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껍질을 뚫고 날아오른 천재들
1 더하기 1은 몰라도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기막히게 연주하는 아이, 특별히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한 번 보면 저절로 외우는 아이, 물 속을 헤엄치며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아이. 이들은 일명 ‘서번트 신드롬’, 자폐증같은 뇌기능 장애와 이와 대조되는 천재성을 동시에 갖는 아이들이다. 한국방송 3라디오(AM 639KHz)는 창사특집 2부작 <장애를 가진 천재들>을 3일과 4일 오후 6시부터 한시간씩 방송한다. 미술과 음악, 운동에서 재능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을 소개하고 주변사람들로부터 이들이 숨은 능력을 연마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본다.
정신지체는 보통 언어와 학습장애같은 발달장애를 동반한다. 사람들과 시선 맞추기를 두려워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되지 않아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복학습으로 꾸준한 훈련이 필요한 만큼 주변의 관심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1부, 껍질 속에 갇힌 천재성’에서는 발달장애 3급이지만 암기력이 뛰어난 쌍둥이 오운진, 유진 형제와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박혜신, 절대음감 판소리꾼 최준이 주인공이다. 장애 속에서 천재성을 발굴하기까지의 과정을 주변인의 인터뷰로 들려준다. 아울러 ‘2부, 천재들의 비상’에서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수영 선수 김진호의 사례를 소개하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과 방법을 알아본다.
프로그램은 서번트 신드롬이 주는 놀라움보다 어떻게 이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키워줄 수 있는가를 살핀다. 나아가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중에 하나가 경기도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래희망프로젝트’. 정신지체 장애학생들을 위한 숨은 재능 찾아주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9월 처음 시범을 보였고, 현재 두 번째 참가자들을 모집, 상담중이다.
장애인과 소외계층에 많은 관심을 쏟아온 주미영 프로듀서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사회성’이며 정신지체아들에게는 특히 이 부분이 어렵다”면서 “소수의 일로만 치부하지 않고 장애아들이 가진 재능을 일깨우고 자신감을 심어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아와 그들의 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숨은 능력을 찾아내고 키울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은 장애로 인해 몸이 불편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장애인들을 통해 장애 속에 깃든 천재성을 일깨우는 것이 결국 우리 사회 모두의 몫임을 알려준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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