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남고 학생회>(왓챠)에 이어 <시맨틱 에러>(왓챠)까지 요즘 비엘(BL)물이 인기다. 남자(Boy)들이 사랑(Love)하는 이 세계를 그동안은 ‘엄마 몰래’ 봐야 했지만, 지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를 맞아 메이저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분명 비엘물이지만 ‘보이’(B)가 ‘사랑’(L)하는 세상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한 남자 이야기다. 비엘물의 주인공이 비엘을 싫어한다고?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방영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오티티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절대 비엘이 되는 세계 vs 절대 비엘이 되고 싶지 않은 남자>(이하 <절대 비엘>)다.
대학생 모브는 어느 날 자신이 비엘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의 주변에는 이상할 정도로 꽃미남이 많고 인기 있는 남자들은 모두 여자한테 관심이 없다. 남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손잡고 다니고 술자리에서 ‘자고 싶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서로 질투를 유발할 때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모브는 남자들끼리 사랑하는 이 세상이 부담스럽다. 남자들이 자신한테 고백하는 상황을 막고 싶다. 적을 알아야 싸움에 이기는 법. 비엘 책들을 잔뜩 사서 관련 공부를 시작한다. 책으로 마스터한 비엘 세상. 어떤 유혹도 미리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시작되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모브가 공부하는 과정에서 비엘 관련 용어(?) 등이 자세하게 설명된다. 비엘물 입문용으로 좋은 작품이다.
모브와 가족들은 특별히 뛰어난 점 없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보통, 평범 등의 속성은 주인공의 특징이 되어 안 좋은 일과도 엮인다. 그래서 <절대 비엘>은 비엘을 배제하더라도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가상세계며 일종의 메타버스다. 독특한 가상세계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모두가 주목받으려고 노력하는 세상에서 주목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 역시 그만큼 절실하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이면서 무엇보다 잘 만든 코미디다.
그렇다면 ‘절대’ 비엘이 되기 쉬운 세상에서 비엘이 되지 않으려던 모브의 투쟁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두의 예상대로 그 역시 사랑에 빠진다. 원작은 만화이며 8회짜리 쇼트폼 드라마를 우리나라에서 30분씩 4회로 묶어 내보냈다. 곧 시즌2가 나올 정도로 대중성도 높다.
물론 비엘물을 모든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피 튀기는 고어물이나 수위 높은 성인물 역시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장르물’이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왜 비엘물이 난리인 거야?’란 궁금증이 생긴 분들에게는 ‘절대’ 추천한다.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