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광복절특집 팩션드라마 ‘가네코 후미코’ 26~27일 방송
일왕 암살을 기도했던 일본 여성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조명하는 팩션드라마가 선보인다. 한국방송 1텔레비전 〈KBS 스페셜〉에서는 61돌 광복절 기획 2부작 〈가네코 후미코〉(사진)를 26일과 27일 저녁 8시에 방송한다.
독립운동가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였던 가네코 후미코는 일제 강점기, 비정한 조국을 등지고 식민지 조선의 편에 섰던 몇 안 되는 일본인 중 한 명이다. 소수지만 일본 진보학파에서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물로, 1923년 박열과 함께 폭탄테러로 일왕 암살을 계획한 혐의로 체포된다. 일어나지 않은 ‘미완의 사건’이었지만 일본 사법부는 3년간 재판을 끌었고, 두 사람은 ‘단지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는커녕 ‘천황 암살 기도는 지극히 정당했다’는 주장으로 법정을 투쟁의 장으로 삼았다. 1926년 3월, 법정은 사형을 선고하지만 주변국의 외교적 비난을 염려한 일본은 일왕의 은사라며 이들을 무기 징역으로 감형한다. 하지만 석 달 만에 가네코는 목을 매 자살하고, 그의 죽음은 진짜 자살인지, 위장된 암살인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았다.
수형생활 2년째에 발견된 ‘괴사진’도 의문점이다. 따로 수감된 박열과 가네코가 한 감방에서 다정한 자세로 함께 있는 사진은 당시 신문에도 실렸을 만큼 지금까지 일본 사법부 내에서도 미스터리다. 이들에게 호감을 느낀 예심판사의 호의였다, 두 사람을 회유하기 위한 덫이었다 등의 추측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잦은 이혼과 재혼으로 불안정한 유년을 보냈던 가네코는 9살이던 1912년에 조선에 살던 고모집으로 팔려와 17살 때까지 살면서 3·1 운동을 목격한다. 일본 내 약자였던 그는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과 약자에 대한 연대의지를 자신의 불행한 삶에서부터 체험하면서 일본에 돌아온 뒤 사회주의자가 된다. 이때 자연스럽게 박열과도 어울리면서 일본의 군사제국주의에 맞서 무산혁명을 위한 공동투쟁을 벌인다.
가네코 후미코의 인물 기록은 야마다 쇼지가 쓴 평전 〈가네코 후미코〉를 참고했다. 제작진은 검증된 사실과 몇 가지 의문이 남는 사건들을 재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한계를 보충해주는 팩션드라마 형식을 빌려왔다. 취재진은 그의 죽음과 사진의 의문을 밝히기 위해 일본 현지도 다녀왔지만 일본 사법부는 재판기록과 유서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기록이 적힌 책의 표지 촬영은 허용했으나 한 페이지도 넘겨보지 못하게 했다. 유동종 피디는 “가네코 후미코를 통해 일본인의 아나키즘과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천황제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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