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HD TV문학관’ 다음달초 방영…이번에도 장형일 PD 연출
소설 〈등신불〉이 24년 만에 다시 ‘TV 문학관’으로 방영된다.
한국방송 1텔레비전 〈HD TV 문학관〉은 1980년대 인기 프로였던 〈TV문학관〉의 대표적 작품으로 82년 방송됐던 ‘등신불’을 고화질(HD) 촬영기법으로 새로 만들어 10월6일 방영하기로 했다. 80년 시작해 26년 동안 한국문학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던 〈TV 문학관〉을 새로운 촬영기법을 도입해 2005년 〈HD TV 문학관〉으로 되살리면서 당시 주요 작품이었던 ‘등신불’도 새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82년작 등신불을 연출했던 장형일 피디가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장 피디는 지난 15일 한국방송 공개홀에서 열린 ‘등신불’ 공개시사회가 끝난 뒤 “이전 작품이 촬영기법이 낡아 초파일에 재방송될 때마다 얼굴이 뜨거웠는데 이제는 덜 부끄러울 것 같다”며 만족감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동리의 같은 이름 소설이 원작인 ‘등신불’은 중일전쟁 때 학도병으로 끌려갔다 탈출한 재일유학생 ‘나’가 1000년 전 자기 몸을 불살라 열반하면서 등신불이 된 ‘만적선사’에 관한 전설을 접하는 이야기다. 24년 전처럼 원작에는 없는 허구의 인물인 여옥이 만적의 이복 여동생으로 등장해 만적과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82년작은 임혁, 민욱, 한혜숙, 반효정 등이 출연했고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찍었는데, 이번 2006년작은 성민, 정시아, 고두심, 김정현 등이 출연하며 중국 쓰촨성의 한 절에서 찍었다.
중국 로케이션은 6월 초 열하루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촬영했는데 현지 촬영의 특성상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장 피디는 “극의 절정인 소신공양 장면이 가장 찍기 어려웠다”며 “이 장면을 위해 현지에서 동원한 중국인 엑스트라들은 소방차로 비를 뿌리자 반 이상이 흩어졌고, 중국 스태프들에게 광풍기를 요청했더니 선풍기 2대를 가져온 일은 이제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일이 됐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못 찍은 부분은 여주 신륵사에서 재촬영했다. 82년작과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비가 내리는 장면, 만적선사의 몸에 불이 붙는 장면 등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점이다.
불교의 인신사상을 담은 ‘등신불’을 두 번이나 찍게 된 장 피디의 소회는 남다르다. 장 피디는 ‘등신불’이 그의 종교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연을 털어놨다. “예전에 스님들의 협조가 잘 안돼 불교를 버리고 기독교를 택했어요. 이번에 등신불을 다시 찍으면서는 잘 되게 해달라고 새벽 기도를 드렸죠.(웃음)” 〈HD TV 문학관〉은 ‘등신불’을 방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7일과 8일 밤 10시20분부터 ‘나쁜 소설’과 ‘달의 제단’을 잇달아 방송한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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