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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완벽한 타인’이 ‘완벽한 타인’을 보다

등록 2021-06-16 18:25수정 2021-06-17 02:33

영화 만든 이재규 감독, 같은 원작 연극 관람
“카메라 앵글 대신 직접 보니 신기하고 재밌어”
연극 <완벽한 타인>. 쇼노트 제공
연극 <완벽한 타인>. 쇼노트 제공

‘완벽한 타인’들이 모인 곳에 ‘완벽한 타인’들이 들어섰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 오는 8월1일까지 오르는 연극 <완벽한 타인>을 보러 온 관객들 가운데 영화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과 극 중 ‘영배’를 연기한 배우 윤경호가 앉아 있다.

“<완벽한 타인>을 영화로는 국외 편까지 합쳐서 300번 넘게 봤어요. 늘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했었는데, 이번에 직접 제 시선으로 배우들이 호흡하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이 감독)

이날 무대에 오른 <완벽한 타인>은 영화로 유명한 바로 그 <완벽한 타인>이다. 연극도 영화와 원작이 같다. 2016년 파올로 제노베세 감독이 만든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원작 시나리오는 개봉 3년 만에 세계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됐을 정도로 흥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감독이 2018년 영화로 만들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랑받았다. 이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다 휴대전화를 하나씩 갖고 있듯이 비밀 하나씩을 갖고 있다. 그 두가지 사실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가 당시 연출 욕구를 자극했었다”고 말했다.

영화 &lt;완벽한 타인&gt;.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완벽한 타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도 마찬가지다.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격이다. 주인공 7명이 친구 부부 집들이에 모여 휴대전화를 공유하는 게임을 한다. 개인의 비밀스러운 삶이 까발려지며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과 유쾌한 코미디가 펼쳐지고 폐부를 찌르는 감동과 울림도 선사한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완벽한 타인>을 연극화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감독도 “<완벽한 타인>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어서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연극은 <에스비에스>와 쇼노트가 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주인공 7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연극 <완벽한 타인>을 지휘하는 민준호 연출은 “무대에서 테이블을 구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고, 또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소극장 한가운데 테이블을 놓고 그 주위를 관객들이 둘러싸게 하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구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lt;완벽한 타인&gt;.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완벽한 타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감독도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영화 속 식탁을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굉장히 궁금했다”고 말했다. 들어서는 순간 가로로 길게 한줄로 늘어선 테이블에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애초 구상처럼 테이블을 객석 가운데 뒀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선보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처럼 무대와 객석을 결합하는 파격적인 세트를 선보였더라면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을 수도 있겠다 싶은 아쉬움도 든다.

그래도 선수들은 아는 모양이다. 연극을 준비한 적이 있는 이 감독은 “아마 예산 등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저도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을 때 가운데 작은 식탁을 만들어 관객들이 빙 둘러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게 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구상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수익적인 면에서 제작자가 ‘오케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민준호 연출은 “영화와 달리 연극은 대사를 하지 않는 다른 배우들도 저마다 행동을 해야 한다. 이에 관해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각 인물에 맞는 행동을 찾으려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연극 &lt;완벽한 타인&gt;. 쇼노트 제공
연극 <완벽한 타인>. 쇼노트 제공

<완벽한 타인>은 이런 아쉬움을 영상 활용을 통해 해소한다. 전화가 오는 장면 등 결정적인 대목을 영상에 담아 긴장감을 준다. 여느 연극과 달리 배우들이 일상 언어로 대사를 하며, 때론 각 배우의 대사끼리 겹치기도 한다. 말이 빠르게 흐르면서 지루함을 던다. 영화로 내용을 이미 알아도 몰입해서 보게 하는 효과를 준다. 민준호 연출은 “실제 여러명의 친구들과 대화하며 홍수처럼 쏟아지는 말 속에서도 대사가 들릴 수 있도록 배우들이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물과 캐릭터가 대부분 비슷한데, 영화에서 염정아가 맡았던 ‘수현’이 연극에서는 좀 더 자기 삶에 솔직한 여성 ‘카를로타’로 나온다. 영화 속 ‘영배’와 같은 배역인 ‘페페’가 연극에서 “호모”라고 부르는 친구들에게 “호모가 아니라 게이”라고 짚어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출연’한 것만큼 ‘보는’ <완벽한 타인>도 새로웠다는 윤경호와 이 감독. 이 감독은 “<완벽한 타인>을 연극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니 또 다른 연극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불타오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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