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정책검증 부족·흥미 위주’ 분석…월드컵 보도에 밀려
지상파 방송사들의 선거보도가 내용과 형식 모두 ‘체면치레’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서는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부터 21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뉴스(문화방송 〈뉴스데스크〉, 한국방송 〈뉴스9〉, 에스비에스 〈8시뉴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책관련 보도는 부족하고 후보자들의 동정이나 여야 공방을 중계하는 흥미 위주의 연성보도가 많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 26돌 기념일을 맞아 주요 정당이 모두 광주에서 집중유세를 벌이자, “전투 중계하는 듯한 보도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스비에스는 17일 〈빛고을 전투〉에서 “여야는 빛고을, 광주 전투로 지방선거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는 말로, 문화방송은 18일 〈광주대격돌〉에서 각 당 지도부의 선거유세전을 ‘대격돌’로 표현했다.
이에 비해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검증을 위한 보도는 부족했다는 평이다. 민언련은 “문화방송은 기존의 공약을 나열식으로 묶어 3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고, 에스비에스와 한국방송은 매니페스토 추진본부와 함께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시도를 보였으나 공약 평가에서는 여전히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15일부터 매일 한 차례씩 방송된 ‘지방선거, 유권자가 바꾼다’라는 제목의 한국방송 연속기획 보도에 대해서는 칭찬과 아쉬움을 함께 짚었다. 19일 〈선거도 장애인 소외〉에서 장애인 출마자와 유권자들의 어려움을 조목조목 짚었지만, 다른 날 방송한 일부 보도는 선거의 부정적 양상만을 부각해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는 평이다.
또 민언련은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가 박근혜 대표 피습 관련 보도가 쏟아진 21일 단 한 건의 선거보도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박 대표 피습 사건의 진실은 그것대로 추적하되, 방송사들이 유권자들에게 실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투표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지방선거 보도가 지난주(8~14일, 44건)에 비해 66건으로 늘어났지만 월드컵 보도에 밀리는 현상은 지속됐다. 방송3사의 월드컵 관련 보도는 총 86건으로 지방선거 보도보다 20건 많았다. 에스비에스와 문화방송은 월드컵 보도가 선거 관련 보도의 2배 가까이 됐다.
민언련은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모두 ‘뉴스 거리’로 만들어내는 방송사들이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그저 ‘체면치레’만 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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