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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자체 제작드라마 <미끼> 1,2회가 지난 27일 공개됐다.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을 다룬 범죄스릴러다. 6부작(매주 금 2회씩)으로 구성된 파트1을 먼저 내보내고, 파트2는 상반기 중에 푼다. 설정은 2004년 실제로 일어난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과 유사하다. 사기꾼 노상천은 중국으로 밀항한 뒤 사망한다. 그가 8년 뒤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기 사건과 살인 사건을 섞은 ‘미끼’를 던진 <미끼>의 시작은 어땠을까? 허성태가 희대의 사기꾼 노상천, 이엘리아가 사기 사건 피해자 가족이자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천나연을 연기한다. 장근석이 로펌 출신 형사 구도한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작가는 김진욱, 연출자는 <종이의 집>을 만든 김홍선이다.
사기에 살인사건 접목은 좋은데
[남지은 기자] = 보고나면 딱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04년 ‘조희팔 다단계 사건’이다. 극 중 노상천처럼 조희팔은 2008년 중국으로 밀항했고 그곳에서 2011년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조희팔 피해자들도 <미끼> 속 피해자들처럼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조희팔 사건은 <꾼> 등 여러 영화에서 소재로 활용했다. 기존 영화에서는 두뇌싸움과 반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끼>는 죽은 사람을 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하고 추리하게 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정덕현 평론가] = 한마디로 ‘미끼’를 잘 던진 것이다. 살인 사건은 노상천이 죽지 않았고, 노상천의 사망발표로 묻힌 진실을 재조명하고 수사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계획적인 범행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제목도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노상천의 사기행각이 부자가 되고픈 욕망을 건드리는 ‘미끼’를 던져 벌인 일이라는 것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린 사건을 누군가 살인사건을 ‘미끼’로 재수사하게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상천이 진짜 살아있는 것인지, 죽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피해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남지은 기자] = 피해자들이 돈을 잃은 ‘결과’ 이후에 따르는 고통을 드러내면서 그들의 현실을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한다. 노상천 살인사건 피해자이자 기자로 나오는 천나연(이엘리아)을 통해 사기는 살인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가 고등학교 때 엄마가 사기를 당했고, 그 고통에 아빠는 분신자살을 했다. 사기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양가적인 감정도 솔직하게 담는다. 형사조차 피해자들을 “공돈 먹으려다 사기당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노상천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돈을 끝까지 받아내겠다는 피해자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사람들의 솔직한 시선을 보여주면서,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꼬집어 주고 있더라.
[정덕현 평론가] = 이야기 구도를 세 축으로 하면서 범죄자를 추적하는 형사 이야기의 단순함을 비껴간다. 첫번째 축은 별 볼 일 없던 노상천이라는 건달이 어떻게 빅스네트워크 회장이 되고 5조 원대의 사기 사건을 벌이고 권력자들과 연이 닿았는가다. 범죄스릴러지만 노상천이라는 인물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재미요소를 따라간다. 두 번째 축은 노상천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살인 사건을 통해 과거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로펌 출신 형사 구도한 이야기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고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요소가 담겨 있다. 세 번째 축은 노상천 사건의 피해자 공동체를 대변하며 진상을 밝히려는 천나연 이야기다. 구도한 형사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입장을 공감해주는 것으로 드라마의 메시지와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긴장감 약하고 캐릭터 매력 덜해
[정덕현 평론가] = 하지만 2회까지 내용만 보면 아직 구도한과 천나연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노상천이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에 대한 과거를 넘나드는 입지전적인 서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되는 것. 회가 진행되면서 바뀔 수 있지만, 초반에 구도한과 천나연의 매력이 전면에 나오지 않는 건 여러모로 아쉬운 면이 있다. 이 드라마의 성패는 결국 이 세 축이 얼마나 팽팽하게 전개되는가에 달려 있을 테니 말이다. 허성태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장근석은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수염을 잔뜩 기르고 터프한 이미지를 내세우는데 그런 외면적인 것 말고 스토리 속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좀 더 끄집어내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이엘리야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남지은 기자] =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범죄스릴러에서 터프한 형사를 선택해 그가 어떻게 소화할까 궁금했다. 중저음의 목소리톤도 역할에 꽤 잘 어울렸고. 그러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일까?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 그가 잘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처럼 캐릭터를 온전히 받아들여 ‘구도한은 이래야 해’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스며 나오도록 하면 좋겠다. 그래도 장근석의 선택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미끼>에서는 오히려 조역 캐스팅에서 여러 작품에서 인상 깊게 연기한 배우들을 모아 놓은 느낌이다. 개별적으로는 다 연기 잘하는 데 그래서 <미끼>만의 배우는 없다는 느낌이랄까? 그 중 한명이라도 <미끼>가 발굴해 낸 배우를 찾아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정덕현 평론가] = 시청자들에게 <미끼>를 계속 봐야 할 이유를 좀 더 분명히 드러내 줘야 한다. 가해자의 서사가 전면에 등장해 매력적으로까지 그려지게 되는 점은 그래서 그 축으로 기울어지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피해자의 서사가 보다 분명히 그려져야 범인을 잡고 진실을 밝히고픈 욕망을 시청자들에게 미끼로 던질 수 있을 테니. 결국 이 드라마의 성공은 한 축으로 기울어져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균형 있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남지은 기자] = 속도감도 아쉽다. 사건이 발생하고 형사가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도 긴장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살인범이 피해자한테 112에 전화해 “노상천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하게 하는 이유 등 시청자가 보면서 긴장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심장이 쫄깃해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다 보니, 그럼에도 솔깃할 수 있도록 연출의 묘미를 좀 더 부려줬으면 좋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