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소속사 엠넷미디어, 제작비 20억 투입 SBS에 무상 제공…휴대폰등 간접 효과 논란도
제작단계부터 가수 이효리의 음반홍보용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온 2부작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지난 23일 에스비에스에서 금요드라마 시간대에 연속 방영됐다. 시청률(에이지비닐슨미디어 자료)은 1부 12.2%, 2부 13.3%로 집계됐다.
<사랑한다면…>은 이효리의 소속사인 엠넷미디어에서 제작비 20억여원을 들여 만든 드라마로, <애니클럽> 등을 만든 유명 뮤직드라마 감독 차은택이 연출하고, 배우 정준호·이동건 등이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세잎클로버>(에스비에스) 이후 첫 드라마 연기에 도전한 이효리의 연기력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3월 초에 발매된 이효리의 싱글앨범 수록곡이 드라마에 삽입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는 앨범 홍보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방영 하루 전인 22일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차은택 감독은 “앨범 홍보용이 아니며 드라마가 공개된다고 음원홍보가 더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방영물에서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외국의 팝들과 함께 1부에서는 노래 ‘톡톡톡’이 배경음으로, 2부에는 ‘잔소리’가 짧게 소개됐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효리가 모델로 등장했던 휴대폰, 음료 등도 화면에 담아 간접광고 논란을 빚어냈다. 이날 차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게 보였다면 지워야겠지만 정식 협찬은 한 자동차회사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엠넷미디어가 에스비에스에 드라마를 무상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외주 제작물을 편성하면 방송사는 제작사에 일정한 제작비를 지급하게 돼 있다. 에스비에스 구본근 드라마 부장은 “에스비에스가 방영권만 갖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사가 제작비를 받아 가면 디브이디(DVD), 브이오디(VOD), 자체 케이블채널 방영 등에서 방송사와 저작권을 나눠 가져야 하므로 제작사로서도 안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 엠넷미디어 소속인 배우 송승헌이 에스비에스에서 5월 방송 예정인 <신들의 도시>에 출연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작사와 에스비에스 사이에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남겨뒀다. 구본근 부장은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은 별개로 논의된 사항”이라면서도 “매니지먼트와 제작을 겸하는 회사니 함께 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은 했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드라마국 이창섭 부장은 “방송사나 제작사나 이득이 남아서 그렇게 된 것 아니겠냐”면서 거대 연예기획사가 제작까지 겸하며 세를 키우는 상황에 대해서는 “기획사의 제작 겸업은 결과적으로 제작과 편성에까지 영향을 주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엠넷미디어는 <사랑한다면…>을 케이블채널 <엠넷>(Mnet)에서 4부작으로 늘려 방영하고, 일본 <후지 티브이>와도 계약을 체결해 편성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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