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오늘 첫방송…주인공 하지원·화려한 볼거리 등 기대
11일 첫 방영 되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황진이〉(수·목 밤 9시55분)는 조선 제일의 명기이자 최고의 여류시인인 황진이를 다룬 퓨전 사극이다. 황진이 역을 맡은 ‘흥행 보증수표’ 하지원, 〈불멸의 이순신〉을 집필한 윤선주 작가, 〈꽃보다 아름다워〉 〈유행가가 되리〉를 만든 김철규 피디가 호흡을 맞추면서 기획단계부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계간 〈나래시조〉가 시조시인 93명에게 좋아하는 시조를 조사한 결과, 황진이의 시조 3편, ‘동짓달 기나긴 밤을’(1위), ‘어져 내일이야’(6위), ‘청산리 벽계수야’(8위)가 10위권 안에 들었다. 김 피디는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시인인 만큼 그의 시조들이 드라마에서 한 시절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나 감정이 깊어질 때 내레이션 형식으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24부작인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를 축으로 황진이의 예술과 삶을 조명한다. 10대 시절이 마무리되는 9회까지는 황진이가 왜 세상에 맞서고 양반네들을 조롱하게 되었는지가 드러나고, 이후에는 진취적인 삶을 살려고 애쓰는 황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작진은 화려한 기생의 삶이라는 겉껍질로 가볍고 선정적으로 나가는 일을 경계하고, 재능과 미모를 가진 천출 여성의 비극적 삶이라는 알맹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지난 9월29일,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하지원은 “당시에 황진이가 거문고를 튕기면 듣는 이들의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한다. 한낱 기생이 아닌 춤꾼, 음악가인 황진이를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윤선주 작가는 “꿈과 욕구를 가진 인간의 이야기다.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극 연출에 처음 도전하는 김철규 피디도 전화 인터뷰에서 “재능과 미모를 갖추고도 성적으로나 계급적으로나 억압받았던 비극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진지한 주제의식과 별도로 기생의 의상과 소품, 기방문화, 한옥의 멋 같은 다양한 볼거리에도 공을 쏟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조선시대 기방을 표현한 양평 오픈 세트를 포함해 강원도 등지를 돌며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전통의 멋이 남아있는 경기도 용인 민속촌, 경북 영주 소수서원과 선비촌 등이 배경으로 쓰였다. 퓨전 사극인만큼 한류에 대한 기대도 높다. 방송 전에 공개된 드라마 포스터는 외국에서 구매 의사가 높아 메인 포스터 3종과 회별 24종의 포스터가 벌써 상품화 단계를 밟고 있다고 한다. 김 피디는 “이 드라마에서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이 주된 관심이기도 하다”며 “작게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한편 사랑과 예술, 자유와 감정을 억압하는 사회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비춰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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