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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찬 “‘시맨틱 에러’로 역주행…음원차트 진입 꿈만 같아”

등록 2022-04-01 18:51수정 2022-04-04 15:54

왓챠 BL드라마 <시맨틱 에러> 상우 역 인터뷰
주변 반대에도 “안해보고 후회 말자” 밀어붙여
최근 6인조 아이돌 그룹 DKZ로 컴백
“지난 3년 힘들었지만 드라마 인기에 힘 얻어”
재찬. 동요엔터테인먼트 제공
재찬. 동요엔터테인먼트 제공

“회사에서는 반대했는데 제가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밀어붙였어요. 헤헤.”

의외의 답변이다. 소속사에서 유명해지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며, 그의 등을 떠민 줄 알았다. 2019년 데뷔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낯설기 때문이다. “제가 아이돌로 활동하니까 아무래도 비엘(BL·Boys Love) 드라마가 조심스러웠나 봐요. 호불호가 있고, 또 종교적인 이유로 싫어하는 분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안 해보고 후회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는 이 당찬 배우는 요즘 화제인 <시맨틱 에러>(왓챠)에서 매사가 논리적인 공대생 ‘추상우’를 연기한 박재찬이다. 재찬은 그룹명을 ‘동키즈’에서 ‘디케이지’(DKZ)로 바꾸고 오는 12일 컴백하는 6인조 아이돌그룹 멤버이기도 하다.

<시맨틱 에러>는 한국에서 비엘 드라마를 대중적 장르로 만드는 데 좋은 출발이 됐다. 남자들의 사랑을 담은 비엘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건 대략 2020년부터다. 한 케이블방송사 피디는 “당시 웹드라마로 만들어 비엘 드라마 시장이 탄탄한 타이 등에 주로 판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았다. 그에 견줘 <시맨틱 에러>는 만남부터 혼란, 그리고 사랑까지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재찬은 “원작 웹소설에서 수위를 낮추고 청춘 캠퍼스물처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한 것도 비결이 아닐까”라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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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틱 에러> 한 장면. 왓챠 제공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좋다는 점은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비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케미는 작품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극 중 ‘장재영’을 연기한 박서함은 지금은 탈퇴했지만 아이돌그룹 크나큰으로 활동했다. “예전에 형이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음료도 주고 가시는 등 저희 팀을 많이 생각해주셨어요. 촬영장에서도 저를 많이 귀여워해주셔서 따로 친해질 시간을 갖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았어요. 그 분위기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그래도 키스신은 신경 쓰이지 않았을까? “별생각 없었는데. 드라마에서 하는 저의 첫 키스신이어서 기왕 하는 거 예쁘게 보이고 싶었어요. 형과 각만 잘 맞춰서 해보자는 이야기는 했어요.”

“내 고민은 ‘원작 웹소설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는 그는 비엘 드라마를 찾아보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의 생각을 존중한다. 처음부터 비엘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1일 여섯번째 싱글 음반 <체이스 에피소드 2. 마음>의 콘셉트 사진을 발표하고, 오는 12일 컴백을 앞두면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예전에 발매한 곡 ‘뤼팽’과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 역주행하며 차트에 진입했다. “우리 노래가 음원 차트에 들어간 게 처음이에요. 차트 진입은 꿈이었는데. 이 드라마로 역주행할 줄이야.” 팬클럽 회원도 늘고 에스엔에스(SNS) 팔로어도 늘었다. “3년 동안 컴백할 때마다 점점 기대가 떨어지고 지치기도 했는데, <시맨틱 에러> 덕분에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과 힘을 얻었어요.”

재찬이 소속된 아이돌그룹 디케이지(DKZ). 동요엔터테인먼트 제공
재찬이 소속된 아이돌그룹 디케이지(DKZ). 동요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겨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재찬한테서 상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실제 성격은 상우와 달라요. 상우는 팀플레이 과제에 무임승차한 조원을 공개하지만 저였다면 무임승차한 조원에 이름이 올라 있을 거예요. 헤헤.”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상우와 닮았다. 재찬은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봤다. 2, 3학년을 다니는 대신 2년간 종일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17살에 연습생이 되어 19살에 데뷔했다. 그는 “친구들과의 추억은 아쉬웠지만, 학업보다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데뷔 때부터 웹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를 병행했다. 그런 그에게 <시맨틱 에러>가 기회를 만들어줬다.

2022년 디케이지 바람이 불까. “전 운명론자예요. 미래는 이미 다 정해져 있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엄청난 목표를 세워두고 그 목표에 달려가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원하는 결과도 이뤄지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만큼 열심히 하려고요.”

여담이지만, 재찬이 <시맨틱 에러>를 하겠다고 소속사를 설득할 당시에 팀 상황은 좋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를, 앞이 캄캄했다. 재찬이 “뭐든지 다 해봐야 한다”고 뛰어든 데는 팀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시맨틱 에러>가 이렇게 잘될 거라고 당시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의 의지가 팀과 소속사에 꽃길을 깔았다. 어떻게 재찬한테 보너스라도?

(*기사 내용 중 `박서함은 지금은 해체한 아이돌그룹 크나큰으로 활동했다'라는 표현을 '지금은 탈퇴했지만'으로 바로잡습니다. 또 DKZ 컴백일은 4월12일 입니다. 3월31일은 새 음반 콘셉트 사진을 공개한 날인데 기자의 착오로 잘못나갔습니다. 두 그룹 멤버들과 팬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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