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대구 공방전’ 이하나·고동선 피디
이하나·고동선 피디가 말하는 ‘메리대구 공방전’
재능은 없고 열정만 높은 두 젊은이 메리(이하나)와 대구(지현우)의 일상을 그린 문화방송 〈메리대구 공방전〉(연출 고동선, 극본 김인영)이 톡톡 튀는 캐릭터에 ‘마니아 드라마’로 뜨고 있다. 동시간대 방영하는 에스비에스 〈쩐의 전쟁〉과 견주어 시청률에서 밀리지만 다시보기 서비스 상위권에 오르는 등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9일 메리 이하나(사진 왼쪽)와 고동선 피디(오른쪽)가 자리를 같이해 자화자찬과 자책 모드를 섞어 가며 〈메리대구 공방전〉을 이야기했다.
■고 피디, 하나에게서 메리를 보다
고동선(이하 고)=하나를 처음 만났을 때 희한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네 감독님” 하고는 수첩에 받아 적는 거다. 복습도 하는지 다음에 내가 다른 말을 하면 항의하더라.(웃음) 실제 이미지가 메리처럼 특이해 하나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윗선에서 정한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웃음)
이하나(이하 이)=실제 내 모습은 메리와 많이 다르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 그래서 천연덕스럽고 넉살 좋은 메리를 연기하는 게 처음엔 헷갈렸다. 일기장 앞에 ‘하나는 없고 메리는 있다’고 써 뒀다. 메리와 다른 나를 소진시키고 싶었다.
고=하나와 현우는 집중력이 강하다. 초반엔 코믹에 대한 강박 때문에 절제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능수능란해진 것 같다.
이=우리 드라마는 가슴에 와 닿는 대사와 장면이 장점인 것 같다. 1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 없지만 내 안에선 뭔가가 이만큼 키가 컸을 거야”란 대사가 뭉클했다. 초밥집에서 비싼 접시라 못 먹고 있는 장면에서 여성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하더라.(웃음)
고=열정만 가득한 백수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에피소드 고민을 많이 했다. 기획회의 할 때 1박2일 동안 백수에 관한 에피소드 300가지를 작성했다. 대구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앉아 쓰레기통 앞에서 쿠폰 찾는 신도 거기서 나왔다. 그런 장면은 배우들이 못 한다고 하면 나올 수가 없다. 만날 트레이닝복 입고 나오면 광고가 안 들어오잖아.(웃음) 그런 점에서 배우들의 변신이 너무 고맙다. 이=1회에서 변기에 앉아 있는 장면은 사실 좀 걱정됐다. 변비 광고를 찍었을 때 기억이 나서.(웃음) 실제 나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 천연덕스럽고 넉살좋은 메리를 연기하기 위해 일기장 맨 앞에 ‘하나는 없고 메리는 있다’고 썼다. 메리와 다른 나를 소진시키고 싶었다 - 이하나 ■자잘한 재미의 향연 이=우리 드라마는 주연에서 조연까지 허투루 나오는 캐릭터가 없어 연기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함께 출연하는 장면이 많은 황제슈퍼 사장님은 나를 끌어 주는 힘이 있다. 오버와 절제의 적절한 선을 그분 연기를 보면서 터득한다. 고=메리와 대구가 꿈을 향해 가는 과정과 메리와 대구의 사 랑이야기가 이웃, 가족과 더불어 펼쳐진다. 황제슈퍼 사장, 풍운 도사와의 관계 등이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다. 슈퍼 사장에게 배운 춤이 뮤지컬 오디션 때 도움이 되는 등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드라마를 표방했는데 아무도 몰라주더라.(웃음) 이=실제 촬영할 때 애드리브가 많다. 메리가 양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동작도 애드리브다. 대구가 메리 머리에 양파를 던지는 신도 즉석에서 나왔다. 고=웃음과 눈물은 동전의 양면이다. 캐릭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라 연출에서도 사실감을 살리려고 애쓴다. 대구를 (카메라로) 잡고 있어도 저 멀리 혼자 공원을 내려가는 메리가 계속 잡히는 식의 롱테이크를 자주 쓴다. 롱테이크는 작위적인 코믹 요소에 자연스러움을 준다. 이=그래도 뒷모습 연기는 힘들었다.(웃음) 메리와 대구가 꿈을 향해 가는 과정과 그들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이웃, 가족과 더불어 펼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애초 가족드라마를 표방했는데 아무도 몰라주더라(웃음) - 고동선 피디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고=애초 가족드라마로 기획하면서 진부한 것을 뛰어넘자고 한 게 오히려 신세대 코드가 된 것 같다. 막상 해 보니 참신하긴 해도 푸근하고 쉬운 드라마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이=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슷하다는 오해는 만화 같은 내 연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드라마를 봤다. 그래서 비슷하게 안 하려고 신경 써서 연기한다. 고=결말은 두 주인공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깨닫는 것으로 맺는다. 사랑 이야기는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이=도진과 대구 중 고르라면 대구를 택할 것 같다. 그러나 대구가 완벽하게 좋은 건 아니다 .(웃음) 고=토 다는 게 꼭 메리다. 대사로 써야겠다.(웃음) 연기는 캐릭터 감성을 따라가는 거다. 하나는 멜로드라마도 잘할 거다. 이=멜로 여주인공 꼭 해 보고 싶다. 잘될 거다. 난 소피 마르소를 닮았으니까. 글 남지은 김미영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메리대구 공방전’ 어떤 드라마
찌질한 청춘의 사랑에 볕들 날 올까 〈메리대구 공방전〉은 자신만의 판타지를 갖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그린 명랑 드라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메리와 무협소설작가 대구를 통해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대 평범한 젊은이들의 눈물과 웃음을 담았다. 〈메리대구…〉에는 허투루 볼 수 없는 숨은 코드가 많다. 백수인 메리와 대구는 게으르지 않다. 꿈을 이루려고 노래도, 습작도 열심이다. 백수, 가난한 사람,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못났거나 게을러서라는 잘못된 시각으로만 보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생각을 담았다. 메리와 대구의 대척점에는 떳떳하지 못한 과정으로 성공한 이세도(이기열)를 두었다. 동방서커스의 인기 스타인 리키박(이영하)을 질투해 서커스장에 불을 질렀던 피에로 이세도가 남부럽지 않은 부자로 살면서도 발 뻗고 편하게 살지 못하는 모습은 결론적인 성공 대신 떳떳한 과정을 강조한다. 메리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황제슈퍼 사장이나 뮤지컬 무대라며 약장수 쇼에 가게 만드는 동파 모두 알고보면 성장 기반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이웃과 친구다. 12회를 지난 드라마는 메리와 대구의 본격적인 사랑을 그리며 ‘찌질한’ 청춘들이 과연 꿈을 이룰 것인지 궁금증을 남겨 놓은 상태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부모님이 대구탕을 드신 날 밤 잉태됐다고 대충 붙여 준 이름대로 그들의 인생이 대충이진 않을 듯하다. 그들에겐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건 에베레스트 등반대만 하는 일이 아니야. 나도 매일 주저앉고 싶은 나 자신과 싸우면서 산다구.” (메리)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고=열정만 가득한 백수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에피소드 고민을 많이 했다. 기획회의 할 때 1박2일 동안 백수에 관한 에피소드 300가지를 작성했다. 대구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앉아 쓰레기통 앞에서 쿠폰 찾는 신도 거기서 나왔다. 그런 장면은 배우들이 못 한다고 하면 나올 수가 없다. 만날 트레이닝복 입고 나오면 광고가 안 들어오잖아.(웃음) 그런 점에서 배우들의 변신이 너무 고맙다. 이=1회에서 변기에 앉아 있는 장면은 사실 좀 걱정됐다. 변비 광고를 찍었을 때 기억이 나서.(웃음) 실제 나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 천연덕스럽고 넉살좋은 메리를 연기하기 위해 일기장 맨 앞에 ‘하나는 없고 메리는 있다’고 썼다. 메리와 다른 나를 소진시키고 싶었다 - 이하나 ■자잘한 재미의 향연 이=우리 드라마는 주연에서 조연까지 허투루 나오는 캐릭터가 없어 연기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함께 출연하는 장면이 많은 황제슈퍼 사장님은 나를 끌어 주는 힘이 있다. 오버와 절제의 적절한 선을 그분 연기를 보면서 터득한다. 고=메리와 대구가 꿈을 향해 가는 과정과 메리와 대구의 사 랑이야기가 이웃, 가족과 더불어 펼쳐진다. 황제슈퍼 사장, 풍운 도사와의 관계 등이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다. 슈퍼 사장에게 배운 춤이 뮤지컬 오디션 때 도움이 되는 등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드라마를 표방했는데 아무도 몰라주더라.(웃음) 이=실제 촬영할 때 애드리브가 많다. 메리가 양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동작도 애드리브다. 대구가 메리 머리에 양파를 던지는 신도 즉석에서 나왔다. 고=웃음과 눈물은 동전의 양면이다. 캐릭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라 연출에서도 사실감을 살리려고 애쓴다. 대구를 (카메라로) 잡고 있어도 저 멀리 혼자 공원을 내려가는 메리가 계속 잡히는 식의 롱테이크를 자주 쓴다. 롱테이크는 작위적인 코믹 요소에 자연스러움을 준다. 이=그래도 뒷모습 연기는 힘들었다.(웃음) 메리와 대구가 꿈을 향해 가는 과정과 그들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이웃, 가족과 더불어 펼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애초 가족드라마를 표방했는데 아무도 몰라주더라(웃음) - 고동선 피디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고=애초 가족드라마로 기획하면서 진부한 것을 뛰어넘자고 한 게 오히려 신세대 코드가 된 것 같다. 막상 해 보니 참신하긴 해도 푸근하고 쉬운 드라마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이=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슷하다는 오해는 만화 같은 내 연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드라마를 봤다. 그래서 비슷하게 안 하려고 신경 써서 연기한다. 고=결말은 두 주인공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깨닫는 것으로 맺는다. 사랑 이야기는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이=도진과 대구 중 고르라면 대구를 택할 것 같다. 그러나 대구가 완벽하게 좋은 건 아니다 .(웃음) 고=토 다는 게 꼭 메리다. 대사로 써야겠다.(웃음) 연기는 캐릭터 감성을 따라가는 거다. 하나는 멜로드라마도 잘할 거다. 이=멜로 여주인공 꼭 해 보고 싶다. 잘될 거다. 난 소피 마르소를 닮았으니까. 글 남지은 김미영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메리대구 공방전’
‘메리대구 공방전’ 어떤 드라마
찌질한 청춘의 사랑에 볕들 날 올까 〈메리대구 공방전〉은 자신만의 판타지를 갖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그린 명랑 드라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메리와 무협소설작가 대구를 통해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대 평범한 젊은이들의 눈물과 웃음을 담았다. 〈메리대구…〉에는 허투루 볼 수 없는 숨은 코드가 많다. 백수인 메리와 대구는 게으르지 않다. 꿈을 이루려고 노래도, 습작도 열심이다. 백수, 가난한 사람,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못났거나 게을러서라는 잘못된 시각으로만 보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생각을 담았다. 메리와 대구의 대척점에는 떳떳하지 못한 과정으로 성공한 이세도(이기열)를 두었다. 동방서커스의 인기 스타인 리키박(이영하)을 질투해 서커스장에 불을 질렀던 피에로 이세도가 남부럽지 않은 부자로 살면서도 발 뻗고 편하게 살지 못하는 모습은 결론적인 성공 대신 떳떳한 과정을 강조한다. 메리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황제슈퍼 사장이나 뮤지컬 무대라며 약장수 쇼에 가게 만드는 동파 모두 알고보면 성장 기반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이웃과 친구다. 12회를 지난 드라마는 메리와 대구의 본격적인 사랑을 그리며 ‘찌질한’ 청춘들이 과연 꿈을 이룰 것인지 궁금증을 남겨 놓은 상태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부모님이 대구탕을 드신 날 밤 잉태됐다고 대충 붙여 준 이름대로 그들의 인생이 대충이진 않을 듯하다. 그들에겐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건 에베레스트 등반대만 하는 일이 아니야. 나도 매일 주저앉고 싶은 나 자신과 싸우면서 산다구.” (메리)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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