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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한류 되살릴 해외합작 예 있소

등록 2006-09-20 21:07

사진 위부터 ‘북경 내 사랑’ ‘무이응오가이’ ‘프렌즈’. 한국방송·씨제이미디어·문화방송 제공
사진 위부터 ‘북경 내 사랑’ ‘무이응오가이’ ‘프렌즈’. 한국방송·씨제이미디어·문화방송 제공
배우·자본 넘어 제작·마케팅도 함께
중국과는 ‘꽃은 내일 핀다’ ‘미로’
베트남과는 ‘무이응오가이’ 제작중
제작 중단도 많아 실효성 따져야
‘한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드라마 제작사들의 변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상호 콘텐츠 교류를 위한 아시아 전문 채널의 신설, 한류 수입국과의 공동제작 추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이들의 노력이 반한류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는 좁다, 세계로 가자=이전에도 한-중 합작 〈북경 내 사랑〉(2004)과 한-일 합작 〈프렌즈〉(2002)처럼 공동제작 사례는 간간이 있었다. 이제는 자본과 배우만 공유하지 않고 제작과 마케팅에서 국경을 넘나든다. 현지화 제작을 통한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추세다.

문화방송은 헤이룽장(흑룡강)성 티브이와 〈꽃은 내일 핀다〉를 공동제작한다. 시골 처녀가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과 사랑을 얻는다는 정통 멜로로, 현재 두 방송사가 공동집필 중이며 내년 1월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결혼합시다〉의 예랑 작가가 대본 집필 중인 〈사랑의 요리사〉도 후난티브이와 함께 제작한다. 씨제이미디어는 올 초부터 베트남에서 100부작 ‘맞춤 드라마’ 〈무이응오가이〉(‘고수풀 향기’라는 뜻)를 촬영 중이다. 베트남 현지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은 연출·각본·촬영 등의 핵심 인력과 제작 노하우를 제공한다. 현재 25회 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11월 말에 호찌민 티브이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씨제이미디어는 “이곳에서는 오픈세트 촬영과 동시녹음이 처음 시도될 정도로 제작환경이 달라 광고나 협찬 고지 등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할리우드진입 소식이 돌 만큼 베트남은 주변 동남아 국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씨제이는 앞으로 어린이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도 점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삼화프로덕션이 이종원, 신애가 출연하는 〈미로〉를 중국에서 공동제작 중이다. 무산될 뻔한 위기를 넘긴 한국-터키 합작드라마 〈스피드〉를 제작하는 시케이미디어웍스도 내년 여름 방영을 목표로 기획 단계부터 다시 터키와 상의하고 있다. 이서진, 이다해의 캐스팅은 변함없지만 드라마 소재인 레이싱 경기 일정에 맞춰 터키가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제작이 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올리브나인 역시 〈종합병동〉 콘셉트의 드라마 〈미려병동〉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에서 새로운 작품 4편을 타진 중이다.

중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음에도 공동제작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앤비스타스의 이태형 대표는 “중국내 시청층이 넓어 비교적 소재 제한이 적고, 활발한 문화교류로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나인 김태원 부사장도 “공동제작은 향후 로드맵과 비전에 관한 문제다. 믿을 만한 해외 사업 파트너를 발굴하고,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선점보다 신중함이 우선=로고스필름의 이삼룡 부사장은 “공동제작으로 가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에 매달려야 하는 한계와 한류가 가라앉는 시점에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에이트픽스의 〈비천무〉는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한-중 드라마로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국내 방영이 되지 않고 해외 수출에만 의존해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 로고스필름은 〈러브 스토리 인 소르본느〉(가제)의 제작을 놓고 주한 프랑스대사관 고등교육진흥원과 올 초 논의하면서 첫 한-프 합작 드라마의 출발을 알렸지만, 현재 진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올리브나인의 〈천년도〉 역시 공동제작사와 중국 현지 사정으로 잠정 보류된 상태다.

한국방송 국제협력팀 최성민 피디는 “프로젝트들이 대형화되는 추세니 이젠 공동제작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지만 아직 언어 문제, 방송 규제, 소재의 한계 등에 부닥쳐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계약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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