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일반화됐지만, 한편으로 콘텐츠 재정비를 통해 작품성을 이어갔던 시즌제 드라마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펜트하우스>(에스비에스) 같은 자극적이고 개연성 없는 ‘막장 드라마’들이 시청률을 높이고자 시즌제를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 시즌에 다 내보내도 될 내용을 쪼개 시즌3까지 선보이며 화제성을 이어간다. 지난해 10월26일 시즌1을 시작했고, 지난 6월4일 시즌3을 선보였으니 장장 10개월간 <펜트하우스>로 ‘시청률 장사’를 하는 셈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티브이조선)도 12일 시즌2를 방영한다. 드라마 관계자들조차 “시청률이 좋으니 한번 방송하고 끝내기가 아쉬웠을 것”이라며 “사실 시즌제로 할 드라마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시즌제의 정석이라 할 만한 의학물과 형사물이 찾아온다. <티브이엔>의 금토드라마 <보이스> 시즌4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각각 18일 밤 10시50분과 17일 밤 9시 첫 회를 방송한다. 탄탄한 구성과 따스한 서사란 평을 들으며 대중의 인정을 받은 작품들이다. <보이스> 시즌4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수사물이다. 목요일 주 1회 방송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인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과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보이스>는 시즌4에서 더 섬뜩해졌다.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이하나)처럼 소리를 듣는 능력이 뛰어난 ‘초청력’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마가 등장한다. 살인하는 귀와 사람을 살리는 귀의 대결인 셈이다. 송승헌이 강권주와 공조하는 원칙주의 형사 데릭 조로 등장한다. 2017년 장르물 <블랙>에서 자신감이 붙었던 그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가 관심사다. 강권주가 이끄는 골든타임팀도 정비된다. 시즌1의 심대식(백성현)이 복귀하고 배우 겸 가수 강승윤이 새 인물 한우주로 등장한다.
<보이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빌런(악역). 김재욱, 권율, 박병은에 이어 시즌4의 빌런 캐릭터인 ‘서커스맨’의 정체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진원 작가는 <티브이엔>을 통해 “빌런에 대한 공분은 스토리의 동력이다. 이전 세 빌런은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범죄를 상징했다. 이번에도 코로나19가 가족 학대와 폭력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의 자료에서 출발해 ‘서커스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시즌1의 물음표에 답하는 내용이다. 시즌1 말미 이익준(조정석)은 속초 분원에 간 채송화(전미도)를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준완(정경호)은 유학 중인 이익순(곽선영)한테 반지를 보냈지만, 반지는 그대로 돌아왔다. 양석형(김대명)은 추민하(안은진)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고 전부인의 전화를 받았다. 시즌2는 더 깊고 다양해지는 관계의 변화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배우 전미도를 알린 작품이다. 뮤지컬에서 활약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시즌1이 끝난 뒤 “너무 떨렸다”던 전미도가 <티브이엔>을 통해 “좀 더 여유롭고 더 나은 채송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도 시즌2의 달라진 점이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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