 시작됐다.
나여경이 선우완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자정을 훨씬 지나서야 촬영이 시작됐다.

무더위와의 전쟁=시대극의 여름 촬영은 무더위, 장마, 벌레와 싸우는 한편 세트 이동, 분장 등 시간과의 싸움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경기도 평택·수원·부천과 전북 부안, 경남 합천까지 연일 세트장을 오간다. 이날도 빗줄기를 용케 피하며 평택에서 종로서 취조실 장면을, 부안에서는 선우완과 나여경의 피크닉 장면을 어렵게 촬영한 뒤 제작진은 늦은 밤 합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16부 중 8회 방영으로 반환점을 돈 <경성스캔들>은 앞으로 ‘사랑을 하려거든 조국을 먼저 해방시켜라’라는 깨달음을 얻은 선우완이 사랑을 쟁취하면서 독립투사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제작진은 “시대정신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6일 아침, 전국에서 가장 덥다는 합천의 무더위가 실감나는 날씨에도 촬영은 계속 됐다. 그늘에서 류진과 대사를 맞춰보던 한지민은 “오늘은 짜증나는 더위”라며 더위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듯이 웃어 넘긴다. 명빈관에서는 찌는 더위에 한복을 겹겹이 곱게 차려입은 한고은과 강지환이 촬영을 준비중이다. 차송주가 앞마당 테이블에 앉아 있는 선우완에게 나여경이 종로서로 연행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장면이다. 그러나 한고은은 다급한 목소리로 처리해야 하는 대사에 마음마저 다급해진 것인지 대사 엔지를 냈다. 계속된 실수로 한고은이 테이블을 치며 자신을 책망하자 강지환이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왜 화를 내고 그래, (스태프들에게) 아이스크림 돌리면 될 것을.” 이정섭 피디도 덧붙인다. “덥네, 목도 마르고.(웃음)”


<경성스캔들>은 카메라 들고 찍기, 롱테이크 기법 등 다양한 촬영기법을 사용해 인물들의 표정과 심리를 잡아낸다. 나여경에게 차인 선우완의 표정을 반원형 트랙 위의 카메라가 잡아내고 있다.
<경성스캔들>은 카메라 들고 찍기, 롱테이크 기법 등 다양한 촬영기법을 사용해 인물들의 표정과 심리를 잡아낸다. 나여경에게 차인 선우완의 표정을 반원형 트랙 위의 카메라가 잡아내고 있다.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재현한 1930년대 경성의 밤거리.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재현한 1930년대 경성의 밤거리.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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