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차마고도’
“우리가 먼저 기획” “김빼기냐” 주장…일부 화면은 제작사-방송사 ‘원조’ 논란
실크로드보다 200여년 앞선 문명 교역로 ‘차마고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두고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가 갈등을 겪고 있다.
에스비에스가 지난 6일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 캄>(일요일 오후 11시5분) 2부작을 11일과 18일에 방송하겠다고 밝히자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6부작 <천상의 길, 차마고도>를 준비중이던 한국방송(1TV)이 7일 ‘맛보기’ 프로그램인 <차마고도 5000km를 가다>를 같은날인 11일 오후 8시에 긴급 편성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차마고도는 중국 서남부 운남·사천에서 티벳을 넘어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5000여km에 이르는 길로, 기원전 시기에 소금과 차 따위를 말에 실어 나르던 이동로다.
두 방송사 모두 “우리가 먼저 기획” 양쪽이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우연한 겹치기’로 볼 수 있었던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방송 이도경 피디는 “에스비에스가 방영하는 다큐의 제작사인 낙미디어는 2005년 1월 방송된 한국방송 <티벳 소금계곡의 마지막 마방>을 제작한 곳으로, 이번에 당시 방송 화면을 일부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스비에스가 일부 지역만 조명한 다큐를 차마고도란 제목으로 내보내는 것은 한국방송이 방송사상 첫 유럽지역 선판매라는 성과를 얻으며 ‘2006년 대기획’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해 김을 빼겠다는 게 아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에스비에스 서유정 피디는 “누가 먼저 기획했는지는 살펴보면 알 일로 이번 사태는 다큐를 만든 박종우 감독과 한국방송의 문제”라고 말했다.
뿌리깊은 갈등 어디까지 갈까 <티벳 소금계곡…>과 에스비에스에서 방영하는 <차마고도 1000일…>을 만든 박종우 감독(당시 낙미디어 소속)은 “한국방송에서 방영한 <티벳 소금계곡…>의 저작권은 낙미디어가 갖고 있어 문제가 없으며, 차마고도는 2004년부터 관심을 갖고 <한국방송>보다 먼저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이 기획과 방송 예정일을 자꾸 바꾸면서 다큐 제작일정에 차질을 빚었는데 에스비에스가 <차마고도 1000일…>의 방영을 결정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박 감독은 또 “차후에 독립 제작사가 거대 방송사에 밀려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티벳 소금계곡…> 제작과 한국방송의 차마고도 기획에 모두 참여한 대진대 중국학과 홍희 교수는 에스비에스와 제작사 낙미디어 앞으로 공동저작물이었던 <티벳 소금계곡…>의 동의없는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차마고도 다큐 의 동시 방영 논란이 방송사 간의 감정다툼으로 끝날지 방송사-제작사간 ‘원조’기획 논란으로 이어질지 주목을 끌고 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에스비에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