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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떡’지순례 갑니다, 국가문화재 오르는 ‘떡 만들기’

등록 2021-06-08 14:44수정 2021-06-09 02:02

문화재청 지정 예고
찐 송편. 성은 남이흥 종가에서 만든 것이다. 문화재청 제공
찐 송편. 성은 남이흥 종가에서 만든 것이다. 문화재청 제공

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역사와 생활문화 그 자체다. 새해맞이 음식인 떡국과 아기 백일상의 백설기, 한가위의 송편, 개업 고사와 굿판의 제물, 이사를 알리는 홍보 매체까지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덕담에도, 욕설에도 모두 등장할 만큼 한국인의 삶과 일상에 가장 친숙한 전통 음식이다.

이 떡을 만들고 나눠 먹는 식생활 풍습이 나라의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8일 ‘떡 만들기’를 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 쪽은 “지정 예고 대상은 떡을 만들고 나눠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 포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떡은 쌀 등의 곡식 가루를 시루에 찌거나 삶거나 구워서 만든다. 밥과 더불어 한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온 나눔과 배려의 음식으로, 일생의례와 주요 절기·명절에 만들어 사회 구성원들과 나눠 먹고 각종 의례에 제물로 쓰는 풍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떡은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을까? 청동기·철기시대 한반도와 만주 일대의 선조들 유적에서 떡을 찌는 시루가 숱하게 발견되며, 황해도에 있는 고구려 안악 3호분 벽화의 부엌 풍경에도 시루가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아득한 옛적부터 선조들이 만들어 먹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최고의 사서 <삼국사기>에 떡을 뜻하는 글자 ‘병’(餠)이 표기되어 있고, <고려사> <동국이상국집> <목은집> 등 각종 옛 문헌에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이 나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떡메로 떡을 찧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떡메로 떡을 찧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조선시대에 와서 농업 기술과 조리가공법이 발전하면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각종 의례에 널리 떡을 쓰게 됐다. 궁중과 양반가를 중심으로 떡의 종류와 맛이 한층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 <산가요록>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에서 다양한 떡의 제조 방식을 찾아볼 수 있고,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이 200종이 넘을 정도다. 19세기 말~20세기 초 근대기에는 서양 식문화 도입과 떡 방앗간 증가로 떡 만들기가 분업화되고 생산과 소비 주체가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다양한 떡이 각 지역별로 전승되고 있고, 의례용이나 세시 음식으로 만들고 이웃과 나누는 문화는 여전히 맥을 잇고 있다.

문화재청은 ‘떡 만들기’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고, 식품영양학,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술 연구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해 떡을 만드는 전통 지식이 전승·유지돼 왔다는 점 등에서 지정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처럼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해온 문화란 점을 들어 특정 보유자나 보유 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새달 7일까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듣는다. 그 뒤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무형문화재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이 기간에 문화재청 누리집(cha.go.kr) 외에도 ‘케이(K) 무형유산 동행’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구나 ‘떡 만들기’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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