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녀들의 수다’ 사진 한국방송 제공
KBS ‘미녀들의 수다’ 선정성에 인종차별까지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우리 문화를 이야기해 보자는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사진)가 성 차별적 방송 내용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한국방송은 이 프로그램을 ‘KBS 월드’ 채널로 세계 40여 나라에 내보내고 있어 자칫 우리 문화에 대한 편견을 키우리라는 걱정도 나온다.
〈미녀들의 수다〉는 다양한 국적의 미녀 16명과 한국의 연예인 남성 패널들이 주제별로 앙케트 자료를 가지고 나누는 대화를 담는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연말 모습’ ‘한국인이 안 지키는 에티켓’ 같은 주제로 우리 문화의 잘잘못을 따져 보거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허를 찌르며 웃음을 퍼올린다.
하지만 문화 차이에 따른 견해차를 보여주기보다는 여느 오락프로처럼 말장난 위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욕뿐 아니라 싸움도 잘한다’ ‘외모에 신경 쓰고 조건을 따진다’같이 한국의 특징으로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는 편파적이고 부정적인 조사 내용을 내보내는가 하면, “누구랑 남이섬에 갔어요? 그냥 엔조이 한 거예요?” “장어를 먹으니 밤에 어땠냐” 등 남성으로만 이뤄진 진행자와 패널들의 선정적인 진행 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 사는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우리 문화를 들여다본다는 게 프로그램 취지라면,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직종의 남녀 출연자가 아니라 ‘예쁜 젊은 여성’만을 출연시킨 공영방송 제작진의 의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미디어 모니터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토크를 표방하면서 미혼 여성들로만 출연진을 선별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들을 대하는 인종차별적 태도도 꼬집었다. 금발 여성에게 “인형 같다”는 칭찬을 하면서 흑인 여성에겐 “시커먼스”라고 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미의 서열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프로 시청자게시판에 시청자 임명수씨는 “자칫 해당 국가나 민족에게 엄청난 반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제작진이 생각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올렸다.
일요일 오전에 방영되던 〈미녀들의 수다〉는 인기에 힘입어 다음달 30일부터 월요일 밤 11시대로 옮겨간다. 다른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인 〈야심만만〉(에스비에스), 〈개그야〉(문화방송)와 맞붙을 만큼 시청률 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20대 미혼여성이라는 한계를 벗고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KBS ‘미녀들의 수다’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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