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방영 KBS2 ‘눈의 여왕’ 촬영현장…화려한 제작진 기대 모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의 한 체육관. 입구쪽에 ‘승리권투체육관’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장실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썩은 널빤지를 대충 맞춰놓은 듯한 마룻바닥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삐걱거린다. 11월13일 첫 방송하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새 월화드라마 <눈의 여왕> 제작현장이다. 한때는 ‘천재 한태웅’이었지만 지금은 삼류 체육관의 권투 연습 상대로 살아가는 ‘득구’(현빈)가 사는 장소다. 60여명의 제작진은 근처 여관에 방을 잡고 이곳 세트에서 3박 4일간의 일정 중 둘째 날 촬영분을 소화하고 있었다.
<눈의 여왕>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피디와 <겨울연가>의 김은희·윤은경 작가가 호흡을 맞추고, 현빈과 성유리가 주인공으로 내정되면서 일찌감치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이 피디는 “세상을 등진 천재소년과 다 가진 듯하지만 건강이 없는 소녀가 사랑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라고 드라마를 소개했다. “불치병이 등장하는 멜로드라마라는 점에서 전작과 비교돼 피하고 싶었지만 잘하는 걸 새롭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작품”이라고 했다.
다른 제작진도 화려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팀이 해외로케이션 장소였던 뉴질랜드에서 헬기 고공촬영을 맡았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이진호 미술감독과 <8월의 크리스마스> <형사>의 조성우 음악감독이 각각 미술과 음악을 맡았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부담을 벗기 위해 숙제하는 마음으로 한다”는 현빈과 <어느 멋진 날>에서의 호평으로 연기에 자신감이 붙은 성유리가 “얼음공주 보라로 변신한 모습을 지켜봐 달라”며 의욕적으로 촬영 중이다.
김솔매 프로듀서는 “같은 이름의 안데르센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 만큼 극 타이틀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 3개국 정도에 이미 선판매가 됐으니 한류바람도 기대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리허설 시작. 이형민 감독이 “연기 뿌려!”를 외치자 스태프들이 기계를 이용해 뿌연 연기를 체육관에 가득 채웠다. 지미집(무인크레인)에 매달린 카메라가 현빈을 중심으로 넓은 체육관 안을 한바퀴 훑는다. 현빈이 대걸레질을 쓱쓱 하며 움직인다. 줄넘기를 하는 선수들, 샌드백을 치는 선수들 사이로 그가 날쌔게 지나간다. “컷!” 아무도 없는 체육관을 혼자 청소하는 장면, 풀어진 운동화 끈을 다시 동여매는 장면 등 즉석에서 여러 움직임을 만들어본다.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가 찍은 화면을 응시하던 감독이 마침내 본 촬영을 외친다. “모두 조용, 액션!”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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