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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자의 <불림소리>
현대무용사 되돌아 본 45인의 몸짓 우리나라에 처음 무용과가 설립된 곳이 이화여대인데, 때는 1963년이었다. 하지만 해방 원년에 생긴 체육과에서 이미 무용도 함께 가르쳤다.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인 육완순(72)씨가 ‘현대무용’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게 1953년이다. 이 학교 체육과 52학번인 육씨는 동기들과 2학년이 되면서 박외선 선생으로부터 ‘발레’를, 지경운 선생으로부터 ‘현대무용’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 3, 4학년 땐 학교 강당에서 작품도 올렸다. “뭔지도 모르고 배웠지만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성에 안차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는 10여 년이 지난 1963년, 미국식 현대무용작품이 처음 서울 무대에 올랐다. 미국의 마사 그레이엄 학교에서 유학하고 온 육씨의 작품이었다. 마사 그레이엄. 미국 현대무용의 선구자인데, 발레 슈즈를 내던지며 현대무용을 태동시킨 이사도라 던컨과는 또 다르다. 규격화된 동작으로 가득한 발레를 버리고 그저 자유롭게 춤을 추던 던컨식 현대무용과 달리 동작을 기법화하여 현대무용을 비로소 체계화한 것이다. 육씨가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좌표로 간주되는 까닭도 이를 한국무용에 소개한 데 있다. 육씨가 중심이 되어 40여년 한국 현대무용사를 재조명한다. 28일부터 3월9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무용뮤지엄(조직위원장 육완순)의 <뮤지엄, 모던 댄스 코리아>다. 홍신자, 이숙재씨 등의 대선배, 박호빈, 안애순, 최데레사씨와 같은 중견, 정연수 등의 신인 유망주를 모두 아울러 현대무용 안무가 45명의 대표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무용·예술계 인사 100명이 뽑았는데 73년 국내 초연한 뒤 꾸준히 재공연해온 육씨의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부터 지난해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솔로댄스 페스티벌’에서 안무 최고상을 받은 뒤 처음으로 국내 초연하게 된 이경은씨의 <오프 데스티니> 등 면면이 다양하다. 비슷한 취지로 1993년 <한국 현대무용 30년 기념 축제 무대>가 열린 바 있다. 다만 육씨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회고적 축제였던 반면, 이번 행사는 더 많은 무용수들과 함께 현대무용의 현재, 미래를 전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잔치다. 이를 위해 지난해 2003년 말부터 조직위를 꾸려왔다. 학술 심포지엄, ‘한국 현대무용 역사에 공헌한 20인의 사진전’ 따위가 함께 열린다. (02)738-3931.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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